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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김민솔 Sep 09. 2024

우울해서 빵을 샀어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도파민이 분비된다.

요즘 유행하는 MBTI 성격 테스트 중에서 사고형인 T(Thinking)의 반응과 감정형인 F(Feeling)의 상반되는 반응을 놓고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감정형인 필자는 "우울한데 빵을 왜 사?"가 아닌, "왜 우울해?"가 먼저 나와야 자연스럽겠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접한 탓일까 우울해서 무언가를 구매한다는 행동에 더 관심이 간다. 우리는 왜 우울할 때 무언가를 사는 것일까? 제품을 구입할 때에는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한다. 새로운 물건을 보고 그 것을 곧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 도파민이 가장 많이 분비된다 하는데. 이렇듯 인간의 뇌는 새로운 물건에 흥미를 갖고 흥미로운 물건을 가지는 것에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다. 특히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발달한 시대에 살아가는 현대인은 끊임 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것들에 더더욱 취약하다. 친구의 친구가 타는 명품 외제차와 10년 전에 알고 지냈던 동창이 즐겨 입는 명품 브랜드들 처럼 보기 싫어도 보게 되고 듣기 싫어도 듣게 되는 이것들은 더욱 쉽게 소비로 이어진다. '어디서 본 것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친숙한 것으로 간주되어 소비까지 이어진다. 특히나 우울증 환자 최대 보유국인 대한민국에서, 자살율 1위를 놓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소비를 통해 즉각적이고 일시적인 행복을 좇는 것이 뭐가 그리 잘못된 것이란 말인가? 천 원 짜리 아기자기한 엽서가 잠시나마 우울감을 덜어준다면 이보다 가성비 좋은 행복 추구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소비 자체는 그리 잘못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물론 필자 또한 개개인의 가치를 중점으로 둔 소비 하나하나 비난할 생각은 없다. 미니멀 라이프라는 소재를 다루는 다른 책에서 그렇듯 당장 버리라는 와닿지 않을 슬로건을 내걸 생각도 없다. 다만 우리가 소비의 주체가 되어 필요한 것들 것 구입하는 것으로 소비를 최소화 하고 왜 샀는지 모를 물건들이 가득한 방 안 대신 내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들로 방 안을 채워보는 것이다. 나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나에게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분류해보는 것으로 시작해볼 수 있다. 잠시 우울함을 덜어주는 천 원 짜리 엽서 대신, 언젠가 쓰겠지 싶어 쟁여 놓은 실내 운동용 양말 대신 종이와 펜을 꺼내 우울감을 기록해 본다거나 맨발로 공원 한 바퀴를 걸으며 자연이 주는 편안함을 느껴볼 수도 있을 것이다. 

2년간의 호주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내 방안에는 2년간 쓰지 않았던 물건들이 먼지가 쌓인 채 방치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산 옷이 무엇인지 가물가물하다. 대부분의 옷과 신발을 버리고 돌아왔다. 열심히 일 해서 번 돈으로 내가 결국은 버리게 될 것들을 그토록 구입하고 그 것도 모자라 옮겨 다니는 내내 이고 지고 다녔다는 어리석음에 헛웃음이 나온다. 호주에서는 2년 동안 사지 않아도 괜찮았던 빈티지 스타일의 모자가 한국에 돌아오니 갑자기 필요해진 것일까? 온라인 쇼핑몰을 드나드는 내 모습에 또 한 번 헛웃음이 나온다. 

내가 이토록 사게 되는 것은 어떤 심리에서 비롯된 것인지, 또 나를 자꾸 사게 만드는 것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적 분위기와 관련된 것은 아닌지, 이 책을 통해 원인과 해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나의 소비역사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소비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이 글을 쓰는 목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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