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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leap Aug 29. 2015

여름의 기억.

이 여름이 당신에게 남긴 것.

지구에는 다양한 기후가 있지만 그 중 특히 우리는 네 개의 계절을 꼽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왜 하필 이렇게 네 개로 계절을 나눴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글에도 영어에도, 한자어에도 독일어에도 계절을 나타내는 단어는 이 네 개다.

저마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과 싫어하는 계절이 각각 있겠지만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가는 상관없이 계절은 지멋대로 왔다가 지멋대로 흔적을 남기고 떠나가곤 한다.


올 여름은 유난히 뜨거웠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내가 유난히 뜨거운 날들을 골라 방황을 했던걸지도 모르겠다. 더워서 땀이 비오듯 흐르는데 발걸음을 멈출 수도 없었던 그 길 위에서, 여름은 나에게 무엇을 남겼나.



엊그제 퇴근을 하려고 연구실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연구실이 있는 건물의 엘리베이터는 문과 벽이 모두 거울로 되어있는데, 반바지를 입은 내 다리가 너무 우스꽝스러워보였다. 반바지 자국부터 운동화 양말 자국까지 선명하게 색칠이 되어있었기 때문.


나란 사람은 워낙 무모해서 햇빛이 쏟아지면 땀을 줄줄 흘리며 더 좋아 쏘다니며 태양빛을 있는 그대로 맞아들이는 종류의 인간이라 매 년 벚꽃이 질 무렵부터 여름내 서서히 온 몸의 피부가 그을리고 만다.

나에게 여름이 지나고 남는 것은 바로 그을림이다. 나의 무모하고 겁없는, 하지만 의외의 운이 따르는 삶을 비추는 햇살과 그것이 내게 남긴 흔적.


이제 9월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의 책상 위에 놓인 달력들이 힘을 모아 마법이라도 부리는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처서'라는 글자를 지나자마자 정말 추워져버렸다. 필자는 심지어 어제부터 잘 때 너무 추워 극세사 이불을 꺼내 덮고 있다. 차가운 공기가 점점 두터워져 두꺼운 극세사 이불을 바싹 끌어올려 덮게 되더라도, 겨울이 점점 깊어져 발가락 끝이 발갛게 얼게 되더라도 여름이 남긴 흔적은 내 몸에 고스란히 남아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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