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노바와 바이런, 시대를 초월한 나쁜 남자들의 서울 데이트(4)
한 주 후, 남산 타워 전망대. 서울의 황혼이 도시를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두 사람은 난간에 기대어 서서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다.
바이런: (도시를 바라보며) 놀라운 광경입니다. 우리 시대와는 너무나 다른 세계죠. 이 모든 불빛, 이 모든 사람들... 그들 각자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겠지요.
카사노바: (깊은 숨을 내쉬며) 그렇군요. 인생이란 결국 이야기가 아닐까요? 우리가 스스로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제 회고록은 제가 제 자신에게 들려준 이야기였습니다. 어쩌면 약간의 과장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저에게 진실이었습니다.
바이런: 인생을 이야기로 보는군요. 저는 인생을 시로 보았습니다. 때로는 비극적이고, 때로는 열정적이고, 때로는 영웅적인... 그리고 종종 모순으로 가득한 시였죠. 제가 36세에 죽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그리스 독립을 위해 싸우다가...
카사노바: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영웅으로 죽었죠. 저는 73세까지 살았지만, 마지막 몇 년은 꽤 외롭고 고립된 시간이었습니다. 보헤미아의 한 성에서 사서로 일하며... 그렇게 제 인생은 고요하게 끝이 났죠.
바이런: 우리 둘 다 각자의 방식으로 인생을 불태웠군요. 저는 짧고 강렬하게, 당신은 길고 다채롭게... 인생에 관해 후회하는 것이 있으십니까?
카사노바: (잠시 생각하다) 물론 있습니다. 어떤 여성들에게 상처를 준 것, 깊은 관계보다는 모험을 선택했던 순간들... 하지만 가장 큰 후회는 어쩌면 제 자신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항상 다음 모험, 다음 여성, 다음 경험을 향해 달려갔지만, 정작 제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충분히 갖지 못했죠.
바이런: 공감합니다. 저도 비슷한 후회가 있습니다. 저는 항상 다른 사람들의 시선, 명성, 스캔들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것이 제 시에 영감을 주었지만, 동시에 저를 속박했죠. 진정한 자유는 외부가 아닌 내면에서 오는 것인데 말입니다.
카사노바: 그렇다면, 만약 우리에게 다시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살겠습니까?
바이런: (미소 지으며) 저는 아마도... 더 진실되게 살 것 같습니다. 사회적 기대나 제 자신의 신화에 얽매이지 않고,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추구하면서요. 그리고 당신은요?
카사노바: 저는... 더 깊이 사랑할 것 같습니다. 다양한 경험도 좋지만, 이제는 한 사람과의 깊은 연결이 주는 아름다움을 더 이해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더 많이 기여하고 싶습니다. 제 재능과 경험을 세상에 더 의미 있게 환원하는 방식으로요.
바이런: (서울 도시를 가리키며)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우리가 인생에 관해 줄 수 있는 조언은 무엇일까요? 그들은 더 오래 살고,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의미와 목적을 찾는 것 같습니다.
카사노바: 제 조언은 '두려움을 넘어서라'일 것 같습니다. 실패의 두려움, 거절의 두려움, 불확실성의 두려움... 이런 두려움들이 우리를 가장 많이 제한합니다. 저는 많은 실수를 했지만, 두려움 때문에 기회를 놓친 것은 거의 없었죠.
바이런: 훌륭한 조언입니다. 제 조언은 '자신만의 시를 써라'가 될 것 같습니다. 다른 이의 이야기나 사회의 기대에 맞춰 살지 말고, 자신만의 독특한 리듬과 운율로 인생을 써 내려가라는 의미에서요. 그것이 때로는 혼란스럽고 비전통적일지라도, 그것이 바로 당신만의 진실이니까요.
카사노바: (고개를 끄덕이며) 그리고 어쩌면 '균형을 찾아라'도 좋은 조언이 되겠군요. 열정과 평온 사이의, 모험과 안정 사이의, 자유와 헌신 사이의 균형을... 저는 종종 한쪽으로 너무 치우쳤습니다.
