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완성, 논어
<Chapter 1. 그들이 논어를 찾는 이유>
최근 서점가와 강연 현장에서는 고전, 특히 공자의 '논어'를 찾는 발길이 부쩍 늘었다. 대학생부터 직장인, CEO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와 직업군의 사람들이 논어를 통해 삶과 일의 지혜를 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삶의 방향과 관계 맺음, 리더십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을 고전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대학생 이윤선 씨는 "고전을 읽는 것이 친구들 사이에서도 트렌드가 된 것 같다"고 말하며, 또 다른 대학생 이시원 씨는 "인생의 지침 같은 것을 얻고 싶어 논어를 찾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경향은 직장인과 리더 그룹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은 논어 공부를 '암벽 등반'에 비유하며, "암벽 등반하듯 공력을 들여 하나하나 짚어 나가야 비로소 자기 것이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논어를 통해 타고난 본성(質)은 바꾸기 어렵지만, 배움과 수련(文)을 통해 덕(德)을 높이고 사람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논어등반학교에는 회사 운영의 지침을 얻고자 하는 출판사 대표부터 사람 보는 법과 처세술을 배우려는 공무원까지 다양한 이들이 모여든다. 조한나 출판사 대표는 "좋은 리더가 되고 싶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으며, 오지환 공무원은 "사람 보는 법이나 일할 때의 처세를 새롭게 알아가고 싶었다"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권혜진 CEO논어학교 학장(양현재앤컴퍼니 대표)은 "지금 시대는 각자 스스로 판단하고 자기 삶의 그림을 그려 나가야 하는 시대"라며, "그 방법 중 가장 경제적인 것이 고전을 읽는 것"이라고 말한다. CEO논어학교 역시 전·현직 CEO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이들이 소규모 강좌에 참여하며 논어의 지혜를 탐구한다.
이러한 관심 증가는 출판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김세미 북마스터는 "논어 관련 서적 출간이 예년에 비해 30% 이상 늘었고, 베스트셀러에도 자주 진입하며 판매가 많이 되고 있음을 실감한다"고 전했다.
<Chapter 2. 논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현대인들이 열광하는 논어는 과연 어떤 책일까? 전문가들은 논어가 단순한 철학 서적을 넘어, 조직 생활과 리더십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는 실용적인 지침서라고 입을 모은다.
권혜진 대표는 "논어의 진면목은 조직 사회에서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지, 리더가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주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자기 계발, 인간 관계, 리더십의 지혜가 담긴, 역사가 검증한 '조직생활 지침서'라는 것이다.
이한우 학교장 역시 논어를 "조직 이론"으로 해석하며, "국가가 탄생하고 혼란해지는 과정 속에서 공자의 고민은 '조직 건설' 문제였다"고 설명한다. 그는 "리더와 팔로워의 역할에 대해 논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메시지를 던진다"고 덧붙였다. 즉, 논어는 개인의 수양뿐만 아니라 조직 내에서의 역할과 책임, 관계 설정에 대한 구체적인 가르침을 준다는 것이다.
논어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 중 하나로 김은애 '일 잘하는 사람은 논어에서 배운다' 저자(그룹엠코리아 부사장)는 '지인용(知仁勇)'을 꼽는다. "지혜로운 자는 의심하지 않고(知者不惑), 어진 자는 근심하지 않으며(仁者不憂), 용기 있는 자는 두려워하지 않는다(勇者不懼)"는 공자의 말처럼, 현대 직장 생활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을 헤쳐나갈 지혜와 용기를 논어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권혜진 대표는 논어를 통해 "자신이 하는 일의 주인이 되어 주체적으로 임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서운해하지 않으니 군자가 아니겠는가(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라는 구절처럼, 외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내면의 힘을 기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한우 학교장은 논어에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추(推)', 즉 '미루어 헤아리는 능력'을 강조한다. 공자가 제자 자공에게 자신과 안회를 비교하게 했을 때, 자공은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지만, 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알 뿐입니다"라고 답했다. 이 일화는 안회의 탁월함이 바로 하나를 듣고도 필요한 업무나 상황을 미리 예측하여 빈틈없이 처리하는 '추(推)'의 능력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 '추(推)' 능력이야말로 일을 잘하는 핵심 역량이라고 이 학교장은 설명한다.
<Chapter 3. 삶의 지침이 되는 논어>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확실한 것이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 논어는 과거의 지혜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의 길을 찾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고전이 가진 힘은 시공을 초월하여 현대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논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논어를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태도'를 가르쳐주는 고전"이라고 평가한다. "사람을 보는 시각, 사람을 대하는 태도, 겸손함 등 능력만큼 중요한 태도를 논어를 통해 기를 수 있으며, 태도 역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하며 이것이 논어의 아름다움이라고 덧붙인다.
논어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권혜진 대표는 "논어만 보지 말고 당시의 역사를 함께 살펴보면 좋다"고 조언한다. 우리 조상들이 논어를 어떻게 해석하고 삶에 적용했는지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면 그 의미가 더 생생하게 다가오고 어렵다는 느낌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논어는 어떤 사람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까? 이한우 학교장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 조직 경험이 10년에서 15년 정도 쌓여 어려움도 겪어보고 앞으로 더 큰 리더로서 방향 설정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논어는 깊이 파고들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경험과 고민을 대입하여 논어를 읽는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결국,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삶의 지침을 얻고자 논어를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논어는 수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여전히 우리에게 관계 맺음의 방식, 조직 운영의 지혜,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바로 세우고 묵묵히 나아갈 힘을 주는 살아있는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