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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Jul 27. 2023

가시는 길 반드시 이기오리다

만나면 헤어지는 게 인생이라지만 아직도 이별은 참 어렵다. 미국에 살다 보니 많은 친구와 지인을 연례행사처럼 떠나보내게 되는데, 학위 후 한국에 취업이 되어서 가는 경우도 있고 정부나 기업체에서 온 분들은 보통 3년이면 돌아가야 하기 마련이다. 직장이나 사업상 이유로 다른 주로 이사 가는 경우도 흔하고. 이런 걸 몇 번 겪다 보니 '새로운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기가 힘들다'던 지인의 코멘트가 새삼 다시 떠오른다. 그래, 친해지지 않으면 최소한 그들이 떠날 때 마음이 아프진 않을 테니까.


2023년 7월은 내가 뛰고 있는 VASDA Angels 야구팀에게 충격적인 한 달로 기억될 것이다. 창단 멤버이자 팀의 정신적 지주 그리고 에이스 투수인 K 목사님, 역시 창단 멤버이자 투타 만능선수인 J의 팀 탈퇴가 며칠 간격으로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두 분 다 성격도 좋고 정이 많이 들었었는데 이렇게 급작스레 이별하게 되니 개인적으로도 아쉬움이 컸다. 올해는 여러 사정으로 인해 간신히 9-10명을 채워 게임을 치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경기 필참 멤버였던 두 사람이 타 주 이사로 인해 팀을 이탈하게 되다니... 올해야 어찌어찌 마무리한다 쳐도 과연 내년에 제대로 리그를 치를 수 있을까?






지난 일요일은 J의 고별 경기였다. 상대는 6전 전승의 리그 1위 팀 헌터스. 양 팀의 전력이 비등했기에 한두 명의 핵심 멤버 이탈이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팀은 이미 K 목사님이 이사로 떠나신 데다 다른 멤버 몇몇도 출장이나 건강 문제로 참석할 수 없어 간신히 9명을 맞췄다. 그마저도 한 명은 이 경기가 시즌 첫 경기였으니.... J의 마지막 경기이니만큼 꼭 이기고 싶었지만, 사실 준비를 하면서도 과연 그게 가능할지 의심스러웠다.


야구공은 둥글다고 누가 그랬던가? 놀랍게도 게임 초반의 분위기는 우리가 가져왔다. 연속 안타 및 상대 에러로 인해 첫 이닝에 10점 가까이를 뽑았고, 상대 팀 감독도 팀 타격이 왜 이리 좋아졌냐며 놀라움을 표했다. 하지만 역시 리그 1위 팀답게 헌터스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고, 안정적인 투수진과 수비로 실점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매 이닝 적극적인 타격과 주루로 3-4점씩 내며 우리를 압박해 왔다. 


역전과 역전이 반복되었고, 결국 우리의 마지막 공격은 3점 뒤진 13 대 16으로 시작되었다. 상대팀은 게임을 확실히 잡기 위해 선수 출신인 P를 마운드에 올렸다. 강력한 상대 투수도 문제지만 한 회에 최소 3점을 내야 하는 상황 또한 수비에게는 여유를, 공격팀에는 상당한 압박감을 준다. 하지만 무슨 영문인지 내 앞의 타자가 친 평범한 유격수 땅볼이 이상한 바운드가 되면서 범실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어진 내 타석. 주자는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투수의 집중을 방해했고, 이는 치기 좋은 높은 안쪽 속구로 이어졌다. 



올 한 해를 통틀어 가장 잘 맞은 타구가 좌익 선상으로 빠르게 뻗었고, 장타를 경계한 외야수가 깊숙이 수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가 닿을 수 없었다. 1타점 적시 2루타. 2루 베이스를 밟는 순간 나도 모르게 포효가 터져 나왔다. 보통 상대팀 (특히 투수)의 기분을 생각해서 세리머니는 거의 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엔 일부러 더욱 소리를 지르며 감정을 터트렸다. 심판의 어이없는 오심과 직전 수비에서의 에러로 인해 팀의 사기가 떨어져 있는 상태라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고, J와의 마지막 경기를 꼭 이기자는 팀 멤버들에 대한 독려의 표현이기도 했다. 


2점 차로 좁혀진 긴장된 상황에서 이어진 행운의 안타와 에러, 사구, 그리고 1년 만에 출전한 A의 2타점 끝내기 안타로 기어이 17 vs 16 끝내기 승리. 드라마도 이보다 더 극적일 수 있을까? 누구 하나만의 노력이 아닌 아홉명 모두의 기여를 통해 J의 고별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할 수 있었기에 팀원 모두 진심으로 결과에 기뻐할 수 있었다. 



J 형님, 그동안 함께해서 즐겁고 감사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의 삶도 복되고 번창하시길 기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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