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택시: 그녀와의 마지막 노래

두번째 에피소드

by 공감디렉터J


가을비가 도시의 네온사인을 번지게 하던 늦은 밤이었다.

홍대 앞 어느 벤치, 흠뻑 젖은 채 기타 케이스를 끌어안고 있는 청년 앞에 이별택시가 멈춰 섰다.

스르륵, 소리 없이 조수석 문이 열렸다.

멍한 눈으로 한참을 응시하던 청년, 민준은 홀린 듯 택시에 몸을 실었다.

문이 닫히자, 차 안은 세상의 모든 소음이 차단된 듯 고요했다.


“......”


김기사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백미러로 민준의 젖은 머리카락과 초점 없는 눈동자를 비출 뿐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정적을 깬 것은 민준의 작은 흐느낌이었다.


“음악... 이제 그만하려고요.”


그의 목소리는 빗물에 젖은 낙엽처럼 축축하고 힘이 없었다. 그는 대학을 갓 졸업한 스물넷의 뮤지션이었다. 그의 세상은 온통 ‘그녀’와 ‘음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둘은 같은 과 캠퍼스 커플이었고, 함께 노래를 만들고 부르며 미래를 그렸다. 그녀의 웃음은 곧 멜로디였고, 그의 코드는 그녀를 향한 고백이었다.


“이제 헤어졌어요. 걔가 그러더군요. ‘네 음악, 이제 지겨워.’라고.”


민준의 손이 기타 케이스를 부서져라 움켜쥐었다.

그녀가 떠난 것은 단순히 연인의 부재가 아니었다. 자신의 음악 세계가 통째로 부정당하고 무너져 내리는 경험이었다. 그녀가 없는 세상에서, 그녀에게 들려주지 못할 노래를 만드는 것은 무의미했다.

기타의 여섯 줄은 더 이상 아름다운 화음을 내는 도구가 아니라,

자신의 심장을 옥죄는 여섯 개의 족쇄처럼 느껴졌다.


“이 기타도 버릴 겁니다. 함께 샀던 거거든요. 이걸 볼 때마다... 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미치겠어요.”


그의 이야기가 끝났을 때, 택시는 어느덧 한강 다리 위를 지나고 있었다.

김기사는 말없이 라디오를 틀었다. 시끄러운 대중가요 대신, 잔잔한 피아노 연주곡이 흘러나왔다.

화려한 기교는 없지만, 투명하고 진솔한 멜로디였다. 민준은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불빛들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음악은 죄가 없었다. 자신을 위로하는 선율 앞에서 그는 속수무책이었다.


택시는 강변북로의 한적한 갓길에 멈췄다. 목적지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승객의 마음이 멈추는 곳이 곧 종착지였다.

민준의 눈앞, 택시 미터기 자리에 두 개의 버튼이 켜졌다.


[ 치유 ] / [ 권고 ]


한참을 망설이던 민준의 손가락이 [치유] 버튼을 조심스럽게 눌렀다. 그러자 김기사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


“음악은 당신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잠시 놓았을 뿐이지.”


짧은 한마디. 그러나 그 어떤 위로보다도 무겁게 민준의 마음에 내려앉았다.

택시 문이 열리고, 민준은 차에서 내렸다. 그는 더 이상 기타 케이스를 원망스럽게 끌어안고 있지 않았다.

마치 소중한 친구의 손을 잡듯,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쥐었다.

김기사는 묵묵히 민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청년은 한참을 강가에 서서 흐르는 물결을 바라보더니, 결심한 듯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가는 길이리라. 그의 방으로, 그리고 그의 음악으로.


이별택시는 다시 어둠 속으로 스며들며 조용히 질주를 시작했다. 내일의 승객을 위해.



가장 사랑했던 것을 되찾기 위해선,
가장 사랑했던 기억과 먼저 이별해야 할 때가 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