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피할 수 없는 운명
후지산이 쏟아낸 검은 재는 편서풍을 타고 태평양으로 끝없이 흘러갔다.
일본 열도는 순식간에 잿빛으로 뒤덮였고, 통신과 교통은 마비되었다.
다카하라 준은 무너진 연구실을 뒤로하고 비상 대피소로 향하는 인파 속을 정처 없이 걸었다.
귓가에는 사람들의 비명과 사이렌 소리가 뒤엉켜 지옥의 교향곡처럼 울려 퍼졌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내가 막을 수 있었어.’
묵살당한 보고서의 글자들이 잿가루처럼 눈앞을 맴돌았다. 무력감은 이내 차가운 분노로 변해갔다.
이건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다. 무지와 오만이 부른 인재(人災)다. 그리고 그는 이 재앙을 외면한 모두에게 책임을 묻기로 결심했다.
같은 시각, 대한민국 청와대 지하 벙커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긴급 재난 대책 회의에 참석한 이수민은 스크린에 띄워진 백두산 데이터를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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