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했는데 왜 아무일도 안일어나?
내 취미는 미싱.
10년동안 봉태기(재봉틀 권태기)를 겪으면서도 이어온 유일한 취미다.
첫째가 돌 때부터 틈틈히 배워서 둘째 딸 원피스에 가방까지 만들어주는 나는 자칭 금손 재봉꾼이다.
누구나 그렇듯 나또한
장비 업그레이드를 하고싶은 마음에 주끼에서 제일 비싼 공업용 미싱을 주문했다.
남편이 결혼기념일 선물로 선뜻 결제를 해주어서 행복했다.
결제를 하고 일주일이 지났는데 또 배송이 딜레이가 되서 다음 주 에 배송이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갑자기 잔잔하던 마음에 물결이 일렁였다.
기다리기가 너무 힘들었다.
설레였다가 조급했다가.
지루했다가 긴장됐다가 기다려졌다가.
그냥... 주문을 취소해버릴까? 하고 생각했다.
좋았다 싫었다, 기뻤다 분노했다 결국은 무기력하게 포기하는 것.
나의 오랜 습관이었다.
그런 혼자만의 내적갈등을 겪으며 혼란함을 느끼던 어느 날 밤11시.
곧 귀가 한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쿵. 심장이 내려앉았다.
등줄기가 서늘했다.
전화받아서 뭐라고하지? 아 큰일났다- 싶었다.
마음만큼이나 발걸음도 무거웠다.
너도 그러니?
엄마도 그래. 라고 마음속으로 대답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큰 아이도 나만큼이나 곧 일어날 일을 예상하고 불안해 하고있었네)
아...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있자니 긴장하고있던 내가 우습다.
상담받을 때 원장님이 얘기하셨었다.
나는 육아가 힘들어서 상담을 받기 시작한 거였는데 어느 순간 피드백들을 남편에게 적용하고 있었다.
남편이 나를 긴장하게 하는 순간.
남편이 나를 화가 나게 하는 순간.
남편이 나를 억울하게 만드는 순간.
남편을 마주하면 올라오는 부정적인 감정들.
왜 그런지 생각해보았다.
그렇다고 우리가 눈만 마주치면 으르렁 거리는 불안하고 불행한 부부는 아니었다.
아니.
부부싸움 안했으면 된거지.
아이들도 잠들고 별 일 없었으면 된거지.
별안간
긴장했는데 예상했던 남편과의 말다툼을 안해서 불안한 건 또 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