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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Jan 11. 2021

Native Texan들과의 한국 방문기

Global Connection  to Korea @ U of Texas

모든 것은 2018년 여름에 시작되었다. 


Texas의 작열하는 태양에 신음하던 5월의 어느 날, MBA Office로부터 온 이메일에는 학교의 signature program인 “Global Connection" 에서 GRA (Global Research Assistant)를 모집함”이라고 쓰여있었다. 학교 특성상 대부분의 학생들이 북미, 그것도 텍사스 출신들이기에 해외 기업 방문이나 문화체험 등을 위해 현지 출신들의 도움이 필수적인 만큼 이런 메일을 보낸 것이리라. 이런 생각을 하면서 메일을 대충대충 읽는데 2019년 방문 대상 국가에 한국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급하게 답메일을 보내 지원 의사를 밝히고, 교수 및 Office 직원과 인터뷰를 하고 나서 1주 후 GRA로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GRA로 활동하는 것은 생각보다 수고로운 일이었다. 매주 교수와의 회의, 학생들과의 Office hour, 방문 기업 및 대학 섭외, 다양한 자료 작성, 봄방학 중 한국 방문 의무 등등. 하지만 기꺼운 마음으로 모든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래와 같다.


  ① Contribution: International Student로서 MBA community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하였다. 앞에서 기술한 것처럼 미국인들로 구성된 MBA Office가 해당국의 기업 및 공공기관 등과 연락하여 방문 가능 여부를 타진하는 일은 매우 어렵고 번거로운 일이다.


  ② Challenge: University of Texas (UT) MBA 차원에서의 한국 방문은 역사상 처음으로, 기업 방문, 유적지, 관광명소 등의 database가 구성되어 있는 남미, 중국, 인도 등의 기존 과정과는 달리 백지상태에서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준비의 어려움 및 부담이 큰 것은 분명하나,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긍정적인 feedback의 비중이 높을 경우의 성과도 클 것으로 기대하였다


  ③ Communication & Network: MBA 학생들, 지도 교수, MBA Office의 직원들과의 업무 및 교류가 communication skill 향상 및 networking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였다.



2019년 3월 10일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나와 지도교수를 포함해서 34명이나 되는 대규모의 인원이 약 10일간 서울, 부산, 제주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같이 가는 학생들이야 다들 처음으로 한국에 방문하는 것이니 그저 들떠 있었지만 나는 설레는 와중에도 ‘이 자유로운 영혼들이 사고 치지 말고 무사히 돌아오길’하는 생각에 마음이 꽤나 복잡했다.


 Gobal Connection to Korea의 원칙은 ‘미국이 아닌 곳에서의 비즈니스 운영에 대한 이해/체험(Experience the complexities of doing business in another country)’이었으며, 이를 위해 특정 산업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한국 내 다양한 업종에 대한 방문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필자는 한국은행, 현대자동차, 다음카카오, KAIST, 서울 창업허브, Netmarble, LG전자, 아모레퍼시픽, 한국석유공사 등 총 9개 기관을 선정하여 학생들이 견문을 넓힐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또한 Business·Cultural·Free time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였으며, 이에 주중 (월~목)에는 주요 산업이 모인 서울에서 기업 방문 위주의 일정을 밀도 있게 진행하였고, 부산 및 경주(금~일), 제주 (월~화)에서는 문화체험 및 자유시간 보다 중점을 두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의 기능 및 업무’에 대한 1시간가량의 발표 및 Q&A와 화폐박물관 관람 등으로 구성되었다. 비록 한국은행의 특수한 업무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긴 했지만, 은행 내 화폐박물관의 다양한 콘텐츠에 감탄하고 QR코드를 이용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및 총재와의 기념사진 촬영 등을 즐기기도 했다.



 NetMarble 

다양한 체험으로 인해 학생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보안 이슈로 인해 처음에 요청한 개발실 견학은 허용되지 않았으나 본사 투어, 기업 소개, technology 등 심도 있는 수준의 견학 및 강의를 제공하였다. 학생들은 국내 게임업체들 대비 넷마블의 장단점,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하는 넷마블의 전략, 사내 교육 방식, 사내 외국인 및 여성 비중 등에 대해 질의하였다.


 현대자동차

공장 내부를 가이드와 견학할 수 있어 학생들이 굉장히 좋아했다. 공장에서 자동차가 조립된다는 것을 머리로 아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공장의 가이드가 해준 '공식적인' 설명도 굉장히 유익했지만, 학생들은 내가 슬쩍 얘기해 준 '한국인들이 수출용 차량을 내수용보다 더 좋아하는 이유'를 훨씬 재미있어했던 것 같다.



 주말에는 경주 (불국사, 교촌마을, 석굴암, 대릉원, 첨성대), 부산 (감천마을, BIFF 광장,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및 제주 (올레길, 만장굴, 성산일출봉, 해녀촌)를 다니면서 주중에 쌓인 피로를 풀고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특히 봄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다 같이 신나 하며 걸었던 올레 7길에서의 4시간은 모두에게 쉽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될 것이다



과정을 마친 후..


 대부분의 학생들이 과정에 만족한다는 Feedback을 제출하였으며 특히 서울에서의 쇼핑, 부산과 제주도에서 이루어진 문화체험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또한 다양하고 깔끔한 street food에 대한 언급이 많아 놀랐던 기억이 난다 (지도교수에 따르면 자기가 Global Connection으로 10여 년을 여행 다녔지만 Street food의 위생에 문제가 없던 건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단 하나 아쉬웠던 것은 채식 메뉴를 미리 요청해도 제대로 된 식사가 제공되는 경우가 별로 없었던 점이었는데, 이로 인해 일부 채식주의자들은 여행 내내 꽤나 힘들어했다.



 Global Connection은 외국 학생들과 10일가량을 밤낮 같이 생활하며 이들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좋은 기회였다. 비록 이들을 책임져야(?)한다는 부담감에 여행 내내 입술이 다 부르터서 다녀야 했지만 학생들이 기업 방문이나 문화 체험을 마치고 웃으며 나올 때마다 성취감에 모든 걸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2019년은 비록 미약한 시작이었지만 내가 뿌려둔 씨앗이 앞으로 자라서 한국과 Texas 간의 작은 가교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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