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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Feb 15. 2021

야구와 골프를 통해 보는 한미간 문화 차이

리얼함 VS 함께함

야구와 골프를 통해 보는 한미간 차이

한국과 미국에서 공통적으로 선호하는 스포츠를 꼽으라면 야구골프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TV 중계나 경기장 방문을 통해 즐기든, 아니면 직접 몸으로 뛰든 한 미 양국에서 야구와 골프는 이미 생활의 일부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인해 스포츠를 즐기는 방식이 한미간에 꽤 다르며, 이를 통해 두 나라 간의 문화 차이도 엿볼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필자가 경험한 바를 바탕으로 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1. 야구


아마추어 학생 야구가 활성화되지 못한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남녀 불문하고 유소년 때부터 야구 및 소프트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어지간한 학교나 공원에는 야구장 혹은 연습 시설 등이 준비되어 있기에 어릴 때부터 리틀리그, 클럽활동 등을 통해 야구를 자연스레 접할 확률이 높으며, 원할 경우 성인이 되어서도 주변의 아마추어 리그에서 운동을 계속할 수 있다. 또한 유아, 여성, 노인들을 위한 티볼(Tee Ball, 투수의 투구 대신 티 위에 올려진 공을 타격함) 및 소프트볼 등의 저변도 넓다.


생활체육으로서의 야구에 대한 한미간 차이를 잘 느낄 수 있는 장소는 야구 연습장이었다. 한국에서 연습장을 다닐 때 마주친 대부분의 고객은 사회인 야구선수 혹은 프로 지망생인 학생 선수들이었다. 반면 Texas Austin에서나 지금 살고 있는 Virginia Fairfax에서나 야구 연습장의 성인 고객은 필자 (혹은 필자의 동료) 뿐이었으며, 이 곳의 주된 수입원은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 혹은 감독이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장난치면서 즐겁게 운동하다가 아빠 혹은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곤 했는데, 한국에서 야구할 때 가끔 마주치던 중고등학교 선수들의 딱딱한 표정, 시커멓게 탄 얼굴과 어찌나 대조가 되던지


미국의 야구연습장 vs 한국의 야구연습장



비즈니스 차원에서 야구를 해석한다면 어떨까? 필자가 Austin에서 MBA를 했을 때 해당 지역 Start-up인 “Home Run Dugout”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한 적이 있다. 이들의 목적은 VR 기술을 통해 "가족 & 친구와 함께 보내는 즐거운 야구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사실 실내에서 야구를 즐긴다는 방식은 한국에서 유행하는 스크린 야구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에서 빠르게 공이 날아오는 한국 스크린 야구와 달리 Home Run Dugout은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공을 위로 가볍게 토스하는 방식이다.




'이게 뭐 대단한 차이라고?'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필자는 이 사례만큼 한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를 잘 설명하는 것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경우 야구장 등 인프라가 잘 되어있지 못하며, 그나마 있는 것들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2시간짜리 야구 한게임을 하려면 못해도 4~5시간을 사용해야 한다 (운전 왕복 2시간, 몸풀고 연습 1시간, 시합 2시간). 주중에는 야근에 치이고 주말에는 결혼식, 장례식, 각종 모임에 바쁜 한국인들 다수에게 이는 감당하기 힘든 투자이며, 이에 1~2시간으로 실제 야구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스크린 야구장이 매력적인 대안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게다가 요새는 전국 어디든 스크린 야구장이 있으며, 퇴근 후 친구나 직장 동료와 함께 실내에서 가벼운 음식에 술 한잔 곁들이며 즐길 수 있다는 것까지 생각한다면 스크린 야구장이 한국에서 대성공한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더군다나 한국인들은 본디 경쟁심이 워낙 강하지 않은가? 전투민족 무릇 뭔가를 즐기려면 내기를 걸어 상대를 이겨야 하는 법. 상대를 패배시키려면 날아오는 공이 빨라야 하고 필요할 때는 변화구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리얼한 야구 경험을 위해서든 즐거움을 위해서든 공은 앞에서 날아와야 한다.


반면 미국의 경우 야구장의 퀄리티도 좋고, 워낙 여기 저기 많기에 '리얼한 경험'을 원한다면 그냥 야구를 하면 그만이다. 게다가 아주 친한 경우에만 결혼식 및 장례식에 참석하기에 자기 사업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주말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기에 주말이 오면 '애들이랑 뭐하지?'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절로 떠오르게 된다. Home Run Dugout이 노리는 고객층은 바로 이들이며, 온 가족이 (5살짜리 아이든 70 먹은 할아버지든)  공을 건드릴 수 있어야 고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찾아올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한국의 스크린 야구에 대해 언급하며 "공이 밑에서 나오면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라고 물었을 때 창업자가 "내 목표는 할머니도 공을 치고 즐거워하게 만드는 것"이라 답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 스크린야구장 
미국 Home Run Dugout



2. 골프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에서 골프를 치려면 만만치 않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린피에 캐디피에 코스를 돌며 그늘집에서 음식이라도 먹는다면 20만 원 정도는 금세 없어지기 마런이다. 새벽 3~4시에 일어나서 팀원들 모두를 카풀해서 티업 시간에 맞추고 플레이 후 식사까지 마치고 돌아오면 하루가 다 지나 있는 경우도 많다. 


반면 미국에 와서 놀랐던 점은 골프장의 접근성 및 가격이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는 점이었다. 짧게는 15분에서 멀어봐야 40~50분 거리에 훌륭한 골프장들이 여러 개 있었고, 요일과 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싸게는 10불 후반에서 비싸 봐야 백불 정도의 그린피는 한국과 비교하면 거저처럼 느껴졌다. 무조건 4인을 맞춰야 하는 한국 골프장과 달리 3인이나 2인, 심지어 부킹에 여유가 있을 경우 혼자서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했으며, 캐디가 있는 골프장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렇기에 취업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필자의 MBA 동기들이 주당 3~4번씩 필드에 나가서 미국 생활을 만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양국 간 다른 골프 환경만큼이나 골프 관련 비즈니스도 다르다. 한국에 스크린골프가 있다면 미국에는 Top Golf가 있다. 한국의 스크린골프가 접근성, 리얼함,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등의 장점을 내세워서 성공했다면, Top Golf는 사실 Golf를 콘셉트로 하는 Sports bar에 가깝다. Top Golf의 수십 개의 구역 (Bay)에서는 가족·친구·연인 등 다양한 그룹이 골프를 소재로 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Top Golf도 '함께하는 즐거운 여가시간'에 방점을 두고 있으며, 이에 다양한 게임 (다양한 타깃에 공 보내기, 멀리 치기, 샷 종류별 정확도 겨루기 등)을 제공해서 골프 실력이 아예 없는 사람이든, 적당히 치는 사람이든, 고수든 상관없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래도 고수가 유리한 거 아냐?' 싶으시겠지만 특히 정확도 게임의 경우 타깃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고수든 초보든 근처로만 공을 보내면 득점은 그날의 운에 따라 결정되기에 끝까지 방심할 수 없는 승부가 펼쳐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리에서 식음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지쳤을 경우 실내에서 다양한 스포츠 채널을 보거나 당구를 즐길 수도 있다. 


한국 스크린골프장


미국 Top Golf



리얼한 경험 (및 경쟁) vs 즐거운 한때. 같은 스포츠를 소재로 이렇게 다른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필자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으며, 양국의 문화 차이를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깨달음을 주기도 했다. 미국의 특성과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게 된다면 나중에 한국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생겼을 때 이를 선도적으로 활용하여 미국 시장에서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이런 경험은 필자의 몇 안 되는 미국에서의 비교 우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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