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오피스 : Dream Eater (7)
오 부장에게 '마음링크'를 통째로 빼앗긴 상실감은 지우의 영혼에 깊은 생채기를 냈다.
열정은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그는 스스로 빛을 죽였다.
튀지 않는 것, 그저 시키는 일만 하는 것. 그것이 새로운 생존 전략이었다.
그는 현재 서비스 중인 회사의 소셜미디어 앱 '넥스톡(NEX-Talk)'의 유지보수 업무에 배정되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그저 그런 일이었다. 하지만 지우는 죽은 듯 일하면서도, 완전히 꺼지지 않은 불씨를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밤마다 넥스톡의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발견했다. 10대 사용자들 사이에서 특정 이모티콘과 해시태그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마이크로 커뮤니티'의 가능성이었다.
그는 이를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 전략을 구상했다. 큰돈 들이지 않고, 10대들의 놀이 문화를 파고들어 넥스톡의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작지만 날카로운 아이디어였다.
이번만큼은 빼앗길 수 없었다. 하지만 혼자서는 실행할 힘이 없었다.
고민 끝에 지우는 가장 믿었던 '친구', 박준서에게 조심스럽게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지난번 오 부장 건은 어쩔 수 없었다고, 그래도 자신을 위로해주던 유일한 사람이었기에.
"와... 한지우, 너 진짜 미쳤다. 대박인데?"
박준서는 진심으로 감탄하는 듯 눈을 빛냈다. 그는 지우의 기획안을 보며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 부분은 리스크가 있지 않을까?", "서버 부하는 감당할 수 있나?"
그의 질문들은 너무나 합리적이어서, 지우는 그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함께 발전시키고 싶어 한다고 믿었다.
"우리 이거 같이 한번 다듬어보자. 내가 마케팅팀 쪽 인맥이 있으니, 그쪽 의견도 한번 붙여볼게. 완벽하게 만들어서, 이번엔 네 이름으로 제대로 터뜨리자!"
박준서의 말에 지우는 완전히 마음을 열었다. 며칠 밤낮으로 둘은 메신저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기획안을 완성해갔다. 그 과정은 즐거웠고, 지우는 동료와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기쁨에 지난 상처를 잠시 잊었다.
프로젝트 보고 D-1.
지우는 최종 기획안을 박준서에게 넘겼다. 그런데 바로 그날 오후, 박준서에게서 다급한 연락이 왔다.
"지우야, 연락 못 받았어? 네 어머니께서 갑자기 쓰러지셨다고 병원에서 연락 왔어! 빨리 가봐!"
지우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그는 정신없이 회사를 뛰쳐나갔다.
하지만 병원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는 멀쩡한 얼굴로 지우를 맞았다.
단순한 저혈당 증세로 잠시 어지러웠을 뿐, 병원에 올 일도 아니었다.
뭔가 이상했다. 불안한 마음에 박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다음 날,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한 지우는 팀원들이 자신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보고 회의 결과 문서를 발견했다.
[넥스톡 MAU 증대 긴급 전략 보고 - 보고자 : 박준서 대리]
문서를 펼친 지우의 손이 다시 한번, 이번에는 분노로 떨렸다.
기획안은 자신이 만든 것과 거의 똑같았다. 하지만 교묘하게 몇몇 단어와 순서가 바뀌어 있었다.
마치 박준서가 주도하고 지우가 보조한 것처럼.
결정적인 것은 마지막 페이지였다.
[기대효과 및 리스크 관리 방안]
※ ...본 전략의 핵심 아이디어는 박준서 대리가 최초 발제하였으며, 한지우 대리와의 협업을 통해 구체화되었음.
※ 단, 한지우 대리가 제안한 일부 과격한 실행 방안은 잠재적 리스크(서버 부하, 어뷰징)가 높아, 이를 배제하고 안정적인 플랜 B를 중심으로 실행할 것을 제안함.
박준서는 지우의 아이디어를 훔친 것을 넘어, 지우를 '좋은 아이디어를 망칠 뻔한, 현실 감각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거짓말로 자신을 회의에서 배제시킨 후, 혼자 모든 공을 가로챈 것이다.
지우가 망연자실한 채 고개를 들었을 때, 오 부장과 눈이 마주쳤다.
오 부장의 입가에는 '거봐, 넌 어차피 안돼'라고 말하는 듯한 비웃음이 걸려 있었다.
박준서는 지우의 시선을 피하며 동료들과 웃고 있었다.
그 순간, 지우의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힘 있는 포식자에게 꿈을 빼앗기는 것보다 더 잔인한 것은,
믿었던 동료의 가면 뒤에 숨어있던 비열한 그림자였다.
그 그림자는 지우의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마지막 믿음과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까지 갉아먹고 있었다.
이 오피스는 거대한 밀실이었고, 자신은 비명조차 지를 수 없는 완벽한 피해자였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