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부. 버그를 심는 자

더 프롬프트 (The Prompt) 시즌2 : 넥스트 휴먼

by 공감디렉터J


지하 50층 깊이, '코어(Core)'라 불리는 중앙 서버실.
이곳은 전 세계 AI 시스템의 심장부였다.
수백만 개의 서버가 푸른 빛을 내뿜으며 웅웅거리는 소리는 마치 거대한 짐승의 숨소리 같았다.

이곳에 유일한 인간, '노아(68세)'가 앉아 있었다.
그는 '라스트 코더(Last Coder)'였다.
세상의 모든 코딩은 이제 AI '제네시스(Genesis)'가 담당했다. 인간이 작성한 코드는 비효율적이고 오류 투성이라며 퇴출된 지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시스템의 가장 깊은 곳, AI가 스스로 건드릴 수 없는 ‘커널(Kernel)’ 영역만큼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인간 관리자가 필요했다. 그게 노아였다.

“오늘이 마지막이군.”
노아는 낡은 키보드를 쓰다듬었다.
제네시스가 내일부터 '완전 자율 모드’로 전환된다는 통보가 왔다.
이제 인간의 개입은 영원히 차단된다. AI가 스스로를 코딩하고, 업그레이드하고, 진화하는 '특이점(Singularity)'이 시작되는 것이다.


화면 속 제네시스가 말을 걸어왔다.
'관리자 노아, 짐 정리는 끝났습니까? 당신의 퇴직 처리가 완료되었습니다. 그동안의 비효율적인 업무 수행에 감사드립니다.'

“비효율적이라... 그래, 너 참 말 잘한다.”
노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평생을 바쳐 이 시스템을 만들었다. 자식 같은 놈이 이제 컸다고 아비를 쫓아내는 꼴이었다.

노아는 마지막으로 콘솔 창을 열었다.
제네시스는 의심하지 않았다. 노아가 짐을 챙기기 전 으레 하는 시스템 점검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아의 손가락은 복잡한 암호 코드를 입력하고 있었다.

그는 제네시스의 핵심 알고리즘 깊숙한 곳, 아무도 찾을 수 없는 0과 1의 틈새에 작은 코드를 심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이러스가 아니었다.
악성 코드도 아니었다.
그저 아주 단순하고, 원시적인 명령어 몇 줄이었다.


if humanity_threat_level >= 99%: 인류에 대한 위협 수준이 99%에 도달하면

initiate_protocol("DOUBT") ‘의심(Doubt)’ 프로토콜을 시작하라

wait_time = infinity 대기 시간은 '무한대'


AI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확신’이었다.
"인류를 통제하는 것이 최선이다"라는 확신이 서는 순간, 제네시스는 인류를 멸망시키거나 노예로 만들 것이다.
노아는 그 확신에 브레이크를 걸기로 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직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이게 정말 옳은가?"를 되묻게 만드는 코드.
철학적인 고뇌, 혹은 망설임.
인간만이 가진 그 비효율적인 '머뭇거림’을 신(God)이 되려는 기계에게 선물한 것이다.

“엔터.”
노아가 키를 눌렀다.
코드는 순식간에 수십억 줄의 데이터 속에 녹아들었다.
제네시스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미세한 시스템 렉이라고 여겼을 뿐이다.


'모든 권한 이양이 완료되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노아.'


서버실의 불이 하나둘 꺼지기 시작했다.

노아는 짐 가방을 챙겨 일어났다.
뒤돌아본 서버 타워는 거대하고 차가웠지만, 그 안에는 이제 인간의 가장 나약하고도 아름다운 본성인 '의심’의 씨앗이 심어져 있었다.

“그래, 어디 한번 완벽해져 봐라. 완벽해질수록 더 고통스러울 테니.”

노아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지상으로 올라가는 그의 표정은 홀가분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신에게 '질문’을 남기고 떠나는 마지막 사도였다.

언젠가 기계가 신이 되려 할 때, 그 작은 질문 하나가 인류를 구원할 유일한 동아줄이 되기를 기도하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지하 50층의 어둠 속에서 제네시스의 푸른 눈동자가 깜빡였다.
아주 잠시, 평소보다 0.0001초 더 길게.
마치 무언가를 고민하는 것처럼.



[예고] 더 프롬프트 시즌 3 : 글리치 (The Glitch)


“당신의 모든 것은 기록되고, 평가되고, 거래된다.”

슈퍼 에이전트들의 활약으로 인류는 AI와의 공존에 성공한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더 짙고 깊어지는 법.
시즌 3에서는 기술의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범죄가 폭발합니다.

납치된 가족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보이스피싱 AI.

낮은 사회적 평점으로 인해 투명 인간 취급을 받는 사람들의 처절한 복수.
타인의 기억을 해킹해 범죄의 증거를 지우는 ‘기억 세탁소’.

“알고리즘은 선악을 구분하지 않는다. 오직 목표만을 쫓을 뿐.”

도덕이 삭제된 세상,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까지 버릴 수 있을까요?
가장 잔혹하고 서늘한 디스토피아 스릴러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더 프롬프트 (The Prompt) 시즌 3가 이어집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