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특별한 일상(6)

6화. 봉천동의 밤, 타오르지 않은 불꽃

by 공감디렉터J

그날 밤, 김민준은 잠자리에 들기 전 습관처럼 창밖을 내다보았다.

고요한 봉천동의 밤거리, 가로등 불빛 아래 인적 드문 풍경은 늘 평화로웠다.


그런데 그때였다. 코를 찌르는 휘발유 냄새. 그는 코를 킁킁거리며 창문을 열었다.

냄새는 확실히 아래쪽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에 그는 재빨리 옷을 꿰어 입고 밖으로 나섰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내려가자,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누군가 쭈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뿌리고 있는 뒷모습이 보였다. 그의 손에는 기름통처럼 보이는 것이 들려 있었고, 바닥에는 흥건한 액체가 번지고 있었다. 방화!


"거기 서요! 뭐 하는 겁니까!"

김민준의 외침에 어둠 속 인물이 화들짝 놀라 뒤돌아섰다.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렸지만, 손에 들린 라이터가 어둠 속에서도 섬뜩하게 빛났다.

인물이 몸을 일으키는 순간, 김민준은 직감했다.

‘이 자, 보통이 아니다. 자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방화범이 김민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첫 공격은 놀라웠다. 짧고 간결한 잽.

눈 깜짝할 사이에 뻗어온 주먹은 김민준의 안면을 스치고 지나갔다. 피하지 못했다.

이어지는 로우킥. 묵직한 충격이 허벅지를 강타했다. 휘청거리는 김민준을 향해 방화범이 다시 파고들며 스트레이트를 뻗었다.


'젠장! 유단자인가?!'

김민준은 필사적으로 팔을 들어 얼굴을 막았다. 충격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 몇 번의 공격을 막아내는 동안 그의 몸은 비틀거렸다. 상대의 스피드와 정확성, 그리고 실린 체중이 초심자인 자신과는 차원이 달랐다.


상대가 다음 공격을 위해 잠시 거리를 재는 찰나, 김민준의 머릿속에서 방금 전 방화범의 움직임이 스냅 사진처럼, 아니 고화질 영상처럼 재생되었다. 잽을 뻗을 때의 미세한 어깨 움직임, 로우킥을 찰 때의 축발 회전, 스트레이트의 궤적과 실린 힘. 그리고 그것에 대한 '대응법'까지. 그의 능력이 전투 상황에서 처음으로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방화범이 다시 잽으로 들어왔다. 이번에는 달랐다. 김민준의 몸이 거의 무의식적으로 반응했다. 살짝 상체를 틀어 주먹을 흘려내며 동시에 자신도 앞손을 뻗었다. 방화범이 썼던 것과 똑같은, 빠르고 간결한 잽이었다.

방화범의 움직임이 잠시 멈칫했다. 예상치 못한 반격, 그것도 자신의 기술을 그대로 따라 하는 상대에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흥!"

방화범이 짧은 신음과 함께 이번에는 강력한 돌려차기를 날렸다. 허공을 가르는 묵직한 소리! 김민준은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막아냈다. 충격은 여전히 강했지만, 그 궤적과 파워가 머릿속에 복제되며 다음 대응법이 떠올랐다.

그는 재빨리 스텝을 밟아 거리를 좁히며 파고들었다. 방화범이 미처 자세를 잡기 전, 어깨 회전을 실어 훅을 날렸다. 방화범은 가까스로 팔꿈치로 막았지만, 둔탁한 소리가 났고 방화범의 몸이 옆으로 살짝 밀려났다.


능력의 발동은 계속되었다. 방화범이 어떤 기술을 쓰든, 김민준은 즉시 그것을 복제하고 때로는 같은 기술로, 때로는 그에 맞는 카운터 기술로 응수했다. 방화범의 앞차기를 흘려내며 파고들어 복부에 어퍼컷을 꽂아 넣기도 했고, 방화범이 태클을 시도하며 들어올 때는 순식간에 스프롤 자세를 잡아 테이크다운을 막아냈다. 그의 움직임은 불과 몇 분 전의 어설픈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마치 수년간 훈련받은 베테랑처럼 유려하고 정확해지고 있었다.


방화범의 얼굴에 초조함이 스쳤다. 분명 초심자였던 상대가 불과 몇 분 만에 자신의 기술을 모두 흡수하여 대등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는 공격의 속도를 높이고 기술을 더욱 복잡하게 섞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민준의 몸은 그보다 한 발짝 빠르게 반응했다. 보는 즉시 복제하고, 예측하며, 카운터를 준비했다.


치열한 공방 끝에 김민준은 방화범의 움직임이 잠시 멈춘 틈을 타 파고들었다.

완벽하게 카피한 훅이 방화범의 턱에 정확히 꽂혔다. 방화범의 몸이 크게 휘청거리며 쓰러졌다.


"잡았다!"

김민준이 쓰러진 방화범에게 다가가 제압하려는 순간이었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 번쩍였다.

그것은 빛이 아니었다. 어떤 존재의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너무나 빨라 형체를 제대로 인식할 수 없었다. 마치 아지랑이처럼, 또는 섬광처럼 그의 시야를 흐트러뜨렸다.


'쉬이익!'

귓가를 스치는 소리와 함께 강한 바람이 일었다. 눈을 깜빡이는 아주 짧은 찰나, 방금 쓰러뜨렸던 방화범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흩어진 돌멩이 몇 개와, 여전히 남아있는 휘발유 냄새뿐이었다.

김민준은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어둠 속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방화범과 그를 데려간 미스터리한 존재. 믿을 수 없는 스피드로 나타나 방화범을 구출해 간 그 존재의 정체는 무엇일까.




멍하니 서 있는데, 저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신고를 받고 경찰과 소방차가 오는 모양이었다.

다행히 실제 방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김민준이 한 발짝만 늦었더라도 큰일이 날 뻔했다.


며칠 후, 봉천동 방화 미수 사건과 이를 막은 용감한 시민 민준의 이야기가 뉴스에 보도되었다.

하지만 김민준의 마음은 복잡했다.

칭찬과 박수 속에서 그는 자꾸만 그날 밤,

어둠 속에서 번쩍이며 방화범을 낚아채 간 미스터리한 속도의 존재를 떠올렸다.

그날 밤 나타난 '그것'은 대체 무엇일까. 민준은 알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의 평범했던 일상이 그날 밤 이후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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