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백서<웃으면 복이 와요> 제24화

협상이 결렬된 순간, 판을 리셋하는 기술

by 공감디렉터J

1. 새로운 악마의 거래

[“미안하게 됐습니다. 처음부터 제 주군은 진 회장님이 아니라... 한 이사님이셨습니다.”]


차민준의 목소리가 헤드셋을 통해 소민규의 뇌리에 얼음송곳처럼 박혔다.

밴 안의 모든 희망이 한순간에 절망으로 바뀌었다.

그들이 맞서 싸운 것은 진성준이라는 늙은 괴물 하나가 아니었다.

그의 그림자 속에서, 더 젊고 교활한 새로운 괴물이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집무실 안.

한서희 이사는 비로소 완전한 승리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겁에 질린 이대리에게 다가가, 그가 손에 쥔 비밀 장부를 부드럽게 빼앗아 들었다.


“수고했어요, 이대리님.”


그녀는 장부를 가볍게 넘겨보더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나는 진 회장처럼 늙고 감정적이지 않아요. 나는 거래를 할 줄 아는 사람이죠.”


그녀는 이대리와, 헤드셋 너머의 소대리에게 제안을 던졌다.


“이 장부 사본도 내게 넘기세요. 그러면 당신들 모두, 조용히 살려드리죠. 그리고 약속할께요. 윤상호 상무님의 명예회복과 넉넉한 보상까지도. 어때요? 늙은 괴물보다는, 말이 통하는 새로운 주인이 더 낫지 않겠어요?”


그것은 자비가 아니었다. 자신의 쿠데타를 완벽하게 마무리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의 제안일 뿐이었다.


2. 기획자의 마지막 카드

밴 안은 침묵에 잠겨 있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 장대리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소대리를 바라보았다.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그의 눈만은 아직 죽지 않았다. 그는 미친 듯이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포기하지 마. 아직 끝나지 않았어. 판을 읽어. 이 여자의 약점은 뭐지?’


한서희. 그녀는 완벽주의자다. 그녀의 쿠데타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

그녀는 이 장부가 ‘진짜’라는 확신이 필요하고, 자신들의 ‘침묵’이 완벽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녀의 ‘확신’을 흔드는 것.


소대리는 결심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인생 최후의 기획안을 실행하기로.


그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가방을 열었다. 그 안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가져온,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었던 ‘웃음 가면’이 들어 있었다. 그는 가면을 움켜쥐고, 마이크의 송신 버튼을 눌렀다.


3.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거짓말

“이대리. 내 말 잘 들어.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토씨 하나 틀리지 말고 그대로 한 이사한테 전해.”


소대리의 목소리는 이대리의 귓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절망에 빠져 있던 이대리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한서희를 보며, 소대리가 불러주는 대사를 읊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 두려움 대신, 기묘한 자신감이 서려 있었다.


“이사님. 유감스럽지만... 그 장부, 가짜입니다.”


“...뭐라고?” 한 이사의 미간이 좁혀졌다.


“윤상무님도 알고 있는 사실을 이사님이 모르시다니... 그래요, 진짜 비밀 장부는 따로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진짜를 손에 넣으려면, 반드시 ‘웃음 가면’이 필요합니다.”


이대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가면 없이는, 진 회장님이 걸어두신 마지막 보안 장치를 풀 수 없도록 되어 있거든요. 이 장부는 그저, 가면을 가진 저희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였을 뿐입니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그 거짓말에는, 진실보다 더 강력한 설득력이 담겨 있었다.


4. 의심의 씨앗


한서희는 코웃음을 쳤다.


“죽기 직전에 발악하는 건가? 그런 유치한 신화 놀음에 내가 속을 것 같아?”


“그렇다면,” 이대리는 소대리의 목소리를 빌려, 그녀의 가장 깊은 곳을 파고들었다. “회장님께서 왜 그렇게 비이성적으로, 그 낡은 가면 따위에 집착하셨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한 이사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그녀는 누구보다 진 회장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가면을 되찾기 위한 그의 광적인 집착은, 그녀조차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이사님은 합리적인 분이죠. 하지만 진 회장님은 아닙니다. 그분의 광기가 바로... 저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보험입니다. 가면 없이는 이사님께서도 회장님의 진짜 비밀을 영원히 손에 넣을 수 없을 겁니다.”


완벽한 논리로 무장했던 한서희의 계산에, ‘광기’라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끼어들었다.

그녀는 소대리의 말을 온전히 믿을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었다.

만에 하나, 저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의 완벽한 계획에 치명적인 구멍이 생기는 셈이었다.

그녀의 마음속에, 작은 의심의 씨앗이 심어졌다.


5. 마지막 희망, 웃음 가면

한서희는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좋아. 당신들의 허풍이 어디까지 가는지 한번 보지.”


그녀는 경호팀에게 명령했다.


“이대리님과 윤상호 상무님을 일단 ‘손님’으로 정중히 모셔. 나머지는 그냥 보내줘.”


그녀는 소대리가 밴 안에서 모든 것을 지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것은 새로운 대치 국면의 시작이었다. 그녀는 이대리와 윤상호를 인질로 잡고, 소대리에게 가면을 가져와 그의 말이 진짜임을 증명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집무실의 문이 열리고, 이대리와 윤상호는 경호원들에게 끌려나갔다.


밴 안.

소대리는, 자신의 손에 들린 차가운 나무 가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를 일으켜 세웠고, 그를 유혹했으며, 그를 파멸 직전까지 몰고 갔던 바로 그 ‘웃음 가면’.

그가 자신의 힘으로 성장하며 벗어 던졌다고 생각했던 그 가면이, 역설적이게도 이제 그의 친구들과 동료들을 구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 되어 돌아왔다.


이제 그는 가면의 힘을 빌리는 것이 아니었다.

가면이라는 ‘존재’ 그 자체를, 자신의 가장 위험한 무기로 사용해야만 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소대리도 몰랐던 직장생활 꿀팁 #24. 협상이 결렬된 순간, 판을 리셋하는 기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된 순간, 대담한 거짓말로 판을 원점으로 되돌린 소대리.

협상이 결렬되거나 최악의 상황에 몰렸을 때, 모든 것을 포기하는 대신 판 자체를 ‘리셋’하는 위기관리 기술이 필요합니다.


1. 새로운 ‘변수’를 던져 판을 흔들어라

상대방이 모든 패를 읽고 승리를 확신했을 때, 그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변수를 던져야 합니다.

소대리가 ‘가면의 비밀’이라는, 합리적인 한 이사가 이해할 수 없는 ‘비논리적 변수’를 던진 것처럼 말이죠.

상대의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고, 그의 확신에 균열을 내는 것이 리셋의 첫 단계입니다.


2. ‘나만이 가진 정보’로 나의 가치를 재설정하라

상대가 나를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협상은 끝납니다.

“나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가면 없이는 진짜 비밀을 풀 수 없다’는 소대리의 주장은, 그들 팀의 가치를 ‘0’에서 ‘필수불가결’의 존재로 다시 끌어올렸습니다. 당신만이 가진 전문성, 정보, 인맥을 강조하며 당신의 몸값을 다시 설정하세요.


3. ‘최종 목표’를 수정하여 생존을 도모하라

처음의 목표가 ‘완벽한 승리’였다면, 판이 뒤집힌 순간에는 ‘생존 후 다음 기회 도모’로 목표를 수정하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소대리는 진 회장을 무너뜨리는 것에서, 일단 동료들을 구하고 다음 싸움을 준비하는 것으로 목표를 전환했습니다. 모든 것을 잃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다음 라운드로 갈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진정한 위기관리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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