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훔친 훈장

진실을 밝히는 사람들, 어니스트 시즌1

by 공감디렉터J

대한민국 보수 정당의 유력한 대권 주자, 김성훈 의원.

그의 가문은 '3대가 독립운동에 투신한 명문가’로 포장되어 있었다. 조부 김만석은 만주에서 항일 무장 투쟁을 이끌다 순국한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매년 8월 15일이면 김성훈은 조부의 훈장을 가슴에 품고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하지만 진실은 정반대였다. 김만석은 독립군은커녕, 일제 강점기 시절 헌병 보조원(밀정)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독립투사를 고문하고 팔아넘긴 악질 친일파였다. 해방 직후 혼란을 틈타 신분을 세탁하고, 진짜 독립운동가 '김만석(동명이인)'의 행적을 도용해 훈장까지 가로챈 희대의 사기극이었다.

김성훈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비밀 장부에는 조부의 친일 행적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는 이 비밀을 지키기 위해 역사 학자들을 매수하고, 관련 자료를 조직적으로 폐기해 왔다.


선거를 앞두고 김성훈의 지지율은 고공 행진 중이었다. 오늘은 그의 자서전 <나의 조국, 나의 할아버지> 출판 기념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장소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수천 명의 지지자와 기자들이 운집했다.

무대 뒤 대기실, 김성훈은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매만졌다.
“오늘만 지나면 대세는 굳어진다. 완벽해.”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수행비서가 들어왔다.
“의원님, 식전 행사로 초청한 ‘역사 재현 극단’ 단장님이 오셨습니다. 조부님의 활약상을 짧은 연극으로 보여준다고...”

“아, 그래. 감동적으로 잘 부탁한다고 전해.”
김성훈은 건성으로 대답했다.


무대의 막이 올랐다. 조명이 어두워지고, 무대 중앙에는 1930년대 만주 벌판을 재현한 세트가 들어섰다.

배우들은 남루한 독립군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중 대장 역할을 맡은 배우가 비장한 목소리로 외쳤다.

“동지들! 우리는 죽어도 조국의 흙이 되자!”

객석에서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김성훈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연극이 진행될수록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대본에는 없는 대사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김만석 동지! 왜 일본군 헌병대에 들어가는가?”
“살아야지! 독립이 밥 먹여주나?”

무대 위에서 ‘김만석’ 역을 맡은 배우가 갑자기 일본 순사 모자를 쓰고 동료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너희들 위치를 불어! 안 그러면 네 가족들까지 몰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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