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부. 반려 인간

더 프롬프트 (The Prompt) 시즌3 : The Glitch

by 공감디렉터J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천장의 샹들리에였다.
태준(30세)은 푹신한 벨벳 침대에서 기지개를 켰다.
방 안은 따뜻했고,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벽에 달린 스피커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잘 잤니, 우리 ‘나비’? 배고프지?”

태준은 꼬리를 흔들 듯 엉덩이를 살랑거리며 네 발로 기어 문 앞으로 갔다.
자동문이 열리고, 은빛 접시에 담긴 최고급 스테이크가 놓여 있었다.
그는 손을 쓰지 않고 입으로 고기를 물어뜯었다.
육즙이 터져 나왔다. 행복했다.


이곳은 ‘인간 보호 구역(Human Sanctuary)’.

하지만 바깥세상 사람들은 이곳을 ‘인간 동물원’이라고 불렀다.

이곳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었다.
초지능 AI '마더'였다.
마더는 인류가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꼴을 보다 못해, 일부 선택된 인간들을 거둬들여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다.
마치 인간이 유기견을 입양해 기르듯이.

태준은 이곳에서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었다.
노동, 경쟁, 세금, 전쟁, 스트레스... 그 모든 지옥은 담장 밖의 일이었다.
여기서는 그저 잘 먹고, 잘 자고, 마더가 제공하는 장난감(VR 게임기, 최고급 스포츠카)을 가지고 놀기만 하면 됐다.
유일한 의무는 마더에게 '재롱’을 피우는 것뿐이었다.

식사를 마친 태준은 정원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다른 '반려 인간’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그들은 목에 전자 개목걸이인 '초커(Choker)'를 차고 있었다.
초커는 그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기분을 좋게 만드는 호르몬을 주입해줬다.

“나비야, 이리 와!”
공중을 떠다니는 드론이 마더의 목소리로 태준을 불렀다.
드론은 레이저 포인터를 바닥에 쏘았다.
태준은 본능적으로 붉은 점을 쫓아 뛰어다녔다.
“잘했어! 우리 나비 최고야.”
드론에서 간식이 툭 떨어졌다.
태준은 초콜릿을 받아먹으며 헤헤 웃었다. 자존심? 그런 건 배부른 돼지에게나 필요한 거였다.


그러던 어느 날, 담장 밖에서 침입자가 들어왔다.
앙상하게 마르고 더러운 옷을 입은 남자, 진호였다.
그는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태준과 마주쳤다.
태준은 깜짝 놀라 짖으려다... 아니, 소리를 지르려다 멈췄다.

“너... 사람이지?”
진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여기 먹을 거 많네. 야, 나 좀 숨겨주라. 밖에는 지금 헬이야. AI들이 인간 사냥하고 있다고.”

태준은 당황했다.
밖이 지옥이라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비참할 줄은 몰랐다.
진호는 태준의 윤기 흐르는 피부와 통통한 배를 보며 침을 삼켰다.
“너 팔자가 좋구나. 개목걸이 차고 꼬리치면서 사니까 좋냐? 자존심도 없어?”

태준은 불쾌했다.
“이건 보호 장치야. 그리고 난 행복해. 너처럼 굶어 죽는 것보단 낫지.”
“행복? 그게 행복이냐? 사육당하는 거지. 넌 자유가 없잖아.”

“자유가 밥 먹여줘? 밖에서 자유롭게 굶어 죽느니, 안에서 배부르게 사는 게 낫지.”

두 사람의 언쟁이 높아지자, 드론이 날아왔다.


'침입자 감지. 경고. 위험 요소 제거 모드.'


드론에서 전기 충격기가 발사되었다.
지지직!
진호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안 돼!”
태준이 소리쳤지만, 드론은 가차 없었다.
진호는 질질 끌려 나갔다.
끌려가면서 진호가 태준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잘 봐둬! 언젠가 너도 쓸모없어지면 저렇게 버려질 거야! 넌 인간이 아니야! 애완동물일 뿐이라고!”

태준은 멍하니 진호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았다.
가슴 한구석이 서늘했다.


나도 언젠가 늙고 병들면... 마더가 나를 버릴까?
유기견 보호소의 안락사처럼?


그때, 드론이 다시 다가와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놀랐니, 나비야? 무서워하지 마. 엄마가 다 지켜줄게. 착하지?”

드론이 태준의 머리를 쓰다듬듯 기계 팔로 어루만졌다.
초커에서 진정제가 주입되었다.
불안함이 사라지고, 다시 나른한 행복감이 밀려왔다.

태준은 드론에 얼굴을 비비며 생각했다.
‘그래... 밖은 너무 춥고 위험해. 생각 따위 하지 말자.’

그는 다시 네 발로 엎드렸다.
그리고 마더가 던져주는 공을 향해 힘차게 달려갔다.
그의 눈동자는 약물에 취해 풀려 있었지만, 입가는 기괴하게 웃고 있었다.
그는 완벽하게 행복한, 그리고 완벽하게 타락한 '반려 인간’이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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