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도쿄 이주 후 그 5일간의 마음에 대해

by 소루

화요일에 도쿄 하네다로 입국해서 수요일 하루 정리의 시간을 가지고 목, 금 회사에 출근하고 어제 자정에 카타르 월드컵 3차전 한국-포르투칼 경기를 보고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토요일이다. 홀로 보낸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도쿄 이주 후의 사흘이 지났다. 그동안 느낀 많은 생각들을 두서없이 써보려고 한다.


먼저, 도쿄에서의 생활 자체는 서울과 아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집 근처 마트와 헬스장, 노트북 할 수 있는 카페, 잘 되어있는 교통 등은 있었다.


불편하다고 느끼는 점이 있다면 일단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주문 하면 다음날 바로 오는 로켓 배송과 같은 서비스는 아직 없는 듯 보인다. (내가 모르는 거일 수도 있지만 쥬륵) 아직 마트나 편의점에서 식재료를 사는 게 대부분인 거 같고, 이제는 애플페이나 라인페이 등 거의 대중화가 되었음에도 아가끔 어떤 마트는 현금만 받기도 한다?! 그리고 또 마음껏 노트북을 할 수 있는 카페는 큰 체인점 말고는 잘 없고 예를 들면 이디야라던지, 메가커피 같은 저렴한 카페도 없을뿐더러 컴퓨터를 할 수 있는 개인 카페도 없다. 다들 아~주 작은 공간이거나 혹은 4-500엔의 스타벅스와 주로 맞먹는 비싼 커피값이거나. 근데 일본 스타벅스는 한국 스타벅스보다도 좀 더 저렴하다고 한다!


image.png?type=w580 이렇게 작은 테이크아웃 아이스커피가 500엔. 맛은 있음 훌륭!

매일 아침 아이스커피 한 잔 사 마시는 게 정말로 중요한 나라는 사람한테는, 저게 가장 큰 이슈였는데. 어찌어찌 그동안 도쿄 브이로그를 보고 배운 편의점 커피 사마시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에 출근 전 사 먹거나, 조금 여유 있는 시간에 출근하는 날에는 스타벅스나 가게에서 커피를 사가기도 한다. 나에게 아주 중요한 지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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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대해서 얘기해보자면, 일을 유지한 채로 도쿄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이었던 것 같다. 걱정도 염려도 많았고, 준비하는 시간도 정말 괴롭고 길었지만 아직 내가 이곳에 외국인 신분으로 와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도 나의 정체성에 큰 존재로 자리 잡아주는 것 같고. 무엇보다 이메일.. 메신저... 문서... 미팅... 그리고 캐주얼한 대화까지 모든 것이 일본어로 하기 때문에, 나는 무적권 일본어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 그럴 거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첫날부터 오리엔테이션 받기도 전에 어려운 미션이 주어져서 낯설고 당황했지만 그래도 해낸다 라는 생각뿐이었다.




출근 첫날부터 어찌 된 일인지 기한이 임박하여 내가 주도해야만 하는 프로젝트의 장소 답사며 기획 미팅이며 있었는데, 내가 확인해야 하는 사항들을 외국어로 얘기한다고 해서 가만히 앉아있을 수만은 없었다. 어떻게든 일본어로 물어보고 못들은 건 녹음해서 다시 들어보고 했다. 처음엔 아무 말도 못 하겠었는데, 필요한 상황이 닥치니 그냥 아무 말이나 아는 단어 총동원해서 말해야 하는 것.. 외국인들 앞에서 일본어 하는 건 안창 피해도, 일본어 잘하는 한국인 앞에서 일본어 하는 게 가장 수치플이다 ^^




