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한 협상, 판을 뒤집는 3가지 전략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는 순간, 소대리는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장대리와 김 부장은 성공적인 미팅 분위기에 들떠 있었지만, 소대리는 그럴 수 없었다.
‘미끼를 문 것이 아니었어. 우리가 함정으로 걸어 들어간 거야.’
한 이사의 통화 내용과 경호팀장의 등장은 명백한 신호였다. 명성그룹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아트 컬렉터 이지훈’과 ‘기획자 소민규’가 한패라는 사실을 눈치챘고, 이제 덫을 놓고 그들이 스스로 정체를 드러내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공동 프로젝트 제안은 그들에게 있어, 숲으로 도망친 사냥감을 다시 사냥터 안으로 불러들이는 완벽한 미끼였던 셈이다.
“소대리! 얼굴이 왜 그래? 너무 긴장해서 그런가? 오늘 아주 완벽했어!”
김 부장이 그의 어깨를 툭 쳤지만, 소대리는 웃을 수 없었다. 그는 장대리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의 눈빛이 ‘무슨 일 있느냐’고 묻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지금은 말할 수 없었다.
그날 저녁, 소대리는 이대리에게 이 사실을 모두 털어놓았다.
“그럼... 이 프로젝트, 당장 중단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대리가 심각하게 말했다.
“아니.” 소대리는 단호했다.
“오히려 더 깊숙이 들어가야 해.”
“제정신이야? 함정인 걸 알면서?”
“함정인 걸 아는 쪽이 유리한 거야, 이 싸움은. 적어도 이제 우리는 놈들의 의도를 알았어. 놈들은 우리를 명성그룹이라는 거대한 감옥 안에 가둬놓고, 우리가 가진 가면을 빼앗으려 할 거야. 그렇다면 우리는 그 감옥 안에서, 놈들이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싸워야 해.”
그의 눈은 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았다.
오히려 함정의 실체를 알게 되자, 역으로 싸움의 판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더 이상 사냥감이 아니었다. 함정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간, 위험한 플레이어였다.
며칠 뒤, 명성그룹으로부터 공식적인 계약 체결 의사가 담긴 회신이 왔다.
팀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하지만 소대리의 마음은 무거웠다.
이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장대리 역시 위험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게 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는 밤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든 그녀를 이 위험한 프로젝트에서 제외시켜야 했다. 그가 혼자 모든 것을 안고 가야 했다. 그가 막 김 부장에게 드릴 보고서를 작성하려던 그때, 장대리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손에는 따뜻한 커피 두 잔이 들려 있었다.
“혼자 너무 애쓰는 것 같아서요.”
그녀는 그의 맞은편에 앉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명성그룹 프로젝트, 단순한 업무가 아니죠?”
“......”
“미팅 끝나고 나오던 날, 민규 씨 표정 안 좋은 거 봤어요. 그리고 오늘까지 계속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 같아요. 나한테까지 숨길 필요 없어요. 이제 우리, 그런 사이 아니잖아요.”
소대리는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 그는 가면과 크로노스 클럽, 진 회장에 대한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이 위험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녀가 믿어줄까 걱정했지만, 장대리는 그의 말을 끝까지 묵묵히 들어주었다.
이야기가 끝나자, 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그럼 이제 내가 뭘 하면 되죠?”
“네?”
“나도 싸울래요. 민규 씨 혼자 그 무거운 짐을 지게 할 수는 없어요.”
그녀의 눈은 흔들림이 없었다. ‘지켜줘야 할 연인’이 아니라, ‘함께 싸울 동료’로서의 결의였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언론계에 오래 몸담고 있었기에, 명성그룹과 진 회장의 숨겨진 약점을 파고들 수 있는 자신만의 정보 라인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더 이상 가면 뒤에 숨어 우는 공주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전쟁터로 뛰어드는 여전사였다.
명성그룹 프로젝트는 공식적으로 킥오프되었다.
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명성그룹 측에서는 문화재단 소속의 ‘차민준’ 팀장을 공동 PM으로 파견했다. 그는 30대 중반의 스마트하고 젠틀한 인물로, 소대리의 기획안에 깊은 존경심을 표하며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소대리님 같은 분과 함께 일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가 가진 모든 자원과 정보를 동원해,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그의 부드러운 태도에 팀원들은 금세 경계를 풀었다. 하지만 소대리는 그를 온전히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진 회장의 제국에서 온 사람이었다. 아군을 가장한 감시자일 수도, 혹은 결정적인 순간에 등 뒤에서 칼을 꽂을 내부의 적일 수도 있었다.
