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주부전: 음모의 기록(8)

제8편 – 공범의 얼굴

by 공감디렉터J


“수달이 사라졌다.”


거북은 그동안 은밀한 거래를 감시해 온 갈매기의 시야에서 수달이 사라졌다는 얘기를 듣고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수달이 용왕의 감시망에 걸렸다는 최악의 시나리오.

그가 목숨을 걸고 가져오려던 데이터 칩, 즉 육지와 바다를 잇는 거대한 음모의 증거는 이제 행방이 묘연해졌다. 거북은 처음으로 자신의 계획에 없던 변수와 마주했다.


“젠장... 판이 너무 커졌어.”


그는 이례적으로 초조함을 느끼며 비밀리에 토끼에게 연락을 취했다.

둘은 인적이 드문 새벽, 폐쇄된 경주로의 관람석 가장 높은 곳에서 만났다.

한때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던 두 경쟁자가 처음으로 마주 앉았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먼저 입을 연 것은 거북이었다.


“자네나 나나, 지금 거대한 연극의 주인공으로 놀아나고 있더군.”


거북은 수달에게 들은 정보—육지의 베팅판과 용궁의 비자금, 그리고 ‘토끼 간’ 시나리오의 진짜 목적—를 간략하게 털어놓았다.

토끼의 얼굴은 분노와 당혹감으로 일그러졌다. 자신이 스타라는 허상에 취해 놀아나는 동안, 거대한 덫이 자신을 제물로 삼기 위해 조여오고 있었던 것이다.


“여우... 그 자식이 처음부터 전부 꾸민 일이었어.”

“여우는 기획자일 뿐. 진짜 몸통은 바다에 있네. 용왕과 그의 수하들이지.”


거북의 차가운 말에 토끼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평생의 라이벌인 거북이 미웠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거대한 적과 싸워야 했다. 거북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의 ‘느림의 서사’도 용궁의 거대한 시나리오 앞에서는 한낱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했다.


“어떻게 할 생각이지?” 토끼가 물었다.

“일단은... 힘을 합치는 수밖에.” 거북이 답했다.


그렇게 역사상 가장 어색한 동맹이 결성되었다.

둘은 서로가 가진 정보를 공유하며 판을 뒤집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거북의 전략적 두뇌와 토끼의 대중적 영향력이 결합된다면 승산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 속에는 여전히 서로를 향한 의심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 협력은 생존을 위한 임시방편일 뿐, 위기가 끝나면 언제든 서로의 등에 칼을 꽂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둘을 관람석 아래 어둠 속에서 지켜보는 또 다른 눈이 있었다. 여우였다.


‘드디어 두 주인공이 손을 잡았군. 이제 이야기는 클라이맥스로 치닫게 되겠지.’


그에게 토끼와 거북의 동맹은 위기가 아니라, 더 큰 판을 만들 절호의 기회였다.

그는 두 존재를 동시에 이용하며,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마지막 쇼를 준비하고 있었다.




경쟁자는 공범이 될 수 있고, 공범은 언제든 경쟁자가 된다.


편집자의 주: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라는 말은 사실 ‘내일은 다시 적이 될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 세상에 영원한 관계는 없다. 오직 영원한 이익만 있을 뿐. 당신의 직장 동료를 떠올려보라. 이해가 빠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