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l Kim Jan 23. 2021

미국 MBA, 지금 가도 될까요? (1)

현지 취업, Career change, 학비 등 당신이 궁금한 그것

취업 뽀개기의 기쁨도 잠시, 직장 생활이 3년을 넘어가면 직장인들의 머릿속은 대부분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일은 손에 익어 눈 감고도 할 수 있고 더 배울 것도 별로 없으며, 이렇게 지내면 잘 되어봐야 내 미래는 저기 창가에 앉은 아저씨 (or 아줌마)겠구나 하는 그런 위기감. 물론 많은 경우 그런 ‘사춘기’를 거치고 나면 다시 새로운 동기부여 혹은 목표 설정을 거쳐 - 승진, 부서이동, 결혼 등등- 다시 업무에 집중하게 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직이나 대학원 진학, 유학 등을 통해 상황을 바꾸려 시도하기도 한다.


미국 MBA는 많은 분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다. 해외 박사, 로스쿨, 메디컬 스쿨보다는 그렇다는 얘기다) 도전할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다. 시험 점수만 좋다면 학벌이나 학점이 합격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고, 입학만 하면 졸업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으며, 실무를 통해 기초적인 경영학 지식을 갖추게 되는 경우도 많기에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타 과정에 비해 적기도 하다. 그렇기에 많은 인재들이 매년 청운의 품을 품고 MBA 입학을 준비하게 된다.


긴 여정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해 1) 미국 MBA에 대하여 2) 미국 MBA 지원 checklist 두 개의 글을 통해 필자가 아는 바를 공유드리고자 한다.




1) 미국 MBA에 대하여


굳이 미국 MBA를 고려하시는 분들의 주된 목적은 미국 직장 & 미국 생활 경험, 그리고 Career change일 것이라고 본다 (물론 새로운 지식이나 Networking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분들은 국내 MBA라는 훨씬 좋은 선택지가 있다). 이에 현지 취업, career change, 유학 비용 등에 대한 정보를 이민자의 관점에서 공유하여 이 글을 읽는 미래 MBA 지원자들의 판단에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  

 


1. 현지 취업


‘미국 MBA 다녀와도 이전 같지 않다’라는 말은 내가 MBA를 준비할 때도 들었고 아마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지금도 귀가 닳도록 듣는 말일 것이다. 한국 취업 시장에 해외 MBA 졸업자의 공급이 많아지면서 처우가 과거 대비 좋지 않아진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으로 인해 최근 몇 년간 외국인 MBA 졸업자들이 취직하기 매우 험난한 상황이 되었다. 물론, 올해 들어선 바이든 행정부가 이민 법안 전반의 개혁을 예고하고 있으나, 워낙 이민 시스템이 복잡하고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기에 단기간에 큰 폭의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예전이든 지금이든 영어 실력, 연봉 등을 떠나서 현지 취업의 난이도를 가장 높이는 것은 취업비자, 영주권 등의 신분 (status) 문제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근 몇 년간 이름 있는 MBA를 마친 사람들마저도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닐 경우 높은 확률로 현지 취업에 실패하고 귀국한다는 이야기가 여러 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한국 대기업 현지 채용이나 한국계 회사 등을 제외할 경우 이 숫자는 훨씬 더 줄어들 것이다). 나도 나름 TOP 20 MBA를 졸업했음에도 동기와 선후배들 중 현지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절반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 정부에서 비자, 영주권 지원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관련 비용을 증가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기업들의 외국인 고용을 어렵게 만들면서,  2~3년 전만 해도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채용하던 많은 기업들이 현재는 외국인 졸업자들을 별로 (혹은 아예) 채용하지 않고 있다. 내 경우 천 개가 넘는 구인 공고를 조회했지만 절반 이상의 지원 자격이 “영주권자 이상”이었으며, 이런 문구가 없는 경우에도 원서를 넣자마자 시스템에서 자동 필터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두어 시간 걸려 지원서를 제출하자마자 거절 이메일이 날아올 때의 허탈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설령 신분 관련 조건이 없더라도 구인 공고에 적시된 필수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기에 결국 지원 가능했던 건 100~200개 정도였고, 그중에서 인터뷰를 본 곳은 겨우 두 회사뿐이었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 나는 공공기관의 sponsorship을 통해 MBA에 진학했기에 취업 생각을 아예 하지 않다가 2학년이 되어서야 recruiting을 시작했으며, 인턴도 하지 않고 networking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내 경험을 일반화 하기는 어려우며, 보다 좋은 MBA를 나오고 준비도 잘 된 분이라면 훨씬 쉽게 기회를 잡으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학 중 많은 비 미국인 친구들에게 물어보아도 대부분의 대답은 ‘각오는 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힘드네’였고, 졸업이 가까워질수록 그마저도 묻기 어려워졌다는 것은 말씀드리고 싶다.  



