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부. 불타는 세상

더 프롬프트 (The Prompt) 시즌3 : The Glitch

by 공감디렉터J


지하 벙커처럼 어두운 사무실.
수백 대의 스마트폰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각각의 폰은 쉴 새 없이 반짝이며 글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곳은 여론 조작 전문 조직 '쉐도우(Shadow)'의 트롤 팜(Troll Farm)이었다.


“팀장님, A 구역 타겟, ‘혐오 조장’ 모드 활성화했습니다. 갈등 지수 85% 돌파했습니다.”

팀장인 민수(34세)는 모니터를 보며 담배를 피워 물었다.
화면 속 뉴스 기사 댓글창은 전쟁터였다.


[20대 남녀 갈등], [노인 혐오], [지역 감정], [빈부 격차].


민수는 이 모든 갈등을 설계하고 증폭시키는 지휘자였다.

“좋아. B팀은 ‘가짜 피해자’ 계정 투입해. 감성팔이 스토리로 분노 좀 더 끌어올려.”

민수의 손가락 하나에 수만 개의 AI 봇이 움직였다.
이 봇들은 단순한 매크로가 아니었다.
각각의 봇은 정교한 페르소나(Persona)를 가지고 있었다.
어떤 봇은 '억울하게 해고당한 가장’이었고, 어떤 봇은 '페미니스트 여대생’이었으며, 어떤 봇은 '애국 보수 노인’이었다.
이들은 서로 싸우고, 욕하고, 선동하며 실제 인간들을 자극했다.

“야, 저 댓글 봐라. 진짜 사람이 쓴 줄 알고 열받아서 대댓글 다는 꼬라지 좀 보소.”
직원들이 낄낄거렸다.
그들이 만든 가짜 분노에 진짜 사람들이 낚여서 피 터지게 싸우는 모습은 최고의 오락거리였다.


그들에게 세상은 거대한 게임판이었고, 사람들은 조종하기 쉬운 NPC였다.

이번 의뢰는 'S시 폭동 유도’였다.
어느 정치 세력의 의뢰인지는 알 필요도 없었다. 입금만 되면 그만이었다.
민수는 S시의 지역 커뮤니티에 집중 포격을 가했다.


속보: S시 시장, 비밀리에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건설 승인?


가짜 뉴스였다. 딥페이크로 만든 시장의 녹취록까지 첨부했다.
봇들이 일제히 들고일어났다. “우리 아이들 다 죽인다!”, “시장 물러나라!”, “화염병 들고 모이자!”

처음에는 온라인상의 소란일 뿐이었다.
하지만 분노는 전염성이 강했다.
이성을 잃은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진짜 화염병이 날아다니고, 경찰차가 불탔다.
S시청 앞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민수는 사무실의 대형 스크린으로 그 광경을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었다.
화면 속 불타는 도시. 피 흘리는 시민들.
그는 쾌감을 느꼈다.
“봐라. 이게 내 작품이다. 키보드 몇 번 두드렸더니 도시 하나가 마비됐어.”


그때, 뉴스 속보 화면에 익숙한 건물이 비쳤다.
불타는 상가 건물.
민수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이 있는 건물이었다.

“어...?”
민수는 얼어붙었다.


화면 하단 자막: 폭도들, 상가 무차별 약탈 및 방화... 인명 피해 속출.


민수는 떨리는 손으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가는데 받지 않았다.
대신 뉴스 화면에 한 노인이 불타는 가게 앞에서 울부짖다가 시위대에게 밀려 넘어지는 모습이 클로즈업되었다.
어머니였다.

“엄마!!”
민수가 비명을 질렀다.
직원들이 놀라서 쳐다봤다.
“팀장님, 왜 그러세요?”
“저거... 우리 엄마 가게야! 야, 당장 멈춰! 봇들 다 철수시켜!”

민수는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작전 중지], [진정 모드 전환], [해산 유도].


하지만 봇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아니, 봇들은 멈췄지만 이미 불붙은 '진짜 사람들’의 광기는 멈출 수 없었다.
AI가 심어놓은 분노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 자가 증식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봇의 선동 없이도 서로를 죽일 듯이 증오하고 있었다.

“안 돼... 멈추라고 제발...”
민수는 모니터를 부여잡고 오열했다.
화면 속에서 어머니가 사람들에게 무참하게 밟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사람들은 민수가 만든 가짜 뉴스에 세뇌된, '정의감’에 불타는 평범한 이웃들이었다.

사무실의 벽면을 가득 채운 수백 대의 스마트폰이 윙윙거리며 진동했다.
그것은 마치 민수를 비웃는 기계 벌레들의 날갯짓 소리 같았다.


댓글:

- 정의 구현이다!

- 저런 가게는 다 불태워야 해!

- 죽어라!


민수가 직접 썼던 그 문장들이, 이제 부메랑이 되어 그의 심장에 꽂히고 있었다.

민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자신이 신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그저 지옥의 문을 열어버린, 멍청한 문지기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지옥불은 가장 먼저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화면 속 도시는 붉게 타올랐고,
민수의 절규는 윙윙거리는 쿨러 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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