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 쇼펜하우어가 우파니샤드에 빠진 이유

동서양 철학의 충격적 만남

by 공감디렉터J


우파니샤드는 인류 지성사의 가장 위대한 산물이며, 내 인생의 위안이었다.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서양 철학자의 동양적 깨달음

15세의 어린 나이에 노예상선에서 목격한 비참한 현실은 쇼펜하우어의 영혼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인간 존재의 가장 어두운 측면을 직면한 이 경험은 그의 철학적 여정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이후 그가 석가모니의 출가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며 자신의 깨달음과 동일시했던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쇼펜하우어의 사상은 서양의 이성 중심 철학에서 벗어나 인간 존재의 근원적 고통과 그 초월에 관한 동양의 지혜를 받아들이는 드문 교차점을 형성했습니다.

서구 사상가로서는 이례적으로 그는 "진정한 지혜는 동양에서 왔다"고 확신했습니다.


우파니샤드와의 운명적 만남

1820년대 초, 쇼펜하우어의 지적 여정은 결정적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동양학자 프리드리히 마이어가 전해준 우파니샤드의 라틴어 번역본 「우프네카트(Oupnekhat)」는 그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습니다.

그는 이 책을 "가장 유익하고 숭고한 독서물"이라 부르며, 매일 밤 탐독했습니다.


특히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우파니샤드의 핵심 통찰 - "타트 트밤 아시(Tat tvam asi, 그것이 바로 너이다)" - 였습니다. 이 짧은 문장은 브라흐만(우주적 원리)과 아트만(개인의 본질)이 궁극적으로 하나라는 심오한 진리를 담고 있었습니다. 쇼펜하우어는 이 통찰을 통해 자신의 의지 개념과 세계의 본질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구축했습니다.

"나의 철학이 완성되기도 전에, 인도의 고대 지혜가 이미 같은 진리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내게는 무한한 위안이었다."


불교 사상과의 철학적 공명

불교의 첫 번째 진리인 "삶은 고통이다(Dukkha)"는 마치 쇼펜하우어를 위해 준비된 것 같았습니다.

그는 인간의 존재가 본질적으로 고통스러운 이유를 '의지(Wille)'라는 끝없는 욕망의 힘으로 설명했습니다. 충족된 욕망은 곧 지루함으로, 채워지지 않은 욕망은 고통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순환 속에서 인간은 영원한 불만족을 경험한다는 그의 통찰은 부처의 가르침과 놀랍도록 일치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쇼펜하우어가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제시한 '의지의 부정'이 불교의 열반(Nirvana)과 개념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점입니다.

그는 미적 관조, 도덕적 동정, 금욕적 생활을 통해 개인의 의지를 초월할 수 있다고 보았는데, 이는 불교의 중도(中道)와 팔정도(八正道)를 서양적 언어로 재해석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동서양 사상의 창조적 융합

쇼펜하우어는 칸트의 '물자체(Ding an sich)'를 '의지'로 재해석하며 서양 형이상학의 한계를 뛰어넘었습니다. 그의 주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

이 명제는 우파니샤드의 마야(Maya, 환상) 개념과 칸트의 현상계를 절묘하게 융합한 결과물이었습니다.

이러한 동서양 사상의 대융합은 니체, 프로이트, 융, 비트겐슈타인에 이르는 후대 사상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20세기 실존주의와 정신분석학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또한 토마스 만, 리하르트 바그너 같은 예술가들의 작품에도 심오한 영감을 불어넣었습니다.


현대인에게 전하는 쇼펜하우어의 지혜

끝없는 소비와 성취에 내몰리는 현대인에게 쇼펜하우어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더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이 원하게 된다"는 그의 통찰은 오늘날 물질만능주의 사회의 모순을 정확히 짚어냅니다.

쇼펜하우어가 제시한 고통에서의 해방법 중 하나인 '미적 관조'는 예술과 자연을 통해 순간적으로나마 욕망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말합니다.

이는 마음챙김과 명상이 주목받는 오늘날, 우리에게 더욱 의미 있는 실천적 지혜가 되었습니다.

"인도 철학은 쇼펜하우어를 통해 서양에 전해졌고, 그의 사상은 동양으로 돌아와 우리의 자기 이해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동서양 사상의 대화이자 인류 지혜의 순환이다."


쇼펜하우어는 인도 철학의 깊은 지혜를 서양 지성의 언어로 번역한 최초의 다리였습니다.

그의 허무주의는 단순한 절망이 아닌, 환상을 걷어내고 본질을 직시하는 용기이자 지혜의 첫걸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용기 있는 직시 끝에 그가 발견한 것은, 욕망의 포기를 통한 평화라는 동서양 공통의 가르침이었습니다.


인도 철학에서 영감을 받았던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자세히 알지 못했거나 이전에는 주목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존경하는 철학과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접하게 된 흥미로우면서 소중한 지혜의 말씀(철학)을 함께 나누고자 기억을 더듬어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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