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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불을 삼켰다(1)

제1화: 지구 균열의 시작

by 공감디렉터J

300년. 한 왕조가 흥망성쇠를 겪고도 남을 시간,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한다는 그 시간 동안 후지산은 말이 없었다. 유려한 능선 위로 만년설을 하얗게 이고 선 모습은 마치 영원히 잠든 거인처럼 평화로웠다.

그 거인의 품에 안긴 작은 마을, 하코네의 관광객들은 엽서 속 풍경 같은 후지산을 배경으로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평화, 그것은 너무나도 당연해서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일상이었다.


하지만 도쿄 대학 지질 연구소의 다카하라 준 교수는 그 고요함 속에서 미세한 균열을 감지하고 있었다.

모니터 위를 흐르는 지진파 데이터가 지난 몇 주간 눈에 띄게 요동치고 있었다.

진폭은 미미했지만, 그 주기는 분명 평소와 달랐다. 마치 거인의 깊은 잠을 방해하는 불길한 속삭임 같았다.


“교수님, 너무 예민하십니다. 후지산은 안정기입니다. 이 정도의 미세 진동은 늘 있어왔습니다.”


조교의 무심한 말에 준은 대답 대신 마른 입술을 깨물었다.

학회에 제출한 ‘후지산 분화 가능성에 대한 긴급 보고서’는 근거 부족이라는 이유로 묵살당했다.

300년의 침묵이 만든 거대한 관성이 그의 경고를 비웃고 있었다. 그는 창밖으로 보이는 거대한 산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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