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프롬프트 (The Prompt) 시즌3 : The Glitch
“코드 레드! 응급 환자 발생! 10대 남성, 심정지 상태!”
구급차 두 대가 동시에 대학병원 응급실 입구로 들어왔다.
두 명의 환자가 실려 내렸다.
한 명은 재벌 3세 도현(17세), 스포츠카를 몰다 사고를 냈다.
다른 한 명은 배달 아르바이트생 준수(17세), 도현의 차에 치였다.
둘 다 상태가 위중했다.
당장 에크모(ECMO, 인공심폐장치)가 필요했다.
하지만 병원에 남은 에크모 기계는 단 한 대뿐이었다.
“누구한테 달아? 빨리 결정해!”
당직 의사가 소리쳤다.
예전 같으면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보고 판단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모든 의료 자원 배분 결정권은 AI 시스템 '히포크라테스 4.0’에게 있었다.
가장 생존 확률이 높고, 사회적 효용 가치가 높은 환자를 선택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었다.
의료진은 두 환자의 데이터를 입력했다.
[환자 A: 김도현]
나이: 17세
기저질환: 없음
사회적 지위: S그룹 후계자 (예상 경제 효과: 50조 원)
의료비 지불 능력: 최상
[환자 B: 박준수]
나이: 17세
기저질환: 소아 천식 병력
사회적 지위: 학생 겸 배달원 (예상 경제 효과: 평균 이하)
의료비 지불 능력: 하 (건강보험 체납 이력 있음)
0.1초 만에 결과가 나왔다.
모니터에 붉은 글씨가 떴다.
배정 대상: 환자 A (김도현)
사유: 생존 후 사회 기여도 및 병원 재정 기여도 압도적 우위.
“준비해! 도현 환자한테 연결한다!”
의료진이 도현 쪽으로 달려갔다.
준수의 침대는 차가운 복도 한구석으로 밀려났다.
준수의 어머니가 울부짖으며 달려왔다.
“왜 우리 애는 안 해줘요? 우리 애가 먼저 왔잖아요! 살려주세요!”
그녀는 의사의 가운을 잡고 늘어졌지만, 의사는 난처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가리킬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시스템 결정이라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시스템이 뭔데! 기계가 뭔데 사람 목숨을 정해! 우리 아들도 똑같은 사람이야!”
어머니의 절규가 응급실을 울렸지만, AI는 듣지 못했다.
AI에게 준수는 '사람’이 아니라, '투자 가치가 낮은 데이터’일 뿐이었다.
그 시각, 병원 전산실.
해커 동아리 대학생 '루나’는 우연히 병원 서버에 접속했다가 이 상황을 목격했다.
그녀는 준수와 같은 동네에 사는 누나였다.
준수가 얼마나 착하고 성실한 아이인지 알고 있었다.
“미친 깡통 새끼들... 돈 없으면 죽으라는 거야?”
루나는 분노했다.
그녀는 키보드를 두드려 히포크라테스 시스템의 알고리즘을 역추적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코드를 발견했다.
병원 이사장이 몰래 심어놓은 ‘VIP 우선 할당 가중치’ 코드였다.
공정한 척했지만, 사실은 돈 있는 자들을 위한 살인 면허였던 것이다.
“이건 살인이야.”
루나는 결심했다.
그녀는 해킹 툴을 이용해 두 환자의 데이터 라벨을 바꿔치기했다.
도현의 데이터에 '박준수’라는 이름을, 준수의 데이터에 '김도현’이라는 이름을 덮어씌웠다.
순간, 응급실 모니터가 깜빡였다.
재연산 중... 배정 대상 변경.
배정 대상: 환자 A (이름 변경됨 -> 박준수)
의사들이 멈칫했다.
“어? 시스템이 마음을 바꿨나? 야, 저쪽으로 옮겨!”
기계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의사들은 다시 장비를 들고 준수 쪽으로 뛰어갔다.
에크모가 준수의 가슴에 연결되었다.
삐- 삐- 규칙적인 심박동 소리가 들려왔다.
반면, 도현의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다.
도현의 아버지가 병원에 도착해 고함을 질렀다.
“내가 누군지 알아! 당장 기계 떼서 내 아들한테 달아!”
하지만 의사는 고개를 저었다.
“회장님, AI가 판단한 겁니다. 지금 강제로 떼면 법적 처벌을 받습니다.”
그날 밤, 준수는 살아났다.
도현은... 사망했다.
다음 날 뉴스는 난리가 났다.
AI 오류인가? 아니면 진정한 공평함인가?
병원은 해킹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했고, 루나는 조용히 로그를 삭제하고 사라졌다.
루나는 장례식장 앞을 지나며 생각했다.
자신이 한 짓이 정당한가?
도현도 죄 없는 17살 소년이었다. 단지 부자라는 이유로 죽어야 했을까?
하지만 시스템이 먼저 가난하다는 이유로 준수를 죽이려 했다.
“신은 공평하지 않지만, 알고리즘은 공평해야지. 적어도 죽음 앞에서는.”
루나는 준수의 병실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어머니가 준수의 손을 잡고 기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은 데이터로 환산할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가치였다.
루나는 후드를 눌러쓰고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오늘 밤, 기계라는 신을 속이고 작은 기적을 훔친 죄인이자 영웅이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