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마감은 없다.
어떤 일이든 마감을 정해놓는 건 중요한 일일까?
효율성이라는 건 가치라고 부르기에 2% 부족한지도 모르겠다. 주어진 시간 안에 주어진 일을 마무리해내는 것. 그래서 그 일과 시간을 가치롭게 만드는 것은 효율성 자체보다 그 뒤의 감시자같은 "마감"이 아닐까 한다.
마감이 없다면 언제까지고 그 일을 붙들고 있어도 된다, 또는 그럴 수 있다. 실제 규칙적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아도 아직 마감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하면 그 일은 틀림없이 '진행중'이다. 일을 끝마쳐야 하는 기한인 마감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일의 효율성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항상 어떤 일을 할 때든 '언제까지'라는 기한을 먼저 확인해왔던 나로서는 마감을 정하지 않는 건 효율성이라는 걸 제거해버리는 게 된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마감이 있으면 오히려 일을 제대로 진척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정말 있었다. 그런 경우가 없다고 생각했던 건 아닌데, 오해하고 있었다. 정해진 기한 그 때까지만 다듬고 고치는 게 아니라 내 눈과 마음에 흡족하게 완성되었을 때까지 손보고 매만지는 일은 얼마나 정성스럽고 효율적인가. 또 이런 경우에 대해 마감이라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외부로부터 정해진 어떤 날짜나 시간이 아니라 일을 하는 사람의 마음이 바로 '마감'이 아닐까 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완성된 상태를 어떤 모습으로 상상하고 있는지에 따라 마감은 정해진다. 그리고 그 마감에 따라 일이 진행되는 '효율성' 역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