소대리는 그와 협력하면서도, 그가 주고받는 모든 이메일과 보고 라인, 사소한 말 한마디까지 놓치지 않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적진의 한가운데서, 누구를 믿고 누구를 경계해야 할지 가려내는 고도의 심리전이 시작된 것이다.
프로젝트가 시작되자마자, 보이지 않는 압박이 시작되었다.
명성그룹 측은 약속했던 핵심 자료들의 공유를 ‘내부 보안 절차’를 핑계로 계속해서 미뤘다.
실무 회의는 번번이 취소되었고, 모든 의사결정은 차민준 팀장을 거쳐 한서희 이사에게 보고된 뒤에야 이루어졌다. 그들은 교묘하게 프로젝트의 속도를 늦추며, 소대리 팀의 애를 태우고 있었다.
“이거 완전히 우리를 길들이려는 거잖아.” 이대리가 분통을 터뜨렸다.
소대리는 이것이 진 회장의 방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서서히 압박의 강도를 높여,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내놓게 만드는 것. 그들이 원하는 것은 ‘가면’이었다. 프로젝트의 성공을 미끼로, 가면을 거래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끌려다닐 수만은 없어. 우리가 먼저 카드를 던져야 해.”
소대리는 장대리, 이대리와 함께 다시 작전 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장대리가 가져온 정보가 결정적인 돌파구가 되었다.
“알아냈어요. 진 회장에게 아킬레스건이 있어요.”
장대리의 아버지 인맥을 통해 알아낸 정보에 따르면, 진 회장은 현재 진행 중인 거대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 그룹의 명운을 걸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고, 현지 정부와 위험한 뒷거래를 한 정황이 포착되었다는 것이다.
“아직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은 극비 정보예요. 만약 이 사실이 터지면, 명성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어요.”
소대리의 눈이 빛났다.
“그거다. 그 비자금 내역. 우리가 그걸 손에 넣는 거야.”
적의 심장부로 들어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 심장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를 손에 넣어야 했다. 가면을 지키기 위한 싸움은, 이제 대한민국을 뒤흔들 수 있는 거대한 비자금 스캔들의 중심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은 거대한 제국의 가장 민감한 역린을 건드리려 하고 있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갑’의 위치에 있는 명성그룹의 교묘한 압박에 끌려다니는 소대리 팀!
당신도 업무에서 불리한 ‘을’의 입장에 놓여본 적 있나요?
수세에 몰린 협상 테이블에서 판을 뒤집는 3가지 전략을 소개합니다.
1.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라
상대가 의도적으로 협상을 지연시킬 때, “왜 빨리 안 해주시나요?”라며 조급해하는 것은 최악의 수입니다.
오히려 “덕분에 저희도 기획을 더 보완할 시간을 벌었네요. 감사합니다.”라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이세요.
그리고 그 시간 동안 플랜 B, 플랜 C를 준비하며 상대에게 ‘우리는 당신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인상을 주어야 합니다. 조급한 쪽이 결국 협상에서 지게 됩니다.
2. ‘쟁점’을 분리하고 작은 것부터 얻어내라
전체 프로젝트라는 거대한 덩어리를 놓고 싸우면, 힘이 약한 쪽은 모든 것을 내줄 수밖에 없습니다.
협상의 쟁점을 ‘자료 공유’, ‘의사결정 구조’, ‘예산 집행’ 등 최대한 잘게 쪼개세요. 그리고 그중 가장 얻어내기 쉬운 작은 것부터 합의를 이끌어내는 겁니다.
작은 성공 경험은 협상의 물꼬를 트고, 당신에게 심리적 우위를 가져다줍니다.
3. 상대의 ‘숨겨진 약점’을 파고들어라 (BATNA 활용)
협상의 핵심은 상대방의 ‘배트나(BATNA: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 협상이 결렬됐을 때의 최선의 대안)’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명성그룹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비자금 스캔들’입니다. 이처럼 상대방의 숨겨진 약점이나 그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파악하면, 나의 요구사항과 그것을 교환하는 새로운 협상 카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것이 초라해 보일지라도, 상대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를 수 있다면 전세는 역전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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