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을 뒤흔드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
차가운 새벽 공기가 내려앉은 장대리의 오피스텔.
소대리는 거실 소파에 앉아 손에 들린 ‘웃음 가면’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불과 몇 시간 전, 그들은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손에 남은 것은 이 기묘한 나무 가면 하나와, 동료들을 잃었다는 뼈아픈 절망감뿐이었다.
“이제... 정말 어떡하죠?”
장대리가 그의 옆에 앉으며 물었다. 강인해 보이던 그녀의 목소리에도 물기가 묻어 있었다.
“이대리 씨랑 윤상무님은 잡혀가고, 비밀 장부는 한서희 손에 넘어갔어요. 우리한테 남은 카드가... 이제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소대리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는, 아주 오랜만에, 가면을 자신의 얼굴 가까이 들어 올렸다.
가면의 텅 빈 눈구멍 너머로 비치는 장대리의 절망적인 얼굴.
그는 이 가면 뒤에 숨어 세상을 두려워하던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다.
하지만 지금 그는 달랐다. 그는 더 이상 가면의 힘에 의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가면을 자신의 손에 든 ‘마지막 카드’로써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아니요, 한결 씨.” 그가 가면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우리에게는 아직 마지막 기획안이 남아있어요.”
그의 눈은 더 이상 절망이 아닌, 차가운 승부사의 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는 기획자였다.
모든 것이 무너진 잿더미 위에서, 단 하나의 변수를 활용해 판 전체를 뒤집는 최고의 기획자.
그리고 그 마지막 변수는 바로 ‘웃음 가면’이었다.
“한서희의 약점은, 그녀가 너무 합리적이라는 겁니다. 그녀는 진 회장의 ‘광기’를 이해하지 못해요. 우리가 던진 ‘가면이 있어야 진짜 비밀을 풀 수 있다’는 거짓말을, 그녀는 반신반의하면서도 확인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게 어떻게 기회가 되죠?”
“그녀는 확인을 위해 우리와 가면이 필요하죠. 반면, 진 회장은 어떤가요? 그는 가면을 되찾기 위해서라면 자기 제국이 무너지는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을 괴물입니다. 즉, 두 사람의 목표는 이제 달라졌어요.”
소대리는 결론을 말했다.
“우리는, 이 두 괴물이 서로를 물어뜯게 만드는 겁니다.”
그의 마지막 기획안은, 가면을 미끼로 두 괴물을 한 장소로 불러내 공멸시키는, 위험천만한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었다.
문제는 어떻게 진 회장에게 이 사실을 알리느냐였다.
한서희의 철통같은 감시망 속에서 외부와의 접촉은 불가능해 보였다.
“방법이 있습니다.”
그때, 장대리가 말했다.
“김지혁 기자의 유품 중에, 명성그룹 내부 통신망의 낡은 비상 프로토콜에 대한 메모가 있었어요.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오래된 임원들만이 아는 비상 연락망이라고.”
그리고 그 비상 연락망의 사용법을 아는 단 한 사람. 바로 윤상호였다.
이제 남은 것은, 감금되어 있는 윤상호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뿐. 소대리는 이대리를 믿기로 했다.
두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오랜 친구였다. 소대리는 아주 간단한 메시지를 휴대폰에 적었다.
[‘오래된 길’]
그는 믿었다. 이대리가 이 메시지를 어떻게든 보게 될 것이고, 그 뜻을 이해할 것이라고.
‘오래된 길’은 과거 두 사람이 힘들 때마다 함께 찾았던, 지금은 사라진 포장마차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곳은 윤상호가 과거에 즐겨 찾던 장소라고, 그의 파일에서 읽은 기억이 있었다. 그것은 ‘윤상호에게 옛 방식을 쓰라’는 암호였다.
명성그룹의 한 비밀 시설.
감금되어 있던 이대리는 화장실에 가는 틈을 타, 감시하는 경호원의 휴대폰을 슬쩍 보았다.
그의 개인 SNS에, 소대리가 보낸 듯한 ‘오래된 길’이라는 상호의 식당 추천 포스팅이 떠 있었다.
이대리는 그 의미를 즉시 깨닫고, 돌아와 윤상호에게 속삭였다.
