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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쏠라미 Sep 07. 2022

김치볶음과 김치찜의 차이

그게뭐쥬?


우리 남편을 대충 소개하자면 그는 요리를 참 좋아한다.

간을 볼 때도 나는 "싱거워, 짜"라고 말한다면,

남편은 "짠맛은 적당한데 단 맛이 부족해, 설탕을 좀 넣어볼까?"

"단 맛은 딱 좋은데 좀 싱거우니까... 소금은 쓴맛도 나니까 간장을 좀 넣자"

이런 식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서 대충 사는 나는 처음에 적응이 잘 안 되었다.

그냥 간을 잘 보네? 이렇게 간 보는 사람은 처음....

이 정도의 반응이었는데, 이게 상황에 따라서 나에게 호불호가 좀 있다.

내 기분이 좋을 때는 우리 남편 간 잘 보네? 간 좀 봐줘^^ 이거고

내가 좀 피곤하고 예민할 때는 진짜 까다롭네.. 이런 반응 ㅋ


오늘은 운동 다녀오는 길에 목살을 사 왔다.

저녁 메뉴는 목살 김치볶음이었다.

집에 두부 한 모가 있어서 두부김치를 할 계획이었다.


냄비에 김치를 깔고 고기를 올렸다.

남편이 보더니 말했다.


"고기를 먼저 구워서 기름을 낸 다음에 김치를 볶아야지"


아놔 또 왜 저래.

PT 받고 와서 피곤하고 허기진 나는 오늘 예민했다.(ㅋㅋㅋ)


"스텐냄비에 고기 구워 봐? 지 달라붙어. 김치 깔고 재료 다 때려 넣고 한번 팍 끓이면 돼~!"


그랬더니 남편이 말했다.


"아~ 김치찜을 하는 거구나?"


뭔 차이 쥬?


남편은 레시피대로 요리한다.

늘 사용하는 재료는 정량을 사용한다.

하지만 나는 어쩌다 한번 요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냉장고에 남는 재료가 있으면 그것도 더 넣기도 하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대체 재료를 쓰기도 한다.

양파 반쪽을 넣으라고 했지만 남은 반쪽은 당분간 쓸 일이 없을 것 같아서 한 개를 다 넣기도 한다.

안 그럴 면 냉장고에서 보관만 하다가 결국 썩어서 버려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최근에 남편이 요리 참견할 때 말했다.


"나는 실용요리를 해야 돼. 내 입장도 생각해줄래?"


하지만 남편은 오늘처럼 종종 내 말을 까먹고 주방에 와서 감과 배를 찾는다.(like 감 놔라 배 놔라)



목살을 샀더니 정육점 아저씨가 파채도 챙겨주셨다.

파 썰기도 귀찮아서 파채를 그냥 넣었다.

맛술, 후추 때려 넣고 뚜껑 덮어서 팍팍 끓였다.

아이들이랑 함께 먹어야 하다 보니 고춧가루, 청양고추 다 생략이다.

김치의 칼칼한 맛 정도가 최선이다.


대충 한 것 같아도 나의 13년 살림 노하우.

식구들이 맛있게 먹어줘서 뿌듯하다.


아 생각해보니 두부 한 모 끓는 물에 데쳐야 했는데, 남편이 김치볶음이니 찜이니 잔소리해대는 덕에 까먹었다.

두부 언제 쓰지.

곧 추석이라서 본가 내려가려면... 내일까지 소진해야 하네?

대략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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