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특별한 일상(5)

5화. 세상에 다시 없을 복제품 소동

by 공감디렉터J


"요리 프로그램 덕 좀 봤다는 사람들 많겠지만, 나처럼 쉽진 않을걸?"


싱싱한 갈빗살 위로 진간장, 배즙, 다진 마늘 향이 어우러진 양념을 아낌없이 쏟아 붓는 민준의 목소리엔 은근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냄비 안에서 붉은 갈빗살들이 갈색 양념 옷을 입고 탐스러운 자태를 드러냈다.


"자, 이제 잠수!"

민준은 물 대신 뽀얀 쌀뜨물을 넉넉히 부었다. 왠지 더 깊은 맛이 우러날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불을 올리자, 곧 냄비 속은 보글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센 불에서 시작해 약불로 줄이는 섬세함까지, 그는 요리 프로그램을 '보는 즉시' 섭렵해 버린 남자였다.


"갈비찜은 기다림의 미학이지."

약불로 줄이자, 냄비는 스르르 조용해졌다. 뚜껑을 닫고, 그는 인내심 모드에 돌입했다. 중간중간 뚜껑을 열어 기름기를 걷어내는 건 잊지 않았다. 그래야 국물이 깔끔해지니까. 주방엔 어느새 달콤짭짤하면서도 구수한, 침샘 자극하는 냄새가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젓가락으로 갈비의 가장 두꺼운 부분을 찔러보니, 아직 약간 단단했다.

"흥, 까칠하긴."

투덜거리면서도 그는 다시 뚜껑을 닫았다. 갈비가 부드러워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이젠 너무나 잘 알았다.

또 한 시간, 아니 두 시간이나 흘렀을까. 냄비 속 국물은 처음보다 훨씬 줄어들었고, 양념은 농염한 색을 띠고 있었다. 젓가락을 다시 찔러보니, 이번엔 쑤욱, 마치 버터처럼 부드럽게 들어갔다.


"오~~! 바로 이 맛이지!"

환호성을 지르며 그는 썰어둔 무, 당근, 밤, 대추를 냄비에 투하했다. 채소들이 양념 속으로 풍덩 뛰어드는 모습은 마치 알록달록한 보석이 쏟아지는 듯 아름다웠다. 다시 뚜껑을 닫고 채소들이 양념을 듬뿍 흡수할 때까지 기다렸다.


15분 후, 무와 당근이 투명해지며 먹음직스러운 갈색으로 변신했다.

마지막으로 표고버섯을 넣고 잠시 더 익히니, 녀석들이 마치 스펀지처럼 양념을 빨아들여 통통해졌다.

이제 클라이맥스! 불을 살짝 올려 국물을 졸이기 시작했다. 자글자글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냄비 안은 윤기로 코팅된 갈비와 채소들의 향연이었다. 단짠고소함에 채소의 은은한 단맛까지 더해진 완벽한 맛이었다.


불을 끄고 홍고추와 풋고추를 고명으로 올리자, 밋밋했던 갈비찜에 화려한 생기가 불어넣어졌다. 뚜껑을 닫고 5분간 뜸을 들이는 시간. 냄비 안은 마치 세상의 모든 맛을 끌어안은 듯 풍요로웠다.

마침내, 큼직한 접시에 갈비찜을 '작품'처럼 담아냈다. 뼈에서 스르륵 분리될 정도로 부드러운 갈비, 양념 쏙 밴 무와 당근, 밤. 마지막으로 냄비 바닥에 남은 황금빛 양념을 숟가락으로 떠서 갈비 위에 듬뿍 뿌려주는 센스!

식탁 위로 옮겨지자, 따뜻한 온기와 함께 침샘 폭발하는 갈비찜 향기가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는 갈비 한 조각을 조심스럽게 입으로 가져갔다.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갈비, 풍부한 양념, 톡톡 터지는 채소의 향연. 그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이 정도면 거의 예술이지."




그때, 거실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보도가 그의 '예술적' 갈비찜 감상 시간을 방해했다.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복제품이 또 다시 등장했습니다. 복제품은 그의 대표작 '파라솔을 든 여인'으로 벌써 이번이 네 번째 복제품입니다. 진품은 현재 워싱턴 D.C.의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National Gallery of Art)에 소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민준은 얼굴을 찌푸렸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심각해질 줄이야…'

사건의 발단은 며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유일한 절친인 지연은 그의 비밀을 알고 있는 단 한 사람이었다.

며칠 후 다가올 지연의 생일을 맞아, 그는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평소 모네의 그림을 좋아했던 지연을 위해, 그는 그의 능력을 발휘해 모네의 대표작, '파라솔을 든 여인'을 소환해 주기로 결심했다.


그는 모네의 '파라솔을 든 여인' 고화질 이미지를 띄워놓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캔버스 앞에 앉자, 그의 눈은 디지털 이미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붓 터치의 방향과 두께, 색채의 미묘한 변화, 심지어 모네가 그 순간 느꼈을 감정까지…

모든 것이 그의 머릿속에 데이터처럼 저장되었다.


마치 마법사의 주문처럼, 그는 캔버스 위에 붓을 놀리기 시작했다.

팔레트 위, 형형색색의 유화 물감들이 그의 손끝에서 살아 숨 쉬었다. 코발트블루, 울트라마린, 카드뮴옐로… 모네가 즐겨 썼을 법한 밝고 순수한 색들이 그의 팔레트 위에서 춤을 췄다. 캔버스 위에는 옅은 갈색 물감으로 잡은 기본적인 구도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는 붓에 푸른색 물감을 묻혀 하늘을 채워나갔다. 붓 터치는 짧고 거침이 없었다.

