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 과거의 종언
2027년 4월 5일.
마에스트로 권도윤이 체포되고 일주일이 지났다.
무대 뒤 어둠 속으로 사라진 권도윤은 멀리 가지 못했다. 출동한 경찰특공대에 의해 그는 오페라 하우스 지하, 자신만의 작은 지휘실에서 허무하게 체포되었다. 그의 거대한 악의 연대기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은 없었다.
사무실로 돌아온 팀원들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흘렸다.
그들은 이겼지만, 누구도 상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강태우는 창밖을 바라보며 11년 전을 떠올렸다.
"팀장님."
이지수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괜찮으세요?"
"...아니요. 괜찮지 않아요."
강태우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괜찮아질 거예요. 언젠가는."
며칠 후.
강태우는 낡은 빌라의 문을 다시 두드렸다.
11년 전, 자신이 괴물로 만들었던 무고한 조각가 윤재혁의 노모 앞이었다.
그는 경찰이 권도윤의 범죄 사실을 공식 발표한 신문을 조용히 내밀었다. 아들의 누명이 완전히 벗겨졌다는 사실에 노모는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정말... 죄송했습니다."
강태우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11년 전, 제가 제대로 수사했더라면... 재혁 씨가 그런 고통을 겪지 않았을 텐데..."
그의 사과는 여전히 늦었지만, 이번에는 진심이었다.
노모는 떨리는 손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용서의 말은 없었지만, 그 온기만으로도 강태우는 오랫동안 자신을 짓눌렀던 죄책감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다.
"재혁이가... 범인이 아니었다는 걸 세상이 알게 됐어요. 그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노모의 목소리는 떨렸다.
강태우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는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같은 날 오후.
한서진은 언니의 묘비 앞에 섰다.
그녀의 손에는 국화꽃 한 다발과 함께, 권도윤에게 조종당했던 진범의 재판 결과가 담긴 서류가 들려 있었다.
법의 심판은 끝났다.
"언니..."
한서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16년이 걸렸어요. 하지만... 범인을 잡았어요."
그녀는 16년 만에 처음으로, 차가운 법의학자가 아닌 동생의 얼굴로 언니의 묘비 앞에서 소리 내어 울었다.
빗물처럼 쏟아지는 눈물은 그녀의 상처를 씻어내는 정화의 강물과도 같았다.
"언니... 미안해요. 늦어서... 정말 미안해요..."
그녀는 묘비에 이마를 대고 한참을 울었다.
같은 날 저녁.
박유진은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권도윤의 자백을 토대로, 경기도 가평의 한 야산에서 신원 미상의 유골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국과수의 DNA 감식 결과, 유골은 21년 전 실종된 그녀의 동생 유미가 맞았다.
21년의 기다림 끝에 마주한 진실은, 벅찬 해후가 아닌 새로운 슬픔의 시작이었다.
박유진은 작은 유골함을 받아들었다. 그 안에는 동생의 뼈 조각들이 들어 있었다.
21년 동안 찾아 헤맸던 동생. 그녀는 유골함을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유미야... 언니가 늦었어. 정말... 미안해..."
하지만 이제 그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의 곁에는 함께 울어주는 동료들이 있었다.
강태우, 한서진, 오민재, 이지수. 모두가 그녀의 곁에서 함께 눈물을 흘렸다.
오민재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작은 재단을 설립했다.
[민서 재단 - 사이버 폭력 피해자 지원센터]
사이버 폭력 피해자들의 심리 치료와 법률 지원을 돕는 곳이었다.
그는 더 이상 7년 전의 후회 속에 자신을 가두지 않았다.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다른 누군가의 동생을 지키는 책임감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재단 개소식 날, 그는 환하게 웃는 동생의 사진 앞에서 조용히 속삭였다.
"민서야, 오빠가 이제야... 네게 진 빚을 갚아나가려고 해."
2027년 4월 15일.
미스터리 수사대 사무실.
벽에 복잡하게 얽혀 있던 사건 관계도가 깨끗하게 정리되었다.
22년간의 비극을 연결했던 붉은 실들이 모두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팀원들이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이 새로 걸렸다. 사진 속에서 그들은 여전히 어딘가 슬퍼 보였지만, 그 슬픔 너머로 서로를 향한 단단한 믿음과 온기가 느껴졌다.
그들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과거는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며, 흉터처럼 남아 그들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그 상처를 똑바로 마주하고, 서로를 보듬으며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었다.
"다들 커피 한잔할까요?"
이지수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좋죠."
강태우가 미소 지었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주름이 깊게 패여 있었지만, 눈빛은 예전보다 밝았다.
팀원들은 사무실 한쪽에 모여 앉아 커피를 마셨다. 그들은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신,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음엔 어떤 사건을 맡을까요?"
박유진이 물었다.
"글쎄요. 우리가 찾아가지 않아도, 사건이 우리를 찾아올 거예요."
강태우가 대답했다.
"그럼 우리는 언제나처럼, 진실을 찾으러 가면 되겠네요."
한서진이 미소 지었다.
그들의 수사는 끝났지만,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도시의 그림자는 여전히 어딘가에서 새로운 비명을 삼키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비명이 들리는 곳에, 미스터리 수사대는 언제나 함께할 것이다.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에필로그]
그날 밤, 강태우는 오래된 경찰 배지를 서랍 깊숙이 넣었다. 권도윤이 보낸 그 배지. 그는 더 이상 그것을 보며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다.
한서진은 언니의 사진을 책상 위에 놓았다.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 언니는 그녀의 과거이자, 그녀를 만든 이유였다.
박유진은 동생의 유골함을 가족묘에 안치했다. 21년 만에 동생은 집으로 돌아왔다.
오민재는 재단 사무실에서 첫 상담을 시작했다. 사이버 폭력 피해자인 한 고등학생이 그를 찾아왔다.
그는 동생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그 학생에게 했다.
"괜찮아요. 당신의 고통은 진짜예요. 그리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이지수는 새로운 사건 의뢰서를 검토하고 있었다.
도시의 비명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준비되어 있었다.
미스터리 수사대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이 우리가 진정 누구인지를 보여준단다.
(It is our choices, Harry, that show what we truly are,
far more than our abilities)
- 알버스 덤블도어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