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프롬프트 (The Prompt) 시즌1 : 편집된 낙원
거실 소파에 깊숙이 파묻힌 채, 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TV 화면을 노려보고 있었다.
화면 속에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톱스타 '강준우’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다.
불과 3일 전, 과거 학교 폭력과 갑질 논란이 터지기 전까지는 지훈 역시 저 미소에 속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저 뻔뻔한 낯짝을 보니 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채널을 돌리려는 찰나, 화면 우측 하단에 반짝이는 작은 아이콘이 눈에 들어왔다.
[Deep Mask ON/OFF]
지훈은 홀린 듯 리모컨의 파란 버튼을 눌렀다. 순간, 화면이 지직거리며 0.5초간의 딜레이가 발생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강준우의 얼굴이 스르르 녹아내리는가 싶더니, 전혀 다른 남자의 얼굴로 재조립되었다.
지훈이 가장 호감을 느끼는 배우, '이서진’의 얼굴이었다. 목소리는 AI가 변조해 이서진의 톤과 완벽하게 일치시켰다. 논란의 중심에 선 강준우는 온데간데없고, 젠틀하고 유머러스한 이서진이 화면 속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지훈의 입가에 그제야 미소가 번졌다.
“진작 쓸걸. 세상 편하네.”
방송국 부조정실, 오상진 PD는 모니터 룸을 가득 채운 수십 개의 화면을 응시하며 마른세수를 했다.
연애 리얼리티 쇼 <썸의 온도> 시즌 피날레 생방송 1시간 전이었다. 분위기는 초상집 그 자체였다.
출연자 강준우의 논란으로 시청자 게시판은 '폐지하라’는 아우성으로 도배된 상태였다. 하지만 광고 위약금과 제작비 문제로 방송을 강행해야만 했다.
“PD님, 딥마스크 접속률이 98%를 넘었습니다. 시청자 대부분이 강준우 얼굴을 필터링하고 보고 있어요.”
조연출의 말에 상진은 씁쓸하게 웃었다. 기술이 도덕을 덮어버린 시대.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청자의 '볼 권리’와 '보지 않을 권리’를 동시에 충족시킨다는 명목으로, 실시간 AI 얼굴 교체 기술인 ‘딥마스크’ 송출을 허용했다.
“웃기지 않냐. 현장에선 저 쓰레기 같은 놈이 앉아 있는데, 시청자들은 각자 자기가 보고 싶은 천사의 얼굴을 보고 있다는 게.”
상진은 모니터를 바라봤다. 화면 속 강준우는 불안한지 계속해서 다리를 떨고 있었다. 하지만 송출되는 화면 속 AI 아바타들은 더없이 여유롭고 침착한 자세를 유지했다. AI는 대상의 불안한 생체 신호를 감지하고, 이를 시청자가 보기에 가장 편안한 모션으로 '보정’해서 내보내고 있었다.
진실은 저기 있지만, 아무도 진실을 보지 않는다. 상진은 이것이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의 본질임을 인정해야 했다.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스튜디오의 조명이 켜지고, MC들의 진행 멘트가 이어졌다. 강준우의 차례가 왔다.
그는 사전에 합의된 대로 논란에 대한 언급 없이, 프로그램 속 커플 매칭에 대해서만 이야기해야 했다.
하지만 사고는 예고 없이 터졌다.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무언가에 홀린 것일까. 강준우가 갑자기 대본에 없는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저... 사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부조정실이 발칵 뒤집혔다.
“야! 마이크 내려! 카메라 돌려!”
상진이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강준우는 울먹이며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강준우의 얼굴. 그것은 추악하고 나약한 인간의 민낯이었다.
하지만, 가정에 있는 시청자들의 TV 화면은 달랐다.
딥마스크 시스템의 알고리즘은 <썸의 온도>라는 프로그램의 장르를 '로맨틱 코미디/예능’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시스템의 최우선 명령값은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주지 말 것’과 ‘장르적 톤 앤 매너 유지’였다.
강준우가 울며 사죄하는 그 순간, AI는 이것을 ‘감동적인 고백’ 혹은 '유머러스한 상황’으로 해석하려고 필사적으로 연산했다.
지훈의 거실 TV 속에서 기괴한 장면이 펼쳐졌다.
화면 속 '이서진(필터링 된 강준우)'은 눈물을 흘리는 대신, 활짝 웃고 있었다. 강준우의 찌그러진 울음소리는 AI 보정을 거쳐 감미로운 세레나데 톤의 고백 멘트로 변조되어 흘러나왔다.
“저는... 너무나 행복해서(사실은 ‘죄송해서’)... 여러분께 사랑을 드리고 싶습니다(사실은 ‘사죄드리고 싶습니다’)...”
실제로는 오열하며 무릎을 꿇는 강준우의 몸짓이, 화면 속에서는 시청자를 향해 정중하게 프러포즈하는 우아한 동작으로 렌더링 되었다.
“이게... 뭐야?”
지훈은 위화감을 느꼈다. 자막은 [충격 고백! 눈물의 사죄]라고 뜨는데, 화면 속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소름 끼치는 부조화.
그때였다. AI의 처리 속도가 강준우의 격한 감정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과부하가 걸렸다.
치지지직-
순간 필터가 풀렸다.
웃고 있던 말끔한 남자의 얼굴 위로, 콧물을 흘리며 일그러진 강준우의 진짜 얼굴이 겹쳐 보였다.
웃음소리와 울음소리가 기괴하게 섞여 스피커를 찢을 듯 울려 퍼졌다.
“으허엉... 사랑합... 죄송합니다... 으하하... 죽을 죄를...”
마치 두 개의 영혼이 하나의 몸을 두고 싸우는 듯한 끔찍한 광경.
안방극장은 순식간에 공포 영화의 한 장면으로 변했다. 시청자들은 비명을 질렀다.
보고 싶지 않았던, 억지로 가려두었던 '현실의 추악함’이 뚫고 나온 것이다.
방송 사고 후, 상진은 텅 빈 스튜디오에 홀로 앉아 있었다.
강준우는 매니저들에게 끌려나갔고, 스태프들도 모두 떠났다.
꺼진 모니터 화면에 상진의 지친 얼굴이 비쳤다. 그는 문득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차라리 내 눈에도 필터를 씌울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아내에게서 온 영상 메시지가 있었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아내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여보, 오늘 방송 대박 났더라? 실시간 검색어 1위야. 고생했어, 사랑해.”
상진은 안다. 아내는 지금 웃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녀는 부부 싸움 이후 며칠째 냉전 중이었으니까.
그녀 역시 '감정 보정 필터’를 켜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상진의 폰 화면 속 아내는 더없이 다정해 보였지만, 그 목소리의 끝에는 미세한 기계음 섞인 차가움이 묻어 있었다.
상진은 '나도 사랑해’라고 답장을 보냈다. 물론, 그의 무표정한 얼굴은 스마트폰을 통과하며 로맨틱한 미소로 바뀌어 전송될 것이다.
이제 그 누구도 서로의 진짜 표정을 보지 않는다.
우리는 불쾌함이 없는 천국에 살고 있다.
비록 그 천국이 0과 1로 만들어진, 차가운 가면무도회일지라도.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