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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leap Oct 14. 2022

눈 오던 날의 고속도로-2

눈 앞에서 벤츠가 한 바퀴 돌았다

그렇게 고속도로에서 내리기 전 마지막 휴게소까지 계속 갔다. 눈이 많이 와서 그런지 휴게소에 차가 많았다. 겨우 한 자리를 찾아 주차를 하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런데…… 정차를 하고 조금 있으니 앞유리가 깨끗해지기 시작했다. 정말 황당한 일이었다. 하얀 크레파스칠이 멈추고 와이퍼가 지나간 자리는 깨끗하게 밖이 내다보였다. 헛웃음이 나왔다. 어쨌든 30분 이상 갈 길이 더 남아있었다. 이해를 못 했지만 앞유리가 얼어붙은 것도 아니었고 이 더러움이 닦이는 것은 맞다는 걸 방금 봤다. 지금 이 상태로 좀만 더 가면 된다, 생각하며 차를 출발했다. 휴게소를 나가며 또 커다란 트레일러 꽁무니를 쫓았다.

휴게소에 들어가기 전처럼 심하진 않았지만 주행을 시작하자 다시 와이퍼가 지나는 자리에 조금씩 크레파스칠이 남긴 했다. 한 번 깨끗하게 닦인 뒤라 그랬을 수도 있고, 트레일러에서 계속 시커먼 물을 튀겨준 덕도 크다. 이 정도면 전혀 주행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문철티비에서나 들어본 것 같은 끼이이익 소리가 났다. 내 앞에서 흰색 벤츠가 360도 회전하고 있었다. 그 차는 바로 몇 초 전 내 왼쪽 차선에 있었는데 지금은 오른쪽에 서있었다. 이 모든 게 1-2초도 안 된 것 같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미끄러진 것이다. 그 차가 조금이라도 각도나 방향을 달리해서 나와 부딪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 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차가 미끄러지고 회전하고 멈춰 선 방향과 위치가 내 차는 물론이고 다른 어느 차와도 하나도 부딪히지 않았다는 데에 안도할 뿐이었다.

눈이 내내 오고 있던 탓에 거의 모든 차가 비상등을 켜고 서행하고 있었기에 그런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서로 부딪히지 않고 즉시 정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 정말 다시는 눈 올 때 운전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이 날이 눈 오던 날 처음 운전했던 것이 아닌데도, 너무 특별히 강렬하게 괴로웠다.


눈길 미끄러짐 사고는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그 흰색 벤츠는 정말 다행히 아무와도 부딪히지 않았고 미끄러진 뒤 다시 방향을 고쳐 잡고 출발했다. 그러나 앞유리는 집에 들어가고 나서 아무리 골똘히 생각해봐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내가 어떻게 조작을 했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때 트위터에서 챙겨보고 있던 "여성운전 프로젝트 언니차"계정에 메시지를 처음 보내봤다.

그때 대화한 내용이다.


내 차는 전시차여서 그랬는지 와이퍼가 별로 좋은 게 아니었던 것 같다. 비올 때나 가끔 워셔액을 뿌려 닦을 때 뻑-뻑 소리가 엄청났다. 그래도 눈이 엄청 올 때 운전한 게 처음이 아니었고 항상 잘 닦였으니(출발할 때나 휴게소에서도 잘 닦였지 않은가!) 와이퍼 블레이드를 의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언니차에서 답변해주셨던 것처럼 고속도로에서 주행하는 상황은 특수하고, 그 상황에서 내 와이퍼 블레이드는 눈을 빠르게 긁어내는 게 아니라 녹였다 다시 얼리며 펴 바르고 있었던 게 맞는 것 같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낡거나 닳은 건 전혀 아니었지만 와이퍼 블레이드는 바로 교체했다. 이후 그렇게 눈 쏟아질 때 고속주행을 해보지 않아서 다시 확인은 못해봤지만, 굳이 확인해보고 싶지는 않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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