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스릴러 <오늘이 미래가 됐다>

1부. 1978년, 고물상의 기계

by 공감디렉터J

청계천의 여름은 습하고 답답했다. 삼복더위가 한창인 7월 말, 노점상들이 부채를 쉴 새 없이 부치는 가운데, 고물상 김용덕은 그날도 어김없이 폐품 수집을 위해 거리를 돌아다녔다. 56세의 김용덕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서울 곳곳을 누비며 버려진 물건들을 모으는 일상에 지쳐가고 있었다.


"이런 날씨에 뭐 쓸 만한 게 있을까..."


그는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그날따라 운이 없었던 김용덕은 빈손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그때였다. 한강대교 근처 공사장 뒤편 쓰레기 더미에서 이상한 금속 덩어리가 반짝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뭐야?"


김용덕은 쓰레기더미를 헤치고 들어가 금속 물체를 끄집어냈다. 냉장고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직사각형 상자였다. 표면은 마치 지문처럼 미세한 무늬로 덮여 있었고, 정체불명의 금속 재질은 그가 지금껏 만져본 어떤 물건과도 달랐다. 가볍게 두드려보니 속이 빈 듯한 울림이 들려왔다.


"고철값이라도 나오겠지."


하지만 김용덕의 예상과 달리, 그 기계는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 물건이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운명까지도.




그날 저녁, 김용덕은 그 기계를 자신의 작은 창고로 가져왔다. 청계천 8가에 위치한 그의 가게는 온갖 고물들로 가득했다. 그는 습관처럼 기계를 분해하려 했지만, 도구가 표면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도대체 이게 뭐지?"


호기심에 이끌려 며칠간 기계를 연구하던 그는 우연히 한쪽 면에 있는 희미한 패턴을 발견했다. 그것은 마치 손바닥을 대라는 듯한 모양이었다. 호기심에, 김용덕이 그 부분에 손을 올려놓는 순간 기계 전체가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그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기계의 표면이 물결처럼 일렁이더니 작은 틈이 생겼다. 그 사이로 푸른빛이 새어 나왔다. 김용덕은 공포와 호기심이 뒤섞인 채로 그것을 지켜보았다.


푸른 빛이 점점 강해지더니, 갑자기 기계 상단에서 작은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그것은 마치 영화에서나 볼 법한 광경이었다. 홀로그램은 지구와 우주를 보여주는 듯한 이미지였다가, 이내 기호들로 가득한 화면으로 바뀌었다.


"이, 이건..."


그날 밤, 김용덕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 기계가 평범한 고철이 아님을 직감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오랜 지인이자 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는 윤성호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성호야, 내가 이상한 걸 발견했어. 네가 좀 봐줘야겠다."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윤성호 교수는 김용덕의 연락을 받고 바로 청계천으로 향했다. 둘은 고등학교 동창으로,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였다. 윤성호가 창고에 도착했을 때, 김용덕은 초조한 듯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일로 불러서 미안한데, 이게 보통 물건이 아닌 것 같아."


윤성호는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기계를 본 순간 그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30년 넘게 물리학을 연구해온 그조차 이런 기술을 본 적이 없었다.


"이건... 대체 어디서 난 거야?"


"한강대교 근처 공사장에서 주웠어. 누가 버린 건지..."


윤성호는 기계를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손바닥 모양의 패턴에 대해 김용덕이 설명하자,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자신의 손을 올려놓았다. 다시 한번 푸른 빛이 새어 나오고,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이건 분명 우리 기술이 아니야."


윤성호의 목소리에는 흥분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그는 김용덕에게 이 사실을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기계가 가진 가치와 위험성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나한테 이걸 좀 맡겨주겠나? 내가 좀 더 연구해볼게."


김용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 기계가 가져올 파문을 예측하지 못했다. 그저 오랜 친구를 믿고 기계를 맡기기로 했다.


다음 날, 윤성호는 자신의 연구실에 기계를 가져왔다. 그리고 제자 중 가장 신뢰하는 김범수 박사과정 학생을 불렀다. 김범수는 30대 초반으로, 비정상적인 접근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의 독창적인 사고방식이 이 수수께끼를 풀 수 있으리라 믿었다.


"범수야, 네 도움이 필요해. 그리고 이건 절대 비밀이야."


윤성호가 천천히 커버를 벗기자, 김범수의 눈이 커졌다. 그의 인생을 바꿀 여정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교수님, 이게 무엇인지 알고 계십니까?"


"아니, 나도 모른다. 하지만 네가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사건으로부터 일 년 후인 1979년 가을, 윤성호 교수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은 의문투성이였지만, 당시 의학 기술로는 밝혀낼 수 없었다. 김범수는 스승의 유언에 따라 그 기계를 이어받았고, 비밀리에 연구를 계속했다.


그리고 1980년대 초,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김범수는 중요한 발견을 하게 된다. 기계 내부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인터페이스가 당시 컴퓨터와 간단히 연결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