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하고 싶으신가요?
"OOO병장님 근무 들어가실 시간이십니다."
비몽사몽 한 채로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주섬주섬 군복을 갈아입고, 여느 때와 같이 노트를 챙긴 뒤 지휘통제실로 향했다.
"충성, OOO 외 1명 근무 교대하겠습니다."
지통실 안,
상황대기실에 앉아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며 노트를 폈다.
"2015. 01. 10
어느덧 1월 중순이 다가오고 내 휴가도 가까워오고 있다.
오늘은 그토록 미뤄왔던 버킷리스트를 한 번 써볼까 한다.
1. 걱정 없이 살기
2. 미국 가서 NBA 보기
3. 스페인 가서 엘클라시코 보기
4. 혼자 노래방 가보기
5. 혼자 서울여행 가보기 (3~4곳 정도)......"
- - - - - - - - - -
문득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본 것이 언제였던가.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았던 것 같은데 현생에 치여 살다 보니
버킷리스트는 어느샌가 우주의 저 너머에 가버린 지 오래였다.
방을 정리하다 군 시절 썼던 일기장을 발견했다.
아 역시 방 정리는 이런 재미가 있다며 노트를 폈다.
생각보다 디테일한 내용들이 담겨 있어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아ㅋㅋㅋ 맞아 그때 그랬었지ㅋㅋ 그 선임 진짜 짜증 났는데."
"이거 그때 휴가 나가서 누구 만나서 뭐 했던 거 같은데ㅋㅋㅋ"
.
.
.
그렇게 한 장 두 장 넘기다 발견한 페이지
왠지 웃음기가 사라졌다.
두 페이지 가량 빼곡하게 적혀있는 버킷리스트였다.
'나.. 이렇게 하고 싶은 게 많던 애였나..'
누군가 보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42개로 정리된 내 리스트엔 어떤 건 이루기도 했고
어떤 건 이룰 수 없게 됐으며, 또 다른 건 당장 내일이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사소한 것도 있었다.
이땐 정말 기대감을 가득 안은 20대의 파릇파릇한 내가 작성했었는데,
지금은 웬 30대에 접어든 아저씨가 주책맞게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왜 난 이렇게 세월을 흘려보냈던 걸까
이제라도 찾아보게 되어 다행인 것 같다.
다시 한번 30대의 내가 쓰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기로 했다.
이곳에.
다 쓰고 난 뒤에 비교해 봐도 재밌을 것이다. 당신에게도 좋은 영향이 있기를
1. 공무원 합격하기
2. 합격소식 어머니께 가장 먼저 알려드리기
3. 공무원 첫 월급으로 맛있는 식사 쏘기
4. 감사했던 사람들에게 연락 돌리기
5. 발렌시아 여행 가서 함께했던 사람들에게 연락하기, 추억 공유하기
6. 꾸준히 몸 만들어서 바디프로필 촬영하기
7. 컴퓨터 직접 조립해 보기
8. 반기에 최소 책 5권은 읽기
9. 방 입맛대로 꾸며보기 / 공간활용
10. 게임 하나 켠 김에 왕까지 하기
11. 강연해 보기 (어떤 것이든)
12. 기회가 된다면 정치에 참여해 보기
13. 꾸준히 법, 경제 공부하기
14. 주식으로 수익 내보기 (이미 조금 내긴 함~)
15. 가족 다 함께 해외여행 가기
16. 미국 가서 NBA보기
17. UCL 경기 보기
18. 집에 홈짐 만들어보기
19. 독립
20. 괜찮은 여자친구 만들어 부모님께 소개해드리기
21. 친구들 밥 한번 사주기
22. 보고 싶은 사람들 다 만나기!!! 떳떳하게!!
23. 보컬 레슨 받아보기
24. 축구 원 없이 하기
25. 갈등을 피하지 말고 무서워하지 말고 부딪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