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부 : 보이지 않는 포식자

블라인드 오피스 : Dream Eater (6)

by 공감디렉터J

국내 최고의 IT 기업 '넥스코어(NEXCORE)'의 신사업전략팀은 언제나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중심에는 팀장 오경민 부장이 있었다. 날카로운 턱선과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서늘한 눈빛의 그는 '결과'라는 단 하나의 신만 섬기는 사제와 같았다.

그리고 그 앞에서, 한지우 대리는 자신의 심장이 터질 듯한 소리를 애써 감추며 프레젠테이션을 이어가고 있었다.


“...따라서 기존의 단편적인 기능 제공을 넘어, 사용자의 감정 데이터를 AI가 학습하고 개인 맞춤형 심리 케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 코드네임 '마음링크'입니다. 기술은 사람의 마음을 향해야 합니다. 저희는 그...”


"됐어."

오 부장의 낮은 한마디가 회의실의 공기를 얼렸다. 그는 팔짱을 낀 채 지우를 훑어봤다.

그 시선은 마치 가치를 감정하는 경매사의 그것처럼 차가웠다.


"한지우 씨. 우리는 자선사업가 집단이 아니야. 감정 데이터? 심리 케어? 그래서 이걸로 어떻게 돈을 벌 건데? 사용자들이 자기 우울한 얘기를 돈 내고 팔기라도 한대?"


"그게... 초기에는 무료 모델로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고, 이후 전문 상담사 연계나 프리미엄 리포트 기능으로 수익 모델을 구축할 수 있..."


"꿈같은 소리."

오 부장은 코웃음을 쳤다. "뜬구름 잡는 소리 집어치우고, 당장 다음 분기에 숫자(매출)로 증명할 수 있는 아이템이나 가져와. 이건 폐기."


'폐기'라는 단어가 지우의 심장에 비수처럼 박혔다.

지난 3개월간 밤샘과 주말 출근을 반복하며 낳은 자식 같은 프로젝트였다.

회의실의 다른 팀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했다. 침묵의 동조.

그것이 이 오피스의 생존 규칙이었다.


그때, 지우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입사 동기 박준서 대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부장님, 그래도 지우 씨의 아이디어 자체는 신선하지 않습니까? 감성적인 접근을 조금 덜어내고, 부장님의 날카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하면 좋은 그림이 나올 수도..."


박준서의 말은 마치 지우를 위하는 듯 들렸다. 하지만 지우는 그 말속에 숨은 교묘한 가시를 느꼈다.

'내 아이디어는 미숙하고, 오 부장의 손길이 닿아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뉘앙스.

오 부장은 만족스러운 듯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회의는 그렇게 끝났다.


절망감에 휩싸여 자리로 돌아온 지우에게 박준서가 다가와 어깨를 툭 쳤다.

"야, 너무 상심하지 마. 오 부장 스타일 알잖아. 원래 저렇게 한번 까고 나서 진짜 괜찮은 건 자기가 다시 주워 담아. 네 아이디어 좋았어, 진짜로."


그 위로에 지우는 잠시나마 안도감을 느꼈다. 역시 동기는 동기뿐이라고.


일주일 후, 임원 보고 회의가 열렸다. 지우는 다른 업무로 참석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회사 전체 메일함에 회의 결과 요약본이 도착했다.


[신사업전략팀, '비전 프로젝트(Vision Project)' 킥오프! 오경민 부장, 차세대 AI 비즈니스 모델 제시]


첨부된 요약본을 클릭한 지우의 손이 차갑게 굳어갔다.

'비전 프로젝트'. 사용자의 활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 패턴을 예측하고 타겟 광고를 송출하는 AI 플랫폼. 그 프로젝트의 근간이 되는 데이터 수집 방식과 UI 구조는 지우의 '마음링크'에서 '감성'이라는 영혼만 도려낸 채 그대로 복제되어 있었다.

오 부장은 지우의 아이디어에서 돈 냄새 나는 부분만 정확히 발라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박준서는 그 옆에서 '지우 씨의 아이디어를 현실적으로 다듬어주셨다'며 공을 돌리는 척 오 부장을 찬양했다.


지우의 꿈은 가장 화려한 무대 위에서, 자신의 것이 아닌 이름으로 박수받고 있었다.

그는 텅 빈 모니터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주변의 모든 동료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아무도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 순간 지우는 깨달았다. 오 부장은 단순히 꿈을 비웃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남의 꿈을 통째로 집어삼켜 자신의 배를 불리는,

이 오피스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포식자, '드림이터'였다.

그리고 이 침묵의 왕국에서는, 꿈을 빼앗긴 자의 비명조차 소음으로 취급될 뿐이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