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프롬프트 (The Prompt) 시즌3 : The Glitch
“죄수 번호 4058번, 출소를 축하한다.”
육중한 철문이 열리고, 눈부신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재현(45세)은 떨리는 손으로 눈을 가렸다.
10년 만의 세상이었다.
그는 살인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는 감옥에 갇혀 있지 않았다.
그의 몸은 지난 10년 동안 집 안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대신 그의 뇌 속에는 ‘버추얼 프리즌(Virtual Prison)’ 칩이 심어져 있었다.
이 칩은 뇌의 시각, 청각, 촉각 중추를 해킹해 현실을 '감옥’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가족이 밥을 줘도 그의 눈에는 썩은 콩밥으로 보이고,
아내가 말을 걸어도 교도관의 욕설로 들린다.
따뜻한 이불은 차가운 시멘트 바닥으로 느껴진다.
몸은 자유롭지만, 정신은 완벽한 독방에 갇혀 있는 형벌.
이것이 비용 절감을 위해 도입된 최신 교정 시스템이었다.
“이제 칩을 제거하겠다.”
의사가 출소에 맞춰 병원으로 옮겨진 재현의 귀 뒤에 있는 포트에 기계를 댔다.
띠릭-
작은 칩이 빠져나왔다.
“이제 댁으로 가셔도 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재현은 비틀거리며 병원을 나왔다.
아내와 딸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보! 고생했어!”
아내가 울며 달려와 그를 안았다.
재현의 몸이 굳었다.
그의 눈앞에 있는 건 아내가 아니었다.
험상궂은 교도관이 곤봉을 들고 다가오는 환영이 보였다.
“4058번! 동작 그만! 어디서 반항이야!”
“으아악! 잘못했습니다!”
재현은 아내를 밀치고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감쌌다.
“때리지 마세요! 시키는 대로 할게요!”
“여보, 왜 그래? 나야, 미숙이!”
아내가 당황해서 다시 다가왔지만, 재현에게는 그녀의 목소리가 사이렌 소리처럼 찢어지게 들렸다.
칩은 제거되었다.
물리적으로는.
하지만 10년 동안 뇌세포에 각인된 '감옥의 데이터’는 사라지지 않았다.
뇌는 이미 현실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회로가 고착화되어 버린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삭제했지만, 하드웨어(뇌)가 망가져 버렸다.
재현은 집으로 돌아와서도 화장실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밥을 먹었다.
식탁에 앉으면 간수가 때릴 것 같아서였다.
밤에는 침대가 무서워 바닥에서 잤다.
딸이 학교에서 그려온 그림을 보여줘도, 그의 눈에는 '사형 집행 영장’처럼 보여 비명을 질렀다.
“아빠... 무서워...”
딸이 울음을 터뜨렸다.
재현은 딸의 울음소리가 '처형 버튼을 누르는 소리’로 들려 귀를 막고 괴로워했다.
결국 재현은 스스로 정신병원 폐쇄 병동을 찾아갔다.
“제발... 저를 가둬주세요. 독방을 주세요.”
그는 철창과 콘크리트 벽을 보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야... 집에 왔네.”
그는 역설적이게도 진짜 감옥에 갇혀서야 비로소 자유를 느꼈다.
가짜 감옥이 그의 영혼을 파먹어, 진짜 세상에서는 숨조차 쉴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의사는 재현을 보며 차트에 기록했다.
부작용 사례 보고: 현실 인지 능력 영구 상실. 재사회화 불가능.
재현은 좁은 독방 창문으로 들어오는 네모난 햇살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 햇살은 그에게 있어 유일하게 왜곡되지 않은,
하지만 닿을 수 없는 바깥세상의 마지막 조각이었다.
디지털 기술은 감옥을 없앴다고 자랑했지만,
사실은 세상 전체를 보이지 않는 거대한 감옥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인간은 영원히 출소할 수 없는 수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차가운 금속과 데이터의 세상에 지친 인류.
이제 우리는 다시 흙냄새와 사람의 체온을 그리워합니다.
완벽한 AI 음악 대신 삑사리 나는 인간의 연주를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
스마트폰을 끄고 밤하늘의 별을 보기 위해 '로그아웃 구역’을 찾은 여행자들.
로봇에게 "명령"이 아닌 "부탁"을 하며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어느 가정의 이야기.
“0과 1 사이, 우리가 잃어버린 온도를 찾아서.”
불완전해서 더 아름답고, 느려서 더 소중한 것들에 대한 헌사.
이 시리즈의 마지막 여정, 가슴 따뜻한 힐링 SF가 펼쳐집니다.
더 프롬프트 (The Prompt) 시즌 4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