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쿨한 이별, 그 뒤에 숨겨진 미련

다시 쓰는 러브레터 : 그때 우리들의 플레이 리스트('90)

by 공감디렉터J

1996년 서울, 거리는 '신세대'라 불리는 청춘들의 에너지로 넘쳐났다.

클럽의 현란한 조명 아래, 현우서현은 처음 만났다.

자유분방한 현우의 눈빛에, 도도한 서현의 매력에 서로는 자석처럼 이끌렸다.

며칠 후, 서현은 현우에게 팔짱을 끼며 선전포고하듯 말했다.

“있잖아, 세상엔 날 아프게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 넌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해.

이제부턴 나만 봐야 해. 알았지?”


아무 때고 네게 전활해

나야 하며 말을 꺼내도

누군지 한 번에 알아낼 너의 단 한 사람

쇼윈도에 걸린 셔츠를 보면

제일 먼저 니가 떠올릴 사람

너의 지갑 속에 항상 간직될~~ 사람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김경호, 1997>


현우는 피식 웃으며 서현의 머리를 헝클었다.

쿨한 시대의 쿨한 사랑, 그렇게 시작됐다.

두 사람은 낮에는 함께 거리를 활보했고, 밤이 깊어지면 헤어지기 아쉬워 서로의 손을 놓지 못했다.


나의 입술이 너의 하얀 어깨를 감싸안으며

그렇게 우린 이 밤의 끝을 잡고 사랑했지만

마지막 입맞춤이 아쉬움에 떨려도

빈손으로 온 내게 세상이 준 선물은

너란걸 알기에 참아야겠지

<이 밤의 끝을 잡고, 솔리드, 1995>


하지만 불꽃같은 사랑은 그만큼 문제를 일으키기 쉬웠다.

현우의 넘치는 '남사친', '여사친' 관계는 늘 다툼의 불씨가 됐다.


난 너를 믿었던만큼 난 내 친구도 믿었기에

난 아무런 부담없이 널 내 친구에게 소개시켜 줬고

그런 만남이 있은 후부터 우리는 자주 함께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함께 어울렸던 것뿐인데

<잘못된 만남, 김건모, 1995>


“어젯밤에 친구 만난다더니 그게 내 친구 진희였어?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봐. 설명해보라고!”

현우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답했다.

“또 시작이야? 진희가 너만 친구냐? 내 친구이기도 하잖아. 왜 그렇게 집착해? 자꾸 숨막히게 할래?”


나 이제 알아

혼자 된 기분을, 그건 착각이었어

느낄 수 있니?

사랑의 시작은 외로움의 끝인걸

언제라도 넌 내가 원한 것을

다 줄 듯 보였고 (사바, 사바, 사바)

변덕스러운 내 기분 맞추려

고민도 하고 (사바, 사바, 사바)

하지만 너의 고마웠던 사랑을

난 당연한 듯 생각했었던 거야

<날개 잃은 천사, 룰라, 1995>


반복되는 싸움에 지친 서현은 어느 날, 현우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우리, 그만하자. 더는 상처받기 싫어. 그동안 즐거웠어. 이제 안녕.”

쿨하게 돌아섰지만, 서현의 밤은 눈물로 얼룩졌다.

현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힘들게 했던 자신의 모습을 뒤늦게 후회했다.

결국 현우는 참지 못하고 서현의 집 앞으로 달려갔다.

“서현아,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우리 이렇게 끝내는 건 아니잖아. 이건 우리 약속이랑 다르잖아”

창문 너머로 현우를 본 서현은 조용히 커튼을 쳤다.


X세대의 사랑은 뜨거웠고, 이별은 쿨해 보였다.

하지만 그 이별 뒤에는 서툴렀던 사랑에 대한 깊은 미련과 아픔이 숨어 있었다.

서현은 그 아픔을 통해, 비로소 상처받은 자신을 위로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너를 사랑하고도 늘 외로운 나는

가눌 수 없는 슬픔에 목이 메이고

어두운 방구석에 꼬마 인형처럼

멍한 눈 들어 창 밖을 바라만 보네

너를 처음 보았던 그 느낌 그대로

내 가슴속에 머물길 원했었지만

서로 다른 사랑을 꿈꾸었었기에

난 너의 마음 가까이 갈 수 없었네

<너를 사랑하고도, 전유나,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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