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엇갈리는 풍경
출근길, 김 부장은 익숙한 자신의 SUV 차량에 몸을 실었다.
이미 대부분의 차량이 AI 기반의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직접 운전하는 것을 선호했다. 두 손으로 핸들을 잡고 페달을 밟는 감각은 그에게 일종의 안정감을 주었다. 그의 옆 차선으로는 AI 택시들이 승객을 태우고 유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회사에 도착하자, 스마트 오피스 시스템이 자동으로 그를 인식하고 개인 맞춤형 업무 환경을 설정했다.
사무실은 이전보다 훨씬 조용하고 효율적인 분위기였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자신의 개인 AI 비서와 무선 이어폰으로 소통하며 업무를 처리했다.
"아리아, 오늘 오전 10시 마케팅 회의 자료 준비됐어?"
30대 초반의 이지혜 주임이 물었다. 그녀의 음성이 인식되자마자, 개인 업무 공간의 홀로그램 디스플레이에 관련 자료들이 팝업창처럼 나타났다.
박선우 대리는 AI 기반의 고객 분석 플랫폼 ‘인사이트’를 띄워놓고 미팅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인사이트, 지난달 VIP 고객들의 상품 구매 패턴 심층 분석 보고서 최신 버전으로 보여줘."
김 부장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익숙한 업무용 PC를 켰다.
그는 여전히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는 방식이 편했다.
그의 옆자리에 앉은 최민준 사원은 VR 헤드셋을 착용한 채 가상 회의실로 접속하고 있었다.
오전 회의 시간, 회의실 중앙의 대형 홀로그램 스크린에는 각 부서의 실시간 데이터가 다채로운 그래프와 차트로 시각화되어 나타났다.
이주임은 AI 마케팅 솔루션 ‘애드플러스’가 분석한 다음 달 광고 캠페인 최적화 방안을 발표하며 팀원들의 의견을 구했다.
나현수 연구원은 AI 디자인 플랫폼 ‘크리에이트X’를 통해 개발 중인 스마트 가전의 새로운 디자인 시안을 3D 홀로그램으로 선보였다. 직원들은 각자의 스마트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질문을 던지거나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김 부장의 차례가 되자, 그는 준비해 온 USB를 노트북에 꽂았다.
"지난 분기 실적 보고입니다."
그의 발표 화면이 연결되자, 회의실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어색해졌다. 다른 팀장들의 보고가 AI 기반의 데이터 분석과 예측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반면, 그의 보고서는 과거의 실적 수치와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보고가 끝나자, 평소 김 부장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강승현 팀장이 날카롭게 지적했다.
"부장님, 저희는 이제 ‘애널리틱스Pro’를 통해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다음부터는 AI가 분석한 자료를 기반으로 보고해 주시면 훨씬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김 부장은 속으로 불편한 감정을 감췄다.
'저렇게 숫자로만 모든 걸 판단하니 인간적인 맥락이 사라지는 것 같아. 실적 뒤에 숨겨진 노력과 과정은 누가 알아준단 말인가'
점심시간, 사내 식당은 활기찬 분위기였다.
AI 푸드봇 ‘셰프봇’이 다양한 메뉴를 능숙하게 요리하고 있었고, AI 영양사 앱 ‘헬스핏’은 각자의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식단을 추천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글래스를 통해 AI와 소통하며 식사를 했지만, 김 부장은 혼자 조용한 테이블에 앉아 뉴스 앱을 보고 있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