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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Jul 30. 2021

Prologue - 특별한 아기 오리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어느 개울가에서 

엄마 오리가 알을 품고 있어요. 

남들 눈에야 평범한 오리 알이지만

오리 부부에게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이랍니다.


어느 날, 갑자기 톡! 탁! 소리와 함께 알 껍질에 금이 가더니 

조그만 부리가 달린 머리가 쏙 튀어나왔어요.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 오리였지요. 

'내 아이지만 어쩌면 이렇게 예쁠까?' 

아빠와 엄마 오리 모두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아기 오리는 무럭무럭 자랐어요. 

펑퍼짐한 엉덩이를 씰룩이며 걸음마도 시작했고 

얼마 되지 않아 자그마한 날개를 퍼덕이며 뛰어다녔답니다. 

튼튼하고 밝은 모습에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도 듬뿍 받았지요. 

오리 가족은 그렇게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아기 오리는 다른 오리들과 달랐어요. 

누구와도 쉽게 눈을 마주치지 못했거든요. 

떨어지는 빗방울을 무서워했고,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시간 가는지 모르고 

빤히 쳐다보고 있을 때도 많았어요. 

친구들이 놀러 와도 혼자서 노느라 아는 척도 하지 않았고요. 

아기 오리는 언제나 깔깔대며 밝게 웃었지만 

엄마 오리의 얼굴에는 근심이 서리기 시작했답니다.


아빠 오리는 "크면서 다 좋아질 거야"라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바뀌는 건 없었어요. 

이웃들의 눈길이 의아함으로 바뀌는 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요. 

아기 오리가 뭔가 다르다는 것은 

누가 봐도 금방 알 수 있었거든요. 

"... 쯧쯧..."

"쟤는 왜 저러는 거야?" 

등 뒤에서 들려오는 말에

크고 작은 상처가 가시지 않았답니다.


결국 엄마 오리가 말했어요

"우리, 다른 마을로 떠나요"

오리 가족은 정든 마을을 떠났어요. 

산 넘고 물을 건너 머나먼 땅으로 갔지요. 






머나먼 땅의 오리들은 생긴 것도 쓰는 말도 달랐어요. 

하지만 놀랍게도 아기 오리의 별난 행동을 이해해 주었답니다. 

아기 오리의 장애 (disability)보다는 특별함 (special needs)을 주목하고 사랑해 주었지요. 

물맛도 먹이도 낯선 머나먼 땅에서의 생활은 무척이나 외롭고 힘겨웠지만 

아기 오리가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만으로도 

아빠와 엄마는 모든 것을 버틸 수 있었답니다.


아빠 오리에겐 머나먼 땅은 놀라운 곳이었어요. 

이전에는 아기 오리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말썽을 부릴 때마다 

주변의 차가운 눈길이 모일까 겁내며 황급히 혼내기 바빴거든요. 

하지만 머나먼 땅의 오리들은 점잖게 외면하거나 

따뜻한 눈으로 쳐다보며 웃어 주었어요. 

"죄송합니다" 하면 "아이들은 원래 그래요"라고 

쾌활하게 답해주는 이웃도 있었고요. 

아빠 오리는 그럴 때마다 많은 위로를 받았답니다.


엄마 오리는 머나먼 땅에서 더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었어요. 

친구들의 아기들도 대부분 특별한 오리들이었지요. 

같은 이야기를 수백 번씩 반복하는 아이, 하루 종일 뛰어다니는 아이, 

몸은 자랐지만 말은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아이... 

생긴 것이 다르고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비슷한 아픔이 있기에 

금세 친구들과 친해지고 서로를 위로할 수 있었답니다.  






머나먼 땅에서 아기 오리는 몸도 마음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요. 

주변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자라서인지 

얼굴에는 항상 밝고 긍정적인 미소가 가득합니다. 

언어도 공부도 운동도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요. 

오리 부부에게는 지금 이 모든 것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기 오리는 지금도 특별합니다. 어쩌면 앞으로 계속 특별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아기 오리가 이곳에서 잘 자라고 있기에 

아빠와 엄마 오리는 이전처럼 슬프고 괴롭지 않습니다. 

특별함에 좌절하지 않고 멋지게 자라난 다른 특별한 오리들처럼

언젠가 아기 오리가 움츠렸던 날개를 펴고 

백조처럼 높은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는 희망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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