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편 – 다시 쓰이는 우화
용궁의 내전은 동물연합 재판부의 판결로 마무리되었다.
폭군을 처단했지만, 반란을 도모하고 용궁을 폐허로 만든 죄로 백상아리 장군과 그의 파벌은 깊은 해저 감옥에 갇혔다. 바다의 권력은 공백이 되었고, 혼란을 수습한 거북이 원로들의 추대 형식으로 새로운 용왕의 자리에 올랐다.
옥좌에 앉은 거북은 토끼와 여우를 불렀다.
폐허가 된 궁전에는 아직도 비릿한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이 피비린내 나는 진실을 그대로 역사에 남길 수는 없네.” 거북이 옥좌에 앉아 나지막이 말했다.
토끼가 떨떠름하게 반문했다.
“그럼 이 모든 일을 없던 걸로 하자고? 죽어 나간 동물들은 뭐가 되고?”
여우가 부드럽게 끼어들었다.
“토끼 선생, 진실은 때로 너무 무겁고 날카로워서 모두를 다치게 하오. 대중에겐 진실 그 자체가 아니라, 진실을 딛고 나아갈 ‘희망’이 필요한 법이지. 즉,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뜻이오.”
셋은 오랫동안 머리를 맞댔다. 그리고 거북은 새로운 용왕의 이름으로 몇 가지 법령을 선포했다.
첫째, 선왕의 비극을 거울삼아, 앞으로 군주의 건강은 숨기지 않고 만천하에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칙령으로 정한다. 이것이 훗날 ‘왕실 건강 백서’의 유래가 되었다.
둘째, 상어 장군의 폭력과 경주 도박이 부른 참사를 막기 위해, 종족 간의 분쟁을 유발하는 모든 사행성 경주를 금지한다. 이로써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동물들의 경주 문화는 막을 내렸고, ‘종간(種間) 평화유지법’의 초석이 마련되었다.
그리고 여우는 이 모든 법령의 탄생 배경을 담을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새로운 ‘별주부전’ 속에서 용왕은 정말 아팠고, 거북은 흔들림 없는 충신이었으며, 토끼는 간을 빼앗길 위기에서 기지와 재치로 목숨을 구한 영웅이 되었다.
권력 다툼, 비자금, 숙청의 흔적은 깨끗이 지워졌다. 그 자리엔 ‘지혜와 충성’이라는 단순하고 아름다운 교훈만이 남았다.
수 세기 후, 고고음향학자 아린의 연구실.
모니터 위로 음성 파형이 마지막 문장을 그리며 멈췄다.
낡은 거북 등껍질에서 흘러나온 기나긴 대서사시의 끝이었다.
아린은 한동안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 그녀가 어릴 적 할머니에게 듣던, 지혜와 용기의 상징이었던 이야기가 사실은 한 시대의 비극을 덮기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프로파간다였다니.
“잔인할 정도로... 아름다운 거짓말이군.”
그녀는 중얼거렸다. 과학자로서의 양심은 이 엄청난 진실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외쳤다.
‘전래동화 별주부전의 정치적 기원에 대한 음향 고고학적 고찰.’
학계를 뒤흔들 엄청난 논문이 될 터였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마지막에 기록된 거북과 토끼의 대화가 떠나지 않았다.
“훗날, 우리를 뭐라고 기억할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네. 진실은 우리만 알면 된 걸세... 나머지는 그저 새로운 이야기가 되겠지.”
아린은 창밖을 보았다. 세상은 평화로웠다.
아이들은 여전히 별주부전 동화를 읽으며 지혜와 용기를 배울 것이다.
그녀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논문의 제목을 조용히 수정했다.
「음향 화석과 서사 단층 연구: 설화 ‘별주부전’에 나타난 구전(口傳)의 다층적 구조에 대한 사례 분석」
진실을 폭로하는 대신, 훗날 누군가 이정표를 보고 찾아낼 수 있도록 작은 팻말 하나를 세워두기로 한 것이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 앞에서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 아니라, 가장 평화로운 이야기를 쓰는 자의 작품이다.
편집자의 주: 우리가 배우는 위인전이나 역사는 과연 몇 퍼센트의 진실을 담고 있을까? 어쩌면 역사란, 거대한 ‘편집자의 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더 재미있고 교훈적인 것처럼 윤색된 이야기. 그래서 역사를 배울 땐 항상 의심해야 한다. 이 이야기로 이득을 보는 자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