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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Jun 16. 2024

한국인 패럴림픽이 미국에서 열린다고?

2회 전미주 장애인 체전을 다녀왔습니다

2024년의 태민이 교육의 테마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Renaissance Man이 아닐까 싶다. 수영, 야구, 스케이트, physical therapy, 드럼 레슨까지 온갖 종류의 과외를 시키다 보니 비용 부담이 장난이 아니지만, 몸의 발달에 지능과 정신이 따라오는 것을 몇번이고 경험하고 나니 예체능 교육에 정성을 쏟지 않을 수가 없다. 주변의 육아 선배들 또한 자폐 아동은 운동을 무조건 많이 시켜야 한다는 조언을 주시기도 하고. 일반 아이들에 비해 꽤나 떨어지는 학과 성적표를 보면 한숨이 나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애초에 그들과 우리는 시작점도 다르고 교육 목적도 다르다는 것을 몇 번이고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이직 후 정신없는 와중에 와이프가 태민이를 수영 대회에 출전시킬 것이라 했다. 무슨 대회인지는 정확히 듣지 못했지만 차로 한 시간 거리의 Maryland라니 딱히 반대할 이유도 없었다. 알고 보니 2년마다 전 미국의 한인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전미주 장애인 체전'이라 하는데, 태민이의 주 종목인 수영뿐 아니라 골프, 테니스, 육상 등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를 통해 친교를 다지고 서로의 실력을 겨루는 대회라고 한다. 


이번 대회는 우리 집 근처인 Maryland에서 개최되었는데, 가까운 Virginia나 New Jersey뿐 아니라 California, Texas, Georgia, Kansas 등 열 개가 넘는 주, 심지어 경기도에서까지 선수단을 파견했다 하니 그야말로 '전 미주'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은 대회인 것은 분명하다. 비행기로 5시간이 넘게 걸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20명이 넘는 선수와 가족들이 날아와 열정적인 응원을 펼쳤고, 댈러스와 애틀랜타, 뉴저지에서도 적지 않은 선수들이 참가하여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뽐냈다. 뉴저지에 사시는 한국은행 출신 선배님과도 몇 달 만에 만나 안부를 나누었는데, 이런 행사가 있기에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고 자녀들도 여행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말씀을 하셨다. 이런 큰 일을 기획하고 운영하시는 분들께 그저 고개 숙여 감사할 뿐이다.  




태민이가 출전한 수영은 Roger Carter Community Center에서 열렸다. 6개의 25미터 레인과 다이빙 레인지, 심지어 분수와 스플래쉬 풀까지 구비하고 있어 어린아이와 어른들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수영 출전자들의 연령이 9세부터 70세까지 다양하고 같은 연령이라도 기능이 다르다 보니 그룹을 나누어 시합을 하느라 자그마치 34개의 시합이 열렸고 덕분에 오후 3시까지 꼼짝없이 대회장에 있어야 했다. 애초에 사고 치지 말고 시합 하나만 완주하자며 대회에 참가했던지라 고작 3개의 시합에 참가 신청을 했던 우리는 시합과 시합 사이의 긴 공백으로 인한 지루함과 태민이의 집에 가자는 생떼의 이중고에 시달려야 했다. 그 와중에 여름의 햇살은 어찌 그리 따갑던지...



워낙 시합의 수가 많다 보니 시합 당 참가자가 4명이 넘는 경우가 많지 않았고, 덕분에 참가자들 대부분이 최소한 한 두 개의 메달을 받고 즐거워할 수 있었다. 심지어 우리 태민이도 출전한 3개의 대회 - 킥패드 수영, 25미터 배영, 25미터 자유형 - 에서 모두 은메달을 수상했으니까. 마지막 대회인 25미터 자유형에서는 자기보다 머리 세 개는 큰 두 명의 형들과 시합을 했는데, 한 명이 워낙 시합 중 다른 것들에 정신을 파는 바람에 2등으로 결승선을 찍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아래 동영상에서 보시다시피 자유형 시합에서 배영을 하는 만행(?)을 저지르긴 했지만.... 원래 자유형 (freestyle)이라는 게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니까 뭐.


덩치 큰 형아들 옆의 꼬꼬마가 2등이라니...:)



그저 딴짓하지 않고 25미터를 완주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심지어 처음 가보는 수영장에서 distract 되지 않고 두 번이나 멋지게 결승점을 찍는 태민이를 보면서 지난 몇 년간의 노력과 돈,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 비슷한 대회가 열린다면 - 이번에 경기도 대표들이 여기에 왔던 것처럼 - 몇 년 후에 미국 버지니아 주 대표로 출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행복한 상상도 해 본다. 2년 뒤의 체전에서는 다른 형들처럼 멋지고 더 빠르게 물살을 가르는 태민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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