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같은 동료, 영리하게 협업하고 대처하는 법
명성그룹과의 공동 프로젝트 사무실은 평화로워 보였지만, 그 수면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소민규와 명성 측 PM 차민준 팀장은 체스판의 흑과 백처럼 서로를 마주한 채, 겉으로는 완벽한 협력자의 모습으로 매일 아침 인사를 나눴다.
“소대리님, 어제 보내주신 아이디어 스케치 정말 대단하더군요. 역시 천재적인 기획자이십니다.”
“아닙니다, 팀장님. 팀장님께서 명성 내부의 복잡한 프로세스를 잘 정리해주신 덕분이죠.”
두 사람은 서로를 칭찬하며 웃었지만, 그들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소대리는 차민준이 주고받는 모든 통화와 이메일, 그의 미세한 표정 변화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 신경을 곤두세웠다. 차민준 역시 소대리의 모든 행동을 예의주시하며, 그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려 애쓰고 있었다.
사무실은 두 스파이가 벌이는 치열한 심리전의 무대였다.
소대리가 적진의 한가운데서 조용히 움직이는 동안, 이대리는 바깥세상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적의 시선을 끄는 ‘미끼’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아트 컬렉터 이지훈’의 이름으로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고, 자신의 SNS에 곧 ‘신화 유물 전문 갤러리’를 오픈할 것이라는 계획을 떠벌렸다.
“예술은 소수만이 즐기는 고고한 취미가 아닙니다. 돈이 곧 예술이죠!”
그의 자극적인 발언은 연일 가십 기사로 실렸고, 진 회장의 감시망은 자연스럽게 그의 요란한 행보에 집중되었다. 이대리는 위험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었지만, 그의 연극 덕분에 소대리는 명성그룹 내부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벌고 있었다.
두 친구는 각자의 무대에서, 서로를 지키기 위한 위험한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소대리는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프로젝트의 ‘사회공헌’ 부분을 논의하는 회의 자리에서, 그는 첫 번째 탐색전을 던졌다.
“차 팀장님, 저희가 단순히 문화유산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명성그룹의 글로벌 위상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담아내면 좋겠습니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있으신가요?”
“예를 들면, 명성그룹이 현재 동남아 OOO 국가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자원 개발 사업이 있지 않습니까. 그 지역의 낙후된 환경을 개선하는 CSR 활동과 연계해서, ‘상생의 가치’를 담은 특별 VR 콘텐츠를 제작하는 겁니다. 그룹 이미지 제고에 엄청난 도움이 될 텐데요. 혹시 그 사업 관련해서 저희가 참고할 만한 자료를 좀 얻을 수 있을까요?”
그것은 완벽하게 ‘업무’의 탈을 쓴,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바로 장대리가 알아낸 불법 비자금의 출처가 되는 바로 그 사업.
소대리는 차민준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의 반응에 모든 것이 달려 있었다.
차민준의 젠틀한 미소에 처음으로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
그는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고 대답했다.
“아... 그 프로젝트 말입니까. 정말 좋은 아이디어십니다만, 해당 사업은 그룹의 최고 보안 등급으로 관리되는 건이라... 자료를 외부로 공유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한번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차민준은 곧장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의 상대는 한서희 이사였다.
“이사님, 차민준입니다. 소민규가... OOO 해외 사업에 대해 캐묻기 시작했습니다.”
[“.......”]
“어떻게 할까요?”
[“예상했던 바다. 절대 당황하지 마. 그가 원하는 대로 ‘자료’를 줘. 철저하게 검열된, 대외 홍보용 자료로. 그리고 계속 그를 시험해. 그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내.”]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차민준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덫에 걸린 쥐가, 생각보다 더 깊숙한 곳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이제 판은 더욱 위험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며칠 뒤, 차민준은 약속대로 OOO 해외 사업 관련 자료를 소대리에게 건넸다.
하지만 예상대로, 그 안에는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알 수 있는 피상적인 내용뿐, 그가 원하는 비자금의 흔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소대리는 거대한 벽에 부딪힌 기분이었다.
그날 밤, 그는 깊은 무력감에 휩싸인 채 집으로 돌아왔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그의 시선이, 그가 굳게 잠가두었던 책상 서랍으로 향했다.
그 안에, 웃음 가면이 있었다.
‘단 한 번만... 저 차민준이라는 놈의 머릿속을 꿰뚫어 볼 수만 있다면... 진 회장의 비밀 서류가 어디 있는지 알 수만 있다면...’
마지막 유혹이 지독한 향기처럼 피어올랐다.
그는 서랍을 열고, 오랜만에 가면과 마주했다. 여전히 비웃는 듯한 그 모습.
하지만 그는 가면을 집어 들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의 휴대폰을 들었다. 그곳에는 장대리의 사진이 있었다. 그녀의 신뢰 어린 눈빛. 이대리의 목숨을 건 연기.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겠다고 했던 굳은 맹세.
그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그에게는 가면의 마법보다 더 강력한, ‘사람’이라는 마법이 곁에 있었다.
소대리는 미련 없이 서랍을 닫고 잠가버렸다. 그것은 가면과의 완전한 결별 선언이었다.
바로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장대리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민규 씨, 좋은 소식이에요. 아버지께서 도와주셨어요. 예전에 명성그룹 비자금 사건을 파헤치다 의문사한 기자가 있는데, 그분의 미망인을 설득했대요. 그분이 남편의 유품을 가지고 우리를 만나주겠다고 해요.]
메시지를 보는 소대리의 눈이 커졌다. 굳게 닫혀있던 벽 너머에서, 새로운 문이 열리고 있었다.
가면이 아닌, 동료들의 신뢰와 용기가 만들어낸 문이었다. 어둠 속에서 마침내 한 줄기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적진의 스파이, 차민준과 아슬아슬한 협업을 시작한 소대리.
당신의 직장에도 우리 팀의 정보를 빼내거나, 협력하는 척하며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스파이’ 같은 동료가 있나요? 영리하게 대처하고 당신을 지키는 3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1.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문서’로 남겨라 (방어)
스파이형 동료와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원칙은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입니다.
구두로 협의한 내용은 반드시 미팅 직후 “오늘 논의한 내용 정리해서 보내드립니다.”라며 이메일로 공유하고, 중요한 요청이나 자료 전달은 반드시 사내 메신저나 이메일을 통해 진행하세요.
‘말 바꾸기’나 ‘책임 전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가장 강력한 방어막입니다.
2. ‘정보의 급’을 나누어 통제하라 (통제)
상대에게 모든 정보를 한 번에 공유하지 마세요.
소대리가 차민준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 탐색전을 펼쳤듯, 정보의 중요도에 따라 급을 나누어 단계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덜 중요한 정보부터 던져주며 상대의 반응과 신뢰도를 테스트하고, 핵심 정보는 끝까지 내가 쥐고 있어야 협상의 주도권을 잃지 않습니다. 상대가 내 카드를 다 알게 해서는 안 됩니다.
3. ‘공동의 적’을 만들어 같은 편으로 묶어라 (역이용)
때로는 스파이를 역으로 이용하는 대담함이 필요합니다.
스파이 역시 조직 내에서 자신의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압박을 받습니다.
그와 나, 우리 팀의 ‘공동의 적’(예: 경쟁사, 시장의 위기 등)을 설정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 둘에게 모두 이득이다”라는 공감대를 형성하세요. 그의 개인적인 목표와 나의 목표가 일치하는 지점을 찾아내면, 어제의 스파이가 오늘의 가장 강력한 아군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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