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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Jan 05. 2021

Put the mask on!

왜 미국인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나요?

#1. Kakao Talk (1/24/2020)

나: 행복한 설 연휴 보내세요! 전 지금 애리조나로 출장 왔네요

아버지: 친구가 호텔 예약했는데 폐렴 무섭다고 안 간다고 해서 공짜로 놀러 왔어

나: 폐렴 조심하세요! 약도 없다더라. N95 마스크 이런 거 사서 써요



#2. 회사 사무실 
(사내 기도모임, 2/17/2020)

Boss: 한국과 중국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많이 힘든 상황인데 기도합시다. H 씨는 부모님 건강히 잘 계시지?

H (한국에서 온 인턴): 네, 다행히 다들 잘 계세요. 

Boss: 그래도 H는 미국 와서 돈 벌고 있으니 다행이지. 한국 있었으면 학교도 못 다니고 아르바이트도 못할 거 아냐?

H: 맞아요! 정말 다행이죠! (일동 웃음)



#3. E-mail from HR (3/30/2020)

VA Governor’s executive order 

“Virginia Governor Ralph Northam declared a temporary Stay at Home Order to reduce the spread of the coronavirus. This means that all residents should only go out for absolute essential reasons such as for work, purchasing food, medical assistance, taking care of family, and more.” 



#4. Internet (5/11/2020)

“... More than half of the states in the US require face masks or coverings when you go out in public.”


 

2020년 초만 해도 한국은 COVID-19의 발원지인 중국을 옆에 둔 운 없는 나라였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한국의 방역 정책 실패를 문제 삼았으며, 바이러스 창궐 초기에 국경 봉쇄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많은 국민들이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이 금방 이에 대응하여 피해를 최소화한 것과 반대로 불과 두세 달 사이에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는 바이러스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많은 나라들이 한국에 방역 기법 및 용품 지원을 요청하였으며, 심지어 미국 대통령 Donald Trump는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한국보다 COVID-19 검사 건수가 많은 것을 근거로 미국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한국이 공식 석상에서 미국의 비교대상이자 롤 모델이 된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미국의 상황은 상당히 심각하다. 이 글을 쓰는 2020년 5월 말 현재 미국의 확진자 수는 160만 명을 넘어서 압도적인 전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 감염자는 추산조차 어렵다). 이에 많은 주정부 (State government)는 Stay-at-Home Order를 내려서 필수적이지 않은 외출 및 모임을 전면 금지하고 학교 및 대부분의 상점들을 강제로 영업 중지시켰다. 거의 모든 회사들이 몇 달째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며, 많은 사람들이 해고당해 실업률은 15%에 달하여 어쩌면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를 겪을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초반에 중국. 한국, 이탈리아의 대처를 비판하고 선제적으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던 미국이 도대체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일까? 


 필자는 미국 문화나 의료에 전문가도 아니고 이 사회의 주류도 아니지만, 오히려 외부자로서 미국 사회의 문제를 더 잘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상황을 초래한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의료체계 그리고 마스크.


 미국 의료체계의 문제는 아마도 독자 대부분이 어느 정도는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한다. 보험 없이 병원에 며칠 입원했다가는 높은 확률로 여섯 자리 숫자가 적힌 영수증을 받게 되며 (USD 100,000, 한화로 약 1억 2천만 원 이상), 많은 불법 체류자나 저소득층은 아예 보험이 없거나 열악한 수준의 의료보험을 보유한 경우가 많다. 설령 본인이 코로나에 걸렸는지 의심된다 하더라도 검사를 받는 것만 수백 불이 소요되기 때문에 어지간해선 검사를 받으러 갈 엄두를 내기 어렵다. 또한 당일 벌어서 당일 생활비를 충당하는 사람들의 경우가 아프더라도 일어설 수 있다면 일을 하러 나가야 한다. 애초에 이들에게 검사 후 자가격리 (quarantine)나 사회적 거리두기 (social distancing)는 가능한 선택지가 아닌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 가장 저렴하고 간편한 방법인 –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과 이에 따른 미착용이다. 겨울철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동양권과 달리 미국에서는 “마스크는 병자나 은행강도나 쓰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로 코로나 창궐 초반에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다니던 동양인들이 길거리나 상점에서 차별적 발언을 듣거나 쫓겨나는 사례가 종종 보도되곤 했고, 필자도 마스크를 쓰고 싶어도 주변 눈초리가 두려워서 결국 마스크 없이 외출하곤 했다. 또한 미국 질병 관리를 위한 정부기관인 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는 코로나 창궐 초반에 “일반 대중의 마스크 착용은 전염병 예방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발표를 했는데, 이는 현재 많은 주정부가 외출 시 마스크나 스카프 등으로 얼굴을 가리라는 명령을 내린 현재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명백한 오판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정치적인 이유 또한 다루지 않을 수 없다.  Trump 대통령은 작년 말에서 올해 초 사이에 제출된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성에 대한 보고서를 묵살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으며, 이에 야당인 민주당은 올해 말 있을 미 대선을 위한 전략으로 공화당 정권의 정책 실패와 방역 실패를 부각하고 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공화당이 취하는 전략은 “COVID 19는 크게 치명적이지 않고, 코로나로 인해 사회를 봉쇄하는 비용이 훨씬 크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 소속인 하원의장은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언론 앞에 서는 반면, 대통령이나 부통령은 공장·병원을 시찰하면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진이 보도되어 많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나라도 이런 주장을 하면서 마스크를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경우 민주당 지지자에 비해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낮게 평가하였다고 하니, 어쩌면 마스크는 미국에서 의료도구가 아닌 일종의 정치적 상징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기적적으로 백신이 단기간 내에 개발되지 않는 이상 우리 모두 최소한 몇 달에서 몇 년간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등의 새로운 사회 규범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할 터이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아니 서구 전반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새로운 규범화되어 바이러스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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