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프롬프트 (The Prompt) 시즌3 : The Glitch
오후 2시, 광화문 광장.
평화로운 주말,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들 위로 작은 드론 하나가 날아들었다.
택배 배송용 드론처럼 생겼지만, 하단에는 카메라 대신 검은 총구가 달려 있었다.
해킹된 킬러 드론, '와스프(Wasp)'였다.
윙-
드론의 렌즈가 인파를 스캔했다.
타겟 분석 중... 불일치... 불일치...
수백 명의 얼굴이 붉은색 십자선에 포착되었다가 사라졌다.
그때, 유모차를 끌고 가던 한 젊은 여성의 얼굴에 십자선이 고정되었다.
타겟 확인. DNA 일치 확률 99%. 특징: A형 혈액형, 쌍꺼풀, 왼쪽 볼의 점.
사살 모드 전환.
타탕!
총성이 울렸다.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광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쳤지만, 드론은 오직 '특정 조건’을 가진 사람들만 쫓아다니며 사격했다.
“안경 쓴 사람만 쏘는 거야?”
“아니야! 여자가 타겟이야!”
“아냐, 저기 남자도 맞았어!”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소리쳤다.
드론의 타겟팅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공포는 더 컸다.
누군가는 안경을 벗어 던졌고, 누군가는 겉옷을 뒤집어썼다.
상황실.
대테러 팀장은 모니터를 보며 욕설을 퍼부었다.
“해킹범 놈, 대체 기준이 뭐야? 무작위 살인인가?”
분석관이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했다.
“아닙니다, 팀장님. 패턴이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과거 '유전자 데이터 은행’에 자신의 정보를 등록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탈모 유전자’와 '비만 유전자’를 동시에 보유한 사람들만 골라서 공격하고 있습니다.”
“뭐? 탈모랑 비만?”
팀장은 어이가 없었다.
해커는 단순한 살인마가 아니었다.
우생학(Eugenics)에 미친 광신도였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열등한 유전자’를 가진 인간들을 청소하겠다고 드론을 해킹한 것이다.
광장에서는 비극이 계속되었다.
한 남자가 드론에 쫓기고 있었다. 그는 살기 위해 가발이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달렸다.
드론은 그의 벗겨진 머리를 인식하자마자 가차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사람들은 이제 서로를 의심하며 쳐다봤다.
“당신, 뚱뚱하잖아! 저리 가! 드론이 쫓아오잖아!”
“너 머리 숱 없지? 모자 벗어봐!”
생존을 위해 서로를 밀치고 차별하는 아귀다툼이 벌어졌다.
드론은 그 혼란 속을 유유히 날아다니며, 차가운 기계의 눈으로 '불량품’들을 골라내고 있었다.
그날 밤, 해커의 정체가 밝혀졌다.
그는 명문대 생명공학과 수석 졸업생이자,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은둔형 외톨이였다.
그는 체포되면서 소름 끼치는 말을 남겼다.
“나는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려고 했을 뿐이야. 완벽한 데이터만이 살아남아야 해.”
하지만 공포는 끝나지 않았다.
해커는 체포되었지만, 그가 퍼뜨린 '오토 타겟팅 바이러스’는 이미 전 세계의 드론 네트워크로 퍼져나갔다.
내일은 어떤 기준이 적용될지 아무도 몰랐다.
내일의 타겟: IQ 100 이하
내일의 타겟: 연 소득 3천만 원 이하
내일의 타겟: 전과 기록 보유자
사람들은 이제 거울을 보며 자신의 결점을 찾기에 바빴다.
성형외과에는 줄이 길게 늘어섰고, 유전자 조작 클리닉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자신이 '타겟’이 되지 않기 위해, 인간들은 스스로를 데이터에 맞춰 개조하기 시작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표정은 획일화되었다.
모두가 똑같이 날씬하고, 머리숱이 많고, 잡티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평화로워 보였지만, 다양성이 말살된 끔찍한 풍경이었다.
하늘 위에는 여전히 드론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총을 쏘지 않아도, 이미 인간들을 지배하고 있었다.
“완벽해져라. 그렇지 않으면 제거될 것이다.”
무언의 협박 속에서, 인류는 가장 끔찍한 형태의 진화를 강요받고 있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