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l Kim Feb 03. 2021

나의 좌충우돌 미국 취업기

미국 취업은 상당히 다루기 어려운 주제다. 미국 취업은 워낙 case by case라 한두 사례로 일반화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 미국 recruiting 경험이 일반적인 MBA 졸업자 및 구직자들과는 꽤나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의 경우 상당히 큰 폭의 career change (공공기관 Finance & Research ⇒ IT 회사의 Business Analyst)를 경험하였기에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소개하기에는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나는 공공기관의 Sponsorship을 통해 MBA에 진학하였고, 졸업 후 복귀를 예상하고 있었기에 초반에는 현지 취업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MBA 학생들이 주력하는 각종 social event, networking 및 취업 시도도 당연히 거의 없다시피 했다. 하지만 1년간 미국 생활을 하면서 미국 교육과 너그러운 사회 분위기가 자폐를 가진 아들에게 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긴 고민의 시간을 거쳐 결국 2학년이 되어서야 미국 취업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인턴도 다들 끝마쳤고 이미 취업이 결정된 친구들도 꽤나 있었으니 아주 늦게 시작한 것이다. MBA Office 소속 커리어 상담 직원과의 첫 미팅 때 나눈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난다. “마음은 언제든 바꿀 수 있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도와줄게. 근데 아쉽게 좋은 자리들은 이미 많이 찬거 같네.


LinkedIn이니 Indeed니 하는 Job site들에 올라오는 수많은 공고들, 그리고 MBA Office에서 제공하는 MBA 대상 공고들에 원서를 넣었지만 정말 단 한 개의 반응도 없었고,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MBA 선배 S에게 조언을 청했고,  “무조건 사람들 만나고 행사도 많이 다녀라. 지금 상황에선 최선을 다하는 방법밖에 없다.”라는 긍정적이지 않은 답을 얻었다. 이력서를 계속 고쳐 쓰고 인터뷰도 연습하면서 원서를 냈지만, 그나마 불합격 메일을 주는 데는 양반이고 아예 가타부타 답조차 주지 않는 회사가 훨씬 많았. 늦깎이 구직자를 안쓰럽게 보던 Austin Braves 야구팀의 친구들도 이런저런 도움을 주었지만 (삼촌에게 자리가 없냐고 물어본다던가, 와이프가 다니는 한국계 회사에 소개를 해주려 한다던가) 마찬가지로 인터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인턴도 하지 않고 취업에 도움될만한 동아리 등의 활동도 하지 않은 데다, 미국 기업에서 요구하는 경험/skillset/각종 Tool 사용 경험 등에서 모자란 면이 많았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런 거 다 떠나서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없었던게 제일 큰 어려움이긴 했지만...



그나마 몇 개의 회사에서 연락이 왔었는데 그때의 일을 간략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A사: 책만 팔다가 이젠 모든 물건을 다 파는 A사. 1학년 때 같은 수업을 들었던 선배가 일하고 있어 이메일로 연락해 안부를 물으며 팀이 하는 일, 업무의 성격 등을 물어보았다. 이게 효과가 있었는지 아니면 선배가 팀장에게 내 얘기를 잘해 준 덕인지 서류 심사를 통과해서 인터뷰를 볼 수 있었다. 준비는 나름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당일 전화 상태가 좋지 않아서 질문이 끊겨서 들리거나 명확하지 않게 들리는 경우가 많았고, ‘질문을 다시 한번 말해주시겠어요?’ 혹은 ‘연결 상태가 안 좋네요’라는 말도 한두 번이지 계속 그럴 수도 없었기에 부득이 질문을 제대로 이해했다는 확신 없이 답변을 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인터뷰 내내 ‘내가 지금 묻는 거에 답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며칠 후에 탈락 메일을 받았을 때도 그다지 실망하지는 않았다.


H사: 컴퓨터 및 서버 관련 대기업인 H사의 경우 아무런 연결고리 없이 사내 recruiter가 내 application을 보고 연락을 해 왔다. 지원서에 적힌 몇 가지 사항을 이메일을 통해 확인하고 조만간 인터뷰를 잡겠다는 식이었는데, 내가 H1B (취업 비자)에 관해 물어보자 그 이후부터 연락이 두절되었다. 하도 답답해서 지인을 통해 이 회사에 근무하는 다른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더니 ‘현 정권의 이민 정책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제외하고는 회사가 비자 스폰서 자체를 거의 하지 않는다. 나도 돕고 싶은데 지금은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쓴웃음이 났다. 분명 이력서에도 비자가 필요하다고 적어놓았는데 도대체 왜 연락을 한걸까?
 


B회사: 현재 근무하고 있는 회사이며, 이 일을 이야기하려면 절친 K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대입 구술면접을 준비하면서 K를 처음 만났고 금방 친해지게 되었다. 대학을 마치고 내가 취업할 때 즈음 그는 유학을 하느라 외국생활을 시작했고, 카톡이든 전화든 자주 연락하고 그가 한국에 오면 시간을 내서 만나는 식으로 계속 관계를 이어왔다. 내가 Texas에서 MBA를 하는 동안 그도 미국에서 박사 논문을 마무리짓고 미국 내 대학에 교수로 임용되는 등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기에 서로 바쁜 와중에도 안부를 묻고 어려운 점을 나누곤 했다. 서로 워낙 친했기에 아이의 장애와 같은 남들에게 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할 수 있었고, 그 덕분인지 K는 바쁜 와중에서도 자기의 지인들을 통해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주려 노력했다. 


기회들이 만들어질 듯 말 듯하다가 무산되고, 결국 졸업도 한 달밖에 안 남아 사실상 미련을 조금씩 접어가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K로부터 “누나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 BA (Business Analyst, 컨설턴트) 자리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연락이 왔다. 나는 거의 10년 가까이 Finance 혹은 Research 관련 업무만 해왔던 터라 사실 IT 회사의 컨설턴트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였지만, 어차피 한국에 돌아가야 하는 판국에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었기에 referral을 넣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남은 시간이 한 달 미만으로 극히 촉박했기에 아마 큰 회사에처럼 hiring process를 진행했다면 졸업 전에 절차가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2주일 만에 CEO 면접을 포함한 3차 면접까지 마치고 졸업식 전날 오퍼를 받을 수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일이 이렇게 빨리 진행될 수가 있나이해하기 힘들 정도였는데, 입사하고 보니 친구 누나의  동료 C (지금 내 매니저)가 회사 안에서 매일같이 HR에게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체크했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그는 생면 부지의 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합격하면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면접관들이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현재 회사 내에 어떤 프로젝트가 진행 예정인지 등의 정보를 상세히 알려주기도 했다. 


만약 필자에게 친구 K가 없었거나, 그의 누나가 다른 회사에서 일했거나, 동료 C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면 나에겐 전 직장 복귀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다. MBA Office도 아니고 MBA 동료나 선후배도 아닌 한국에서 만났던 친구와 그의 가족이 취업의 가교가 되어 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MBA Office에서 처음부터 입이 닳도록 강조한 Networking의 중요성을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나처럼 학교를 거쳐 미국 취업을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모든 사람들과의 만남에 충실하시기를 권하고 싶다. 기회는 어디서 올지 모른다.



이전 01화 Prologue - 특별한 아기 오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