2. Career Change


MBA 홈페이지나 MBA 컨설팅 업체들의 홈페이지를 보면 MBA를 통해 누구든 손쉽게 원하는 industry로의 Career change가 쉬울 것처럼 서술되어 있다. 유감스럽게도, 거짓말까지는 아니지만 사탕발림이 상당히 많이 되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대부분의 미국 회사는 뽑자마자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을 고르지 ‘똑똑하고 가능성 있는 인재’를 뽑아서 교육시키지 않는다. 그렇기에 다른 industry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해당 직무가 요구하는 경력 및 skill set 등을 미리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물론 MBA는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수업, 준비 자료, 상담 및 학생 동아리 활동 등을 지원하지만, 완전히 다른 종류의 skill set을 2년만에 갖추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널리 선호되는 skill set을 갖춘 경우나 경력 간에 접점이 있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쉽다. 컨설턴트나 IB (Investment Bank, 투자은행) 경력자가 졸업 후 스타트업 혹은 대기업에 가거나, 엔지니어가 MBA를 하고 컨설팅 혹은 IT 회사에 취직하거나, 전력 회사에서 일하던 사람이 clean energy 회사에 채용되는 식이다. 다만 마케팅이나 인사 커리어를 가진 사람이 MBA 후 IB에 가는 식의 접점이 적은 Career change는 불가능까지는 아니어도 매우 어렵고, 많은 노력과 운이 따라야 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이런 경우에는 설령 오퍼를 받더라도 본인의 전체 경력 대비 크게 낮을 확률이 높고, 이에 실망하고 귀국하는 경우도 꽤나 있다.



3. 비용


해외 MBA는 큰돈이 드는 투자이기에 비용 이야기가 빠질 수는 없다. Top 20 안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학교는 외국인들에게 연 6만~8만 불가량의 수업료 + 각종 수수료를 요구하며, 가족 없이 혼자만 온다고 해도 렌트, 의료보험, 생활비 등 필수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을 고려하면 최소한 연당 9~11만 불 정도를 예상하는 것이 좋다. MBA는 장학금에 후한 편이 아니라서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여름방학 인턴, TA 활동 및 공모전 수상 등으로 약간의 가외소득을 기대할 수는 있다.

2016년에 추산한 학교별 등록금 및 생활비. 지금은 훨씬 올랐을 것이다.



4. Why U.S. MBA? 


무거운 이야기를 많이 했으니 이제 긍정적인 이야기도 해야 균형이 맞을 것 같다.


        1) 이민 기회: 과거에 비해 어려워지긴 했지만 여전히 유학은 미국 이민을 위한 쉬운 방법 중 하나이다. 투자이민은 수십만불의 투자금 및 초기 정착자금이 필요하기에 모두에게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며, 사업이민은 투자 이민에 비해 소요 비용은 훨씬 적지만 말도 다르고 취향도 다른 새로운 시장에서 사업을 시작한다는 리스크가 있다. 반면 MBA의 경우 2년간 언어 및 문화 차이에 익숙해지고 network를 형성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다른 옵션들에 비해 더 안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2) Career change: 앞에서 언급했듯 손쉽게 되는 건 분명 아니지만, 아예 학위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공률이 높다. 성공적인 Career change를 위해 학교가 도와주고 미국 곳곳에 있는 동문들의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MBA에 갈 이유는 충분하다


        3) 영어: 솔직히 말해서 외국에서 태어나거나 어릴 때 지내다 온 경험이 없다면 2~3년의 생활로 영어가 드라마틱하게 늘지는 않는다. 반면 유치원생 ~ 초등학생 나이의 자녀들의 영어는 정말 놀라운 속도로 향상되어서 동기들끼리 ‘왜 우리는 저렇게 안되지?’하고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30대 초반에 건너온 나조차도 영어에 대한 공포감이 없어지고, 생각을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되었으며, 현지인들이 쓰는 표현을 많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불평할 일은 아니다.  