색과 색은 완전히 섞이지 않고, 붓이 지나간 흔적 그대로 남아있었다. 구름의 형태는 부드러운 혼합이 아닌, 물감 덩어리의 질감으로 표현되었다.

마치 바람에 휩쓸리는 듯 빠르게 움직이는 구름의 인상을 포착하려는 듯했다.

언덕의 풀밭은 더욱 역동적이었다. 여러 톤의 초록색, 노란색, 갈색 물감들이 캔버스 위에서 짧고 빠르게 흩뿌려졌다. 붓의 방향은 제각각이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언덕의 경사와 바람에 풀이 나부끼는 방향을 따라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이었다. 그는 빛을 '그렸다'. 햇살이 닿는 부분은 눈이 부시도록 밝은 노란색과 분홍색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진 부분은 시원한 푸른색과 연보라색으로 표현했다. 그는 빛의 각도와 강도에 따라 변화하는 미묘한 색의 차이를 완벽하게 포착했다.

여인의 얼굴은 흐릿했다. 하지만 햇살 아래 살짝 찡그린 듯한 표정, 베일 아래 가려진 눈빛까지, 그는 색과 그림자의 대비, 그리고 짧고 스치듯 지나가는 붓 터치만으로 완벽하게 담아냈다.


마지막 붓 터치가 캔버스 위에 내려앉았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그의 캔버스 위에는 바람 부는 언덕 아래, 눈부신 햇살을 등지고 서 있는 여인이 서 있었다.

짧고 분할된 수많은 붓 자국들이 모여 햇살의 반짝임, 바람의 움직임, 그리고 그 순간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드레스의 흰색은 차갑고 뜨거운 색들이 뒤섞여 빛을 발했고, 양산 아래 드리워진 그림자는 푸르고 시원했다. 여인의 얼굴은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았지만, 양산 아래 가려진 부분과 햇살이 스치는 부분의 색 대비만으로도 그녀의 존재감, 그 순간의 표정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것은 원본과 '완벽하게 똑같은' 그림은 아니었다. 기계적인 복사가 아니었기에. 그의 손끝은 모네의 붓이 지나간 궤적을 충실히 따랐지만, 유화 물감의 물성, 붓의 미세한 움직임, 그의 그날의 컨디션이 더해져 아주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냈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확신했다. 모네가 그 순간 느꼈을 바람의 시원함, 햇살의 눈부심,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그 '인상'만큼은 붓끝을 통해 캔버스 위에 성공적으로 소환되었다고. 그의 능력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화가의 감각과 시대를 초월한 교감을 가능하게 한 것이었다.


그는 완성된 그림을 이젤에 세워두고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이 정도면 지연에게 최고의 생일 선물이 될 터였다. 그의 손으로 만든 첫 명화 복제품.

그는 이것이 단 한 번, 소중한 친구를 위한 특별한 이벤트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의 능력을 가만두지 않았다.




갈비찜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거실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보도가 그의 평화로운 저녁을 갈라놓았다.

“…… 이번 클로드 모네의 복제품 등장은 미술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벌써 이번이 네 번째 발견된 복제품입니다. 진품은 현재 워싱턴 D.C.의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National Gallery of Art)에 안전하게 소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복제품들은 놀랍도록 정교하여 전문가들조차 진위 판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민준은 숟가락을 든 채 얼어붙었다.

'네 번째라고?'

지연에게 선물한 건 딱 하나뿐이었다. 그의 능력으로 그림을 복제한 것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지연에게 선물한 그림은 그녀의 집에 잘 걸려 있을 터였다. 그런데 왜 비슷한 복제품들이 계속 나타난단 말인가? 혹시 자신이 그림을 복제할 때, 그 과정 자체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어딘가에 기록되거나 유출된 것일까? 아니면 그의 능력에 또 다른 숨겨진 작동 방식이 있는 걸까?


뉴스는 계속 이어졌다.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이 복제품들이 발견될 때마다 놀라울 정도로 서로에게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미세한 붓 터치, 물감의 두께, 색채의 혼합 비율까지… 동일한 사람이 그렸다고 해도 나올 수 없는 소름 끼치는 일치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민준의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동일한 사람이 그렸다고 해도 나올 수 없는 완벽한 일치'. 바로 그가 가진 능력의 결과였다.

그의 손으로 '소환'된 그림은 지연에게 준 단 하나뿐이었지만, 어째서인지 그의 복제본들은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딘가에서 계속 나타나고 있었고, 그 모든 복제본들은 '능력자'인 그의 손에서 나온 것처럼 완벽하게 동일했다.


그는 깨달았다. 단순한 선물을 하려던 순수한 의도가 걷잡을 수 없는 큰 사고를 치고 말았다는 것을.

유명한 예술품의 진품 여부에 대한 논란은 늘 있었지만, 이번처럼 '완벽하게 동일한 여러 개의 복제품'이 등장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위조범의 소행이 아니었다. 평범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훨씬 비밀스러운 내막이 있을 거라는 추측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과연 그게 누구인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사람들의 관심과 의심이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그리고 그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민준 자신에게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갈비찜의 달콤짭짤한 맛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민준의 입안에는 바짝 마른 침과 불안감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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