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하늘 아래

그 시절 러브스토리 <가요동화> vol.1

by 공감디렉터J

추억 속 노랫말에 담긴 상상 속 러브스토리.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Page1. 처음, 그리고 마지막 여름

1988년 여름.

부산 해운대의 작은 서점에서 윤서는 우연히 책장을 정리하다 떨어뜨린 시집을 주워주는 준호를 만났다.

"감사합니다. 제가 손이 모자라서..." 윤서가 말했다.

준호는 미소지으며 시집을 건넸다. "괜찮습니다. 저도 이 시인을 좋아해요."

그들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두 사람은 해질녘 모래사장을 걸으며 서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준호는 천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곧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었고,

윤서는 이제 막 음악대학에 입학한 1학년이었다.


"별이 참 예쁘네요," 윤서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같은 하늘 아래 있어도, 보는 별자리는 다를 수 있어요. 위치에 따라서요." 준호가 속삭였다.

여름의 끝자락, 그들은 서로에게 첫사랑이 되었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기도 전에, 준호는 약속대로 미국으로 떠났다.

"편지 꼭 쓸게요. 같은 하늘 아래 있잖아요, 우리." 공항에서 준호의 마지막 인사였다.


Page2. 편지와 빛의 거리

처음 몇 달간 그들은 열심히 편지를 주고받았다.

윤서는 자신의 음악 수업에 대해, 준호는 미국에서 보는 별들에 대해 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편지는 점점 뜸해졌고, 결국 중단되었다.


1990년 겨울, 윤서는 대학 합창단과 함께 첫 공연을 마쳤다.

무대 뒤에서 누군가 건넨 꽃다발과 쪽지를 받았다.

"별은 우리가 보는 것보다 더 오래전에 빛나고 있었어요. 그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죠.

내 마음도 그래요."

준호였다. 잠시 귀국한 그는 윤서의 공연 소식을 우연히 듣고 찾아왔던 것이다.

그들은 오랜만에 만나 한강변을 걸으며 이야기했지만, 이미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준호는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곧 다시 떠나야 했고, 윤서는 음악 교사가 되기 위한 자신의 길이 있었다.

"이번에는... 언제 돌아와요?" 윤서가 물었다.

"모르겠어요. 아마 몇 년은 더 걸릴 거예요," 준호가 답했다.

그 밤, 그들은 다시 헤어졌다. 약속도, 기약도 없이.


Page3. 잊혀진 멜로디

세월이 흘렀다. 윤서는 서울의 한 중학교 음악 교사가 되었고, 준호는 미국에서 천체물리학자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간간이 준호의 소식이 신문에 실리곤 했고, 윤서는 그 기사를 조용히 스크랩했다.


1995년 가을, 윤서는 학생들과 함께하는 음악 캠프에서 조하문의 "같은 하늘 아래"를 우연히 접했다.

"선생님, 이 노래 너무 슬퍼요.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좋았는데, 이렇게 문득 그대 보고 싶은데 우리사이 너무 멀어요'..." 한 학생이 말했다.

그 순간 윤서의 마음에는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감정이 솟구쳤다.

그날 밤, 윤서는 7년 만에 준호에게 편지를 썼다. 하지만 보낼 주소가 없었다.


Page4. 일식의 순간

1998년, 한국에서는 부분 일식이 관측된다는 뉴스가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윤서는 학생들과 함께 이 천문학적 현상을 보기 위해 준비했다.

일식이 시작되기 직전, 학교 운동장에서 윤서는 낯익은 목소리를 들었다.

"윤서 선생님?"

돌아보니 준호가 서 있었다.

그는 일식을 연구하기 위해 한국에 잠시 돌아와 있었고, 지역 학교들을 방문해 강연을 하고 있었다.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네요," 준호가 말했다.

"네... 오랜 시간이었어요," 윤서가 답했다.

그들은 학생들과 함께 일식을 관측했고, 해가 달에 가려지는 모습을 보며 조용히 서 있었다.

"그거 알아요? 우리가 보는 태양빛은 8분 전에 출발한 거예요.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것은 과거죠," 준호가 말했다.

"그럼 지금 우리가 보는 서로의 모습도... 과거인가요?" 윤서가 물었다.

"아주 짧은 과거죠. 하지만 마음은 다르겠죠. 마음은 어쩌면 미래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Page5. 같은 하늘 아래, 마침내

준호의 방한은 일주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들은 매일 저녁 만나 오랜 시간의 빈자리를 채워나갔다.

헤어졌던 10년의 시간은 그들을 더 성숙하게 만들었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더 깊어졌다.

마지막 날 밤, 준호는 윤서에게 작은 상자를 건넸다. 그 안에는 두 개의 별자리 펜던트가 있었다.

"이건 내가 미국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 이건 한국에서 보이는 별자리예요. 하지만 둘 다 같은 하늘 아래 있죠."

윤서는 눈물을 참으며 물었다. "또 언제 만날 수 있을까요?"

준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다르게 해보고 싶어요. 내가 국내 대학의 천문학과로 자리를 옮기려고 해요. 지구에서 별을 연구하든, 미국에서 연구하든 같은 하늘을 보는 거니까요."

"정말요?"

"네. 같은 하늘 아래 이제는 정말 함께 살고 싶어요."

그날 밤, 그들은 한강변에 앉아 별을 바라보았다. 처음 만났던 그 여름날의 기억을 나누며, 이제는 더 이상 편지도, 기다림도 필요 없는 미래를 그렸다.


에필로그

1년 후, 준호는 약속대로 서울로 돌아왔고 그들은 결혼했다.

결혼식장에서 윤서는 특별한 노래를 불렀다. 조하문의 '같은 하늘 아래'였다.

하객들은 이 노래가 단순한 결혼식 축가가 아니라,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로를 잊지 못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노래를 부르는 윤서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고, 준호는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별빛이 우리에게 도달하는 데 수백, 수천 년이 걸리듯이, 우리의 사랑도 시간을 뛰어넘어 마침내 여기 도착했네요," 윤서가 노래를 마치고 속삭였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빛의 속도로 함께할 거예요," 준호가 답했다.


같은 하늘 아래, 그들은 이제 같은 별자리를 바라보며 살아간다.






같은 하늘 아래

노래 / 조하문 (1987.08.15)

(클릭) https://youtu.be/k3JVrdJTZas?si=JlxJq2asgga9qvC_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다는
생각 만으로도 나는 좋아

가까이 그대 느끼며 살았는데 갑자기 보고 싶어
행여 그대 모습 만나게 될까
혼자 밤거리를 헤메어 봐도
그대 어디론가 숨어 버리고
보이는 것은 가로등 뿐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어서
그것 만으로도 좋았는데
이렇게 문득 그대 보고 싶은데
우리사이 너무 멀어요

행여 그대 모습 만나게 될까
혼자 밤거리를 헤메어 봐도
그대 어디론가 숨어 버리고
보이는 것은 가로등 뿐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어서
그것 만으로도 좋았는데
이렇게 문득 그대 보고 싶은데
우리사이 너무 멀어요

이렇게 문득 그대 보고 싶은데
우리사이 너무 멀어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