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익명의 제보

오피스 스릴러 소설 : 몬스터(4)

by 공감디렉터J



김도훈대리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의 모니터에는 다음 주 핵심사업부 정기 보고에 쓰일 PT자료가 띄워져 있었다.

숫자, 그래프, 기대효과. 그의 성실함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물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심장이 목구멍 아래에서 미친 듯이 날뛰는 것을 느꼈다.

그는 원래부터 무대 공포증이 있었다. 수많은 눈 앞에서 보고하는 것은 그에게 사형선고와 같았다.


최연우는 그런 도훈의 뒷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봤다. 그는 도훈에게 다가가 “선배님, 제가 뭐 도와드릴 거 없을까요?”라고 묻고 싶었지만, 지난번 하진의 일 이후로 섣불리 나서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학습한 뒤였다.


바로 그때, F가 자리에서 일어나 도훈에게로 향했다. 연우의 온 신경이 그쪽으로 쏠렸다.

F는 도훈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도훈 대리, 너무 긴장하지 마. 표정이 너무 굳어있어."

"아... 팀장.. 아니 선배님.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내가 지켜보니까, 김도훈 대리는 누구보다 꼼꼼하고 성실해. 나는 믿어. 김대리의 성실함이 가장 큰 무기야. 발표 자료 나한테 보내줘봐. 내가 한번 봐줄께."


F의 목소리는 겨울밤의 따뜻한 코코아처럼 감미로웠다.

도훈의 굳어있던 얼굴이 그 말에 조금씩 풀렸다.

늘 자신을 채찍질하기만 했던 그에게, 회사의 어른이 건네는 신뢰의 말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정말요? 선배님께서 봐주시면 정말 마음이 놓일 것 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연우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늑대가 양의 목덜미를 핥아주며 안심시키는 모습. 저 온화한 가면 뒤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알기에,

연우에게는 저 장면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공포물보다 더 소름 끼쳤다.

F는 이미 다음 사냥감을 정했고, 가장 신뢰하는 아군인 척 다가가 독니를 숨기고 있었다.


일주일 후.

중역들이 배석한 회의실의 공기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김도훈은 마른침을 삼키며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초반은 순조로웠다.

F의 격려를 떠올리며, 그는 준비한 대로 또박또박 보고를 이어나갔다.


문제는 질의응답 시간에 터졌다. 한 상무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김도훈 대리, 지금 보고한 예산안 말입니다. 작년 대비 증가율이 지나치게 높은데, 구체적인 산출 근거가 뭡니까? 너무 낙관적인 수치 아닌가요?"


예상치 못한 질문에 도훈의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그는 더듬거리며 답변을 시작했다.

그 순간, 회의실 뒤편에 앉아있던 F와 눈이 마주쳤다. F는 그를 향해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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