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히 아팠던 기회비용

by Sol Kim

기회비용 (opportunity cost) 이란 내가 하나의 선택을 했을 때 그로 인해 포기한 것들 중 가장 큰 것의 가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월세로 100만 원씩 받는 상가를 보유한 독자께서 그 상가에 카페를 차리고 몸소 운영할 경우 매달 100만 원의 순수익을 올린다고 하자. 아마 이런 선택을 하는 분은 없을 텐데, 이는 카페를 운영함으로 인하여 다른 직업에서 얻는 수입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1원이라도 버는 분이라면 그냥 상가는 상가대로 두고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 예시에서는 다른 직업의 수입이 카페 운영에 대한 기회비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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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선정의 기쁨도 잠시, 두어 달 후 2016년 하반기 승진 대상자 발표날이 다가왔다. 차장부터는 각자의 성과에 따라 승진 시기의 차이가 나곤 하지만, 과장 승진은 (승진 시험에 합격했다는 전제 하에) 거의 입사 순서대로 이루어졌다. 이미 시험도 2년 전에 합격했고 타 회사 근무경력으로 인해 동기들보다 승진 우선순위도 높았기에 은근히 기대했지만 결과는 탈락이었다. 나보다 순위가 낮은 동기들이 대거 승진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유학도 되었으니 한번 쉬어갈 수도 있지'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2017년 상반기 승진마저 탈락하는 건 정말 의외였다. 팀장도 담당 과장도 '이번엔 당연히 되겠지'라고 이야기했으며, 남은 동기뿐 아니라 후배들 일부도 승진하는 것을 보아야 했기에 충격은 두 배였다. 인사 발령 문서를 보고 나서 담당 과장이었던 K에게 "과장님, 더 이상은 야근 못하겠습니다"라고 이야기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 해 야구부 저녁 모임 날, 그 자리에는 과장으로 승진한 1년 후배 S가 있었다. 말을 놓는 사이는 아니었기에 이전까지 서로를 '조사역님'으로 호칭했는데, 그는 그날 나를 '선배님'으로 불렀다. 과장 승진한 본인이 나를 '조사역님'으로 호칭했을 때 내가 마음 상할까 봐 해준 속 깊은 배려였으리라. 그 마음은 정말 고마웠지만 그것과 별개로 입안에 쓴 맛이 돌던 기억이 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사실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한정된 자원인 유학과 승진을 가지고 구성원의 동기 부여를 해야 하는 조직 입장에서, 가장 큰 떡고물인 유학을 챙겨간 인원에게 승진까지 시켜주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선뜻 고개를 끄덕이긴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작 2년 전까지만 해도 선배들이 유학 선정 후 승진까지 하고 출국한 것을 보기도 했고, 몇몇 동기와 후배들은 승진과 유학을 동시에 챙기기도 했으며, 승진 여부에 따라 유학 나가 있는 기간 동안의 지원금이 매년 몇백만 원씩 차이가 났기 때문에 아쉬움은 꽤나 오래갔다. 유학의 기회비용이 승진이라고 한다면 나는 꽤나 큰 비용을 치른 셈이다.


내가 승진을 하든 말든 회사는 돌아갔다. 나 혼자가 아닌 가족 전체의 이주를 준비해야 했기에 이에 쓰는 시간도 굉장히 많았고, K 과장도 내 심정과 처한 상황을 알기에 가급적 업무 부담을 주지 않으려 했다. 그러다 보니 2017년 6월 초 출국 직전까지는 동기부여도 큰 스트레스도 없이 사무실에서는 일하고 집에 와서는 출국 준비를 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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