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번째 에피소드
오늘 밤, 이별택시는 승객을 태우지 않고 서울의 내부순환로를 묵묵히 달리고 있었다.
창밖으로 터지는 불꽃놀이의 섬광이 어두운 차 안을 잠시 비췄다.
꽝. 둔탁하게 울리는 소리.
김기사는 자신도 모르게 핸들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 소리는, 언제나 그를 그날의 전장으로 데려갔다.
이 택시는 나의 구원이었다. 그리고 나의 속죄가 되었다. 나 역시, 한때 이 택시의 절박한 승객이었으므로.
십여 년 전, 해외 파병을 마치고 갓 전역한 20대의 김기사는 서울 한복판에서 길을 잃었다.
롯데월드에서 흘러나오는 평화로운 음악 소리, 연인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이명처럼 그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그의 눈에는 총성과 흙먼지,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눈을 감지 못했던 전우의 얼굴만이 어른거렸다.
그는 살아 돌아왔지만, 그의 영혼은 그곳에 두고 왔다.
그는 사람을 죽였다. 그것이 명령이었고 임무였지만, 방아쇠를 당기던 손의 감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평화로운 일상에 섞여 들어갈 수 없는 자신은, 괴물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했다. 생존은 축복이 아닌 저주였다. 그는 이 지긋지긋한 죄책감과 이별하기 위해, 즉 삶과 이별하기 위해 한강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가 벤치에서 일어섰을 때, 이별택시가 그의 모든 절망을 안다는 듯이 앞에 멈춰 섰다.
운전석에는 희끗한 머리의 선대 기사가 앉아 있었다.
젊은 김기사는 차 안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그의 트라우마는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선대 기사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음에도 모든 것을 이해하는 듯, 묵묵히 차를 몰아 국립서울현충원 앞에 멈췄다. 수많은 영령이 잠든 곳, 그가 돌아오지 못한 전우들에게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 치유 ] / [ 권고 ]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구원 혹은 위로가 절실했다.
그는 무너져 내리는 심정으로 [치유]를 눌렀다.
그러자 선대 기사가, 그의 남은 인생을 바꿔놓은 한마디를 건넸다.
“그곳의 흙먼지를 묻히고 돌아온 것은 당신의 죄가 아닙니다. 살아남은 자의 몫은 죽은 자를 대신해, 그들이 보지 못할 내일의 아침을 성실하게 살아내는 것입니다. 그것이 전우를 향한 가장 거룩한 추모입니다.”
죄가 아니라고. 살아남은 것이 의무라고. 그 말은 총탄처럼 그의 심장에 박혔다.
그것은 그가 평생을 짊어져야 할 죄책감을, 평생을 바쳐 지켜내야 할 ‘사명’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는 차에서 내려 전우들의 묘비 앞에서 밤새도록 울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일의 아침을 살아내야겠다고 다짐했다.
며칠 후, 그는 다시 선대 기사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의 뒤를 이어, 이별택시의 운전대를 잡았다.
다시 현재. 김기사는 불꽃놀이가 끝난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매일 밤 전우들의 꿈을 꾼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악몽이 아니다. 그는 오늘 만날 또 다른 절박한 영혼을 위해, 그가 살아내고 있는 ‘내일’을 향해 조용히 액셀을 밟았다.
가장 어두운 기억을 가진 사람만이,
가장 절박한 영혼에게 기꺼이 자신의 어깨를 내어줄 수 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