“상무님. ‘오래된 길’로 가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날 밤, 윤상호는 경호원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척, 그만이 아는 낡은 방식으로 외부의 옛 충신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메시지는 여러 단계를 거쳐, 마침내 진성준 회장의 손에 들어갔다.
[한서희가 당신의 장부와 가면을 모두 손에 넣었습니다. 그녀의 다음 목표는 당신입니다.]
메시지를 읽는 진 회장의 밀랍인형 같은 얼굴에, 사상 처음으로 무언가 떠올랐다. 그것은 표정이 아니었다.
지진의 전조처럼, 얼굴 전체의 근육이 미세하게 뒤틀리는, 순수한 분노의 발작이었다.
그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하찮은 벌레들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믿었던 충견이 자신의 목을 물어뜯으려 했다는 것을. 소대리 팀의 침입, 장부의 탈취, 그리고 차민준의 행동까지. 모든 것이 한서희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거대한 쿠데타였음을.
콰지직!
그의 손에서 쥐고 있던 찻잔이 가루가 되어 부서졌다.
“...한...서희..”
감정 없는 목소리 대신, 쇳소리 같은 분노가 그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그는 즉시 자신의 비서실에 명령을 내렸다. 당장 소민규와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라고.
몇 시간 뒤, 소대리의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소민규냐.”]
진 회장의 목소리였다.
[“네놈의 하찮은 연극은 끝났다. 진짜 거래를 하지. 내일 정오. 명성 아트 갤러리 신관 개관식. 그곳으로 웃음 가면을 가지고 와라. 내 눈앞에서 한서희와 네놈들의 마지막을 모두 지켜봐 주겠다.”]
그는 장소와 시간을 통보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제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진 회장은 한서희를 잡기 위한 덫을 놓았고, 그 덫의 가장 중요한 미끼로 소대리와 ‘웃음 가면’을 선택한 것이다.
내일 정오, 명성 아트 갤러리. 그 화려한 무대 위에서, 두 괴물은 서로를 향해 이빨을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소대리와 장대리는, 그 괴물들의 싸움 한가운데로, 이 모든 것을 끝낼 마지막 기획안을 들고 걸어 들어가야만 했다.
소대리는 자신의 손에 들린 웃음 가면을 바라보았다. 이 가면은 그에게 웃음을 주었지만, 행복을 주진 못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이 가면을 이용해, 모두의 진짜 웃음을 되찾으려 하고 있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두 괴물, 진 회장과 한 이사를 서로 싸우게 만들어 판을 뒤집으려는 소대리.
당신의 직장에서도 강력한 두 세력(혹은 상사)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나요?
적의 힘으로 다른 적을 제압하는 ‘이이제이’ 전략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법을 소개합니다.
1. ‘공통의 적’이 아닌,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파악하라
두 세력을 싸우게 만들려면, 그들의 공통점이 아닌 차이점에 집중해야 합니다.
진 회장(가면=광기)과 한 이사(제국=실리)의 목표가 다르다는 것을 파악한 것처럼, 두 상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개인의 성과? 팀의 안정?)를 파악하세요.
그 이해관계의 균열 지점이 바로 당신이 파고들 틈입니다.
2. ‘직접’ 나서지 말고, ‘정보’를 흘려라
당신이 직접 한쪽 편을 들거나 다른 쪽을 비난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대신, 한쪽에 불리하고 다른 쪽에는 유리한 ‘객관적인 정보’나 ‘데이터’를 은근슬쩍 흘리세요.
“A상사님, B상사님이 추진하는 안건에 이런 리스크가 있다고 합니다”가 아니라, “팀장님, 최근에 나온 시장 분석 보고서를 보니 B안건에 이런 리스크가 있다고 합니다”처럼, 당신은 중립적인 정보 전달자의 위치를 고수해야 합니다.
3. 나는 언제나 ‘대안’을 가진 사람으로 포지셔닝하라
두 세력이 충돌하면, 조직은 혼란에 빠지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게 됩니다.
그때를 위해 당신은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그들의 싸움에서 한발 물러나, 두 사람의 대립을 넘어 조직 전체에 이득이 되는 ‘제3의 대안’을 미리 기획해두세요. 싸움이 격해져 모두가 지쳤을 때, 당신이 제시하는 합리적인 대안은 당신을 혼란의 해결사이자 진정한 승자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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