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 콜렉터 김대리 13화

영웅의 고독

by 공감디렉터J

사무실로 돌아오는 택시 안, 공기는 어색할 만큼 조용했다.

박팀장은 창밖만 바라볼 뿐 말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본 것을 소화하려 애쓰는 중이었다.

그가 아는 영업의 세계는 ‘관계’와 ‘술’과 ‘끈기’였다. 하지만 오늘 김대리가 보여준 것은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집요함데이터로 무장한 새로운 방식이었다. 그는 두려움과 함께 묘한 흥분을 느꼈다.


사무실 문이 열리자, 모두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로 향했다. 재판 결과를 기다리는 배심원들처럼.

김대리가 살아 돌아올지, 아니면 스파이로 끌려 나갈지,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었다.


박팀장은 자신의 자리로 가지 않고, 영업2팀의 한가운데에 섰다.

그리고는 나지막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양 건, PT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팀원들을, 특히 강대리를 쏘아보았다.


“그리고 확실히 해두지. 이번 건은 김대리가, 그 어떤 부정한 방법도 없이, 오직 자기 실력으로 만들어낸 결과다. 앞으로 이 건에 대해 불필요한 소리를 하거나 팀의 사기를 저해하는 언행을 하는 사람은, 내가 직접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겠다. 특히 강대리, 자네 말이야.”


공개적인 선언. 완벽한 사면과 동시에, 강대리에 대한 사망선고였다.

강대리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가 시뻘게 변했다. 그는 아무 대꾸도 못한 채, 자신의 자리에 주저앉았다.

지난 몇 주간 김대리를 옥죄던 의심의 사슬은 그렇게, 한순간에 박살 났다.


그때부터였다. 김대리를 향한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김대리님! 역시 저희 팀의 에이스십니다!”

“와, 진짜 존경합니다. 비결이 뭡니까?”


어제까지 그를 벌레 보듯 하던 동료들이었다. 그들은 이제 그를 영웅으로 추대하며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는 기계적으로 웃으며 대답했지만, 마음은 텅 빈 것처럼 공허했다. 승리의 기쁨은 잠시였다.

그는 자신이 올라선 ‘영웅의 자리’가 얼마나 위태롭고 외로운 곳인지 깨닫고 있었다.


그날 밤, 모두가 퇴근한 사무실에 홀로 남은 그는 검은 모니터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퀭한 눈, 푸석한 피부. 영웅이 아니라, 모든 것을 불태우고 재만 남은 소진된 몰골이었다.

그는 이 승리를 위해 이수진과의 아픈 추억을 짓밟았다. 그 죄책감은 성공이라는 달콤한 과실에 숨겨진 독처럼, 그의 혀끝을 아리게 했다.


그는 오한나의 연락처를 열었다. 이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 ‘나 이렇게 큰 건을 해냈어. 나도 이제 너의 세상에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아.’ 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이 사용한 방법, 그 과정에서 느꼈던 자기혐오를 떠올리자, 그녀 앞에 설 자격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조용히 스마트폰을 덮었다.


결국 그가 향한 곳은 집 근처의 포장마차였다.


“어이, 우주 영웅. 여긴 어쩐 일이야?”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조미란 사장이 어묵 하나를 입에 문 채 웃고 있었다. 그는 멋쩍게 웃으며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덕분에... 잘 해결됐습니다.”

“그럴 줄 알았어. 얼굴에 ‘나 이제 좀 대단한 놈임’ 하고 써 있네.”


그녀는 농담을 던졌지만, 이내 그의 공허한 눈빛을 읽었다.


“근데 왜 표정은 그래? 이겼는데도 시원찮아?”

“...제가 괴물이 된 것 같아서요.”


김대리가 힘겹게 내뱉었다. 조미란은 어묵 국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총각, 집 지었잖아. 이제 배 두드리면서 후회든 반성이든 천천히 해. 그럴 자격 있어.”


그녀는 잠시 하늘을 보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근데 그거 하나는 명심해. 괴물을 잡으려고 스스로 괴물이 될 필요는 없어. 정신 똑바로 차려야 돼. 안 그러면 진짜 돌아올 수 없게 되니까.”


그녀의 말이 묵직하게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는 영웅의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그 자리는 그가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새로운 전쟁터의 시작일 뿐이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