바이런: 균형... 그것은 제가 결코 찾지 못했던 것입니다. 저는 항상 극단에서 살았죠. 최고의 기쁨과 최악의 절망 사이를 오갔고, 그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이'에 많은 아름다움이 있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카사노바: (서울의 불빛을 바라보며) 우리의 대화를 통해 제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추구했습니다. 너무 많은 여성, 너무 많은 모험, 너무 많은 감각... 하지만 정작 '충분함'의 미학은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바이런: '충분함'... 그것은 우리 시대에는 거의 이해되지 않던 개념이었죠. 우리는 항상 더 많이, 더 강렬하게, 더 극단적으로 원했으니까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것들을 놓쳤을 수도 있겠군요.
카사노바: (깊은 숨을 내쉬며) 바이런 경, 이렇게 시대를 초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우리는 역사상 악명 높은 '나쁜 남자들'이었지만, 오늘의 대화를 통해 우리도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바이런: 마찬가지입니다, 카사노바 씨. 어쩌면 우리의 가장 큰 매력은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능력에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결코 고정되지 않았고, 항상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열려 있었으니까요.
카사노바: (미소 지으며)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진정한 '좋은 남자'의 자질인지도 모르겠군요. 완벽함이 아니라, 성장하려는 의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그것으로부터 배우려는 용기...
바이런: (손을 내밀며) 그럼, 우리의 이 특별한 만남을 기념하여 한 가지 약속을 하는 것이 어떨까요? 우리가 다시 우리 시대로 돌아간다면, 조금 더 현명하게, 조금 더 깊이 있게, 그리고 조금 더 진실되게 살 것을...
카사노바: (바이런의 손을 잡으며) 좋은 생각입니다. 비록 우리의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우리의 이야기가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들이 우리의 실수로부터 배우고, 우리의 열정에 영감을 받아, 더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기를...
(해가 완전히 지고, 서울의 밤이 깊어간다. 두 사람의 실루엣이 도시의 불빛을 배경으로 서서히 희미해진다.)
바이런: (마지막으로 속삭이듯)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우리의 삶은 끝났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카사노바: (고개를 끄덕이며)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진정한 불멸인지도 모르겠군요. 우리가 살아온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남긴 이야기를 통해...
(두 사람의 형체는 완전히 사라지고, 오직 그들의 목소리만 밤공기에 맴돈다.)
바이런과 카사노바의 목소리: (함께) 사랑하라, 살아라, 배우라... 그리고 결코 두려워하지 말라.
세기의 나쁜 남자로 불리는 두 사람은 여러 여성과 관계를 맺었다는 기록이나 평판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단순히 이성과의 관계뿐 아니라 각자의 시대에 독특한 삶을 살았던 인물들이기도 합니다.
자코모 카사노바 (Giacomo Casanova, 1725~1798)
'바람둥이'의 대명사로 불리는 자코모 카사노바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신의 모험가이자 작가입니다. 그의 이름 자체가 '호색한'이라는 의미로 사용될 정도로 여성 편력이 유명했죠.
그는 단순히 여성을 유혹하는 것을 넘어, 성직자, 사기꾼, 스파이, 연금술사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의 자서전에는 122명의 여성과의 관계가 기록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당시 유럽 상류층의 침실을 드나들며 사교계를 주름잡았다고 합니다.
카사노바는 뛰어난 언변과 지성을 겸비하여 많은 여성들에게 매력을 어필했으며, 자유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전해집니다.
조지 고든 바이런 (George Gordon Byron, 1788~1824)
영국 낭만파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 또한 역사상 유명한 바람둥이 중 한 명입니다. 잘생긴 외모, 탁월한 말솜씨, 모험가 기질, 그리고 뛰어난 지성까지 겸비했던 그는 많은 귀족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바이런은 문학적 성취도 뛰어났지만, 그의 사생활은 스캔들로 가득했습니다. 수많은 여성들과의 염문설은 물론, 가족과의 복잡한 관계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죠. 그는 여성에게 정착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이 그에게 깊이 빠져들었다고 전해집니다.
이 두 인물은 단순히 많은 여성과 관계를 맺었다는 점을 넘어, 각자의 시대에 자신만의 매력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후대에까지 회자되는 삶을 살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