        4) 지식 & 경험: 개인적으로 MBA는 경영학부 대비 굉장히 다양한 수업 (협상, 심리학, 통계 소프트웨어, 창업...)을 제공하지만 깊이라는 면에선 학부 수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경영학 전공인 내가 수업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같은 Team project를 하는 동료 학생들로부터 업무 지식, 인생에 대한 태도, 적극성 등 교실에서 배우기 힘든 것들을 배우고 자극받을 수 있었다.  


        5) Out of comfort zone: MBA 첫날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듣는 말이다. 아무리 우리보다 외향적인 서양인들이라고 해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자기를 sales 해야 하는 상황이 편할리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MBA Office의 직원, 교수, 선배들 모두 ‘comfort zone’에서 벗어나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주변 사람들과 사회에 있는 동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도움을 요청해야 좋은 조건으로 취업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애초에 그다지 외향적이진 않았던 데다 취업에 대한 동기도 없었던 나는 이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처음부터 조언을 따랐으면 더욱 미국 사회가 선호하는 태도를 함양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5. Recommendation


모든 사람의 상황이 다르기에 하나의 기준으로 모든 사람을 줄 세울 수는 없지만, 아래 카테고리에 속하는 분들은 미국 MBA 진학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 시민권자 혹은 영주권자: 최악의 장벽인 신분 문제가 없으니 비용 및 커리어 부분만 고민하면 된다. 

 

    - 젊은 나이 (20대 후반 ~ 30대 초반): 커리어 초반이기에 기회비용이 낮은 것은 굉장한 장점이다. MBA에 진학한다는 것은 2년간 수입을 포기하는 것이며 이것은 실질적으로 내 지갑에서 나가는 비용이나 마찬가지인데, 상대적으로 연봉이 낮으니 연차가 높을 때보다 기회비용이 훨씬 낮다. 내의 기억으로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MBA class of 2019의 나이 중간값은 27~28세 수준으로 약 4~5년 정도의 경력을 가지고 오는 경우가 많았다. 


    - 싱글: 투자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본인의 학업, 취업만 신경 쓰면 된다는 것은 MBA 뿐 아니라 모든 유학 생활에서 큰 장점이다. 가족이 같이 이주하는 경우 정서적인 안정이라는 큰 장점이 있는 반면, 생활비 부담도 커지고 집안일에 신경이 분산되느라 취업활동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일반적으로 MBA에서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학업의 양은 다른 대학원에 비해 적은데, 이는 MBA는 박사를 위한 준비 단계가 아닌 직장인들을 위한 재교육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많은 학생들은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보다는 각종 기업 설명회에 참가하여 명함 한 장 받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즉 이 말은 취업을 위해서는 최소한 1학년 때까지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학교 수업뿐 아니라 다양한 행사에 참가해야 한다는 말이며, 가족이 딸린 MBA들은 공부와 취업도 힘든데  배우자와 자녀의 정착 및 정서적 안정까지 신경 쓰느라 두배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 Sponsor (컨설팅 회사, 일부 대기업 및 공공기관): 자비 부담이 없거나 적으며 취업 스트레스가 없기에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공부 및 다른 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 미국 이민의 뜻이 없으면서 외국에서 몇 년을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MBA는 최고의 옵션이다.   





전 세계적으로 COVID로 인해 고용 시장이 많이 어려우며, 이로 인해 국내외 진학을 고민하시는 분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MBA는 연봉 대폭 상승 및 미국 취업으로 이끄는 stepping stone도 될 수 있지만 여러 요인들로 인한 투자 비용 및 리스크도 적다고 할 수 없다. 본인의 재정, 커리어, 가족, 미래 등을 잘 고려해서 결정을 내리는데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 미국 MBA, 지금 가도 될까요? (2) 에서 계속 -


이전 02화 나의 좌충우돌 미국 취업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