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주부전: 음모의 기록(11)

제11편 – 무너진 옥좌

by 공감디렉터J

토끼를 포박한 상어 군단이 용궁으로 개선했다는 속보에 용왕은 경악했다.


“뭣이? 늑대와 호랑이들은 뭘 하고... 그나저나 토끼는 이리 빨리 잡았단 말이냐!”


아직 상어 잔당 숙청이 끝나지 않은 상황, 용왕과 그의 신하들은 당황하며 부랴부랴 소란의 흔적을 감추기 시작했다.


“상어 장군, 정말 대단한 일을 해내었소!”

“진작에 토끼를 잡아 대령하지 못한 소인을 엄히 다스려 주십시오.”


서로의 속마음을 감춘 채 역겨운 인사치레가 오갔다. 용왕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럼 어서 저 토끼의 배를 갈라 간을 대령하도록 하라!”


그때, 포박당한 토끼가 당당하게 외쳤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제 간은 지금 육지 보건소에 냉장 보관 중입니다.”

“네놈이 용왕을 능멸하는 것이냐! 여봐라, 저놈을 당장 죽여라!”

“그렇다면 병들지도 않은 자가 병상에 누워 환자 행세를 하고, 바다와 육지가 은밀히 금품을 주고받으며 내통하는 것은 말이 되는 소립니까!”


용왕과 문어 박사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망발을 지껄이느냐! 당장 저들을 모두 죽여라!”


토끼가 다시 외쳤다.


“동물연합헌법 제1조 2항! 하늘, 땅, 바다의 모든 생명은 법 앞에 평등하다! 제17조 4항! 생존 목적이 아닌, 보신이나 쾌락을 위해 타 생명을 해하려 도모한 자는 영구 격리형에 처한다!”


그와 동시에, 두꺼비가 재생한 데이터 칩에서 용왕의 추악한 목소리가 용궁 전체에 울려 퍼졌다.

모든 음모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궁지에 몰린 용왕 세력은 최후의 발악을 시작했다.


화려했던 용궁은 순식간에 피와 산호 조각이 뒤엉킨 아비규환의 전쟁터로 변했다.

백상아리 장군은 피를 뒤집어쓴 채 옥좌를 향해 돌진했다. 그의 앞을 늙은 문어 박사가 여덟 개의 다리로 막아섰지만, 장군의 분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마침내, 장군은 용왕의 침전 문을 부수고 들어섰다. 옥좌에 앉은 용왕은 칼을 들고 있었다.


“네놈의 반란은 실패할 것이다!”

“네놈의 배신이 먼저였다!”


두 권력자의 마지막 싸움 끝에, 장군의 이빨이 용왕의 숨을 끊었다.

붉은 피가 옥좌를 물들였고, 장기 집권의 야망은 차가운 시체가 되어 나뒹굴었다.

전투는 끝났지만, 폐허가 된 용궁에는 승리의 함성 대신 지독한 허무함만이 가득했다.




거짓으로 쌓은 성은, 무너질 때 더 많은 파편을 남긴다.


편집자의 주: 명분이 아무리 그럴싸해도, 결국 싸움의 끝에 남는 건 부서진 건물과 청구서뿐이다. 전쟁을 일으킨 자는 꼭 기억해야 한다. 당신은 이길 수 있어도, 당신의 후손은 그 빚을 갚아야 한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