이곳에 온 이상, 내가 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일본어 적응하는 데에만 6개월-1년을 걸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첫 출근한 날 나는 느낄 수 있었다. 3개월 안에 부시자...라고... 완벽하게는 분명할 수 없겠지만 어떻게든 익숙한 문장과 대화들은 적어두고 반복하고 캐치해서 계속 말하는 연습을 해야 되는 것을! 그래야 미팅이든 대화든 계속하며 적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첫 출근한 날 저녁에는 너무 기진맥진했지만 일본어 선생님한테 다시 연락해서 주 2회라도 회화 연습을 같이 하자고 했다. 팀원들에게는 아무리 얘기해줘도, 내가 틀리게 말하는 걸 고쳐주지 않는다. 못 알아들으면 다시 물어볼 뿐. 그래서 내 말을 계속 고쳐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이왕 얘기하는 거 정확하게 말하고 싶었다. 일본어, 영어, 한국어까지 계속 섞어서 마구잡이로 쓰다 보면 나 스스로 나의 강점이라고 생각했던 한국어도 물러터지고, 영어랑 일본어까지 엉망이 될 까 봐 좀 걱정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한 걱정 자체를 이렇게 블로그에 계속 글을 쓰면서 줄여나가려고 한다. 이 경험과 감정 자체가 나의 글의 소재가 되기도 하니까. 글을 쓰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 이 간지러운 마음들을 계속 이렇게 쓰고 싶다.




이 이주 후 5일간의 마음가짐으로 나 스스로에게 느낀 그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완벽하지 않아서 도망치고 싶어지는 것들'에 대해서, 완벽하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그냥 나대로의 능력을 보여주고 남에게 모르는 거에 대해선 잘 모른다 그러니 도와줘라고 말할 수 있어진 것이 큰 발전이다. 그것조차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내가 지금은 처음이니까 못하는 거 당연하지, 근데 계속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해.'라고 생각할 수 있어지는 것이다. 지금은 못하는 게 당연하지만, 앞으로 계속 못하는 건 안되니깐.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라도 열심히 하면 된다. 이렇게 당혹스럽고 낯설고 어려운 상황에서 나는 좀 불안정적인 사람이었던 거 같은데, 나 지금 이직도 아니고 이주했잖아. 아니 이주하면서 이직도 같이 한 거인 셈이지. 그냥 이 불안을 당연하게 생각하기로 마음먹고 나니, 내 마음속의 어떤 강하고 단단한 무언가가 자리잡기 시작하는 게 느껴졌다.




어제는 미팅과 답사가 모두 없어서,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기획안을 한국어로 최대한 빨리 많이 정리해서, 다시 일본어로 번역하고, 이에 대해 팀원들에게 영어로 미팅하고, 그 내용을 정리해서 다시 이메일을 한국어로 쓰고 또다시 일본어로 번역해서 보내고 등등. 하다 보니깐 또 하게 됐다.(진짜) 잘 못하니깐 안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에서 잘 못해도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고 생각하던 게 도움이 됐다. 어차피 내가 여기서 아무것도 안 하고 3년을 지내도 3년은 지나간다. 나의 과거의 어렵게 내린 결정들이 헛되지 않았으면. 한국에 나를 믿고 응원해주는 가족과 친구들의 마음에 꼭 보답해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해도 어떤 리더나 직책자의 자리, 혹은 멋진 프로젝트 한 자리도 꿰차리 못할 수도 있다. 내가 얼마나 잘 일하는 가는 성과와 직결되지 않을 때도 있고 상황이 안 도와줄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건 이미 지난 3년간 충분히 경험했다. 하지만 내가 먼저 손을 들어 외국에 가고 싶다고 해서, 외국으로 넘어와서 회사 내에 갈 수 있는 나의 포지션을 얻고, 이곳에서 외국인들과 업무를 같이 하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생활을 경험해본다는 것 그 자체로. 분명 나에게는 의미가 있다.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분명 기억에 남을 경험이다. 여기에 잘하면 물론 좋겠지만, 잘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나를 자책하지 않고 업무든 언어든 최선을 다해서 하는 자세를 꾸준하게 가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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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월드컵 3차전을 보며, 마음이 뭉클했던 순간이 많았다. 모두가 안될 거라고 얘기하고 9%도 안 되는 가능성에, 최강자에게 전반 4분 만에 골을 먹혔음에도. 마지막 90분을 끝까지 심장이 터지도록 뛰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얘기했는지 90분 동안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선수들을 보며 남에게 내가 부끄럽게 보이는가에 대해서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거에 노력하고 고민했던 나 자신에게, 그리고 현재에도 이 선택을 한 나 자신에게, 미래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선을 다하는 것' 그 자체에 크게 손뼉 쳐주고 싶다. 그 마음가짐에 대해서. 고맙다 과거의 나야! 너의 노력이 헛되이 지 않게 미래의 나를 위해 또 오늘도 열심히 살아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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