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러브레터 : 그때 우리들의 플레이 리스트('90)
1996년 서울, 거리는 '신세대'라 불리는 청춘들의 에너지로 넘쳐났다.
클럽의 현란한 조명 아래, 현우와 서현은 처음 만났다.
자유분방한 현우의 눈빛에, 도도한 서현의 매력에 서로는 자석처럼 이끌렸다.
며칠 후, 서현은 현우에게 팔짱을 끼며 선전포고하듯 말했다.
“있잖아, 세상엔 날 아프게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 넌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해.
이제부턴 나만 봐야 해. 알았지?”
현우는 피식 웃으며 서현의 머리를 헝클었다.
쿨한 시대의 쿨한 사랑, 그렇게 시작됐다.
두 사람은 낮에는 함께 거리를 활보했고, 밤이 깊어지면 헤어지기 아쉬워 서로의 손을 놓지 못했다.
하지만 불꽃같은 사랑은 그만큼 문제를 일으키기 쉬웠다.
현우의 넘치는 '남사친', '여사친' 관계는 늘 다툼의 불씨가 됐다.
“어젯밤에 친구 만난다더니 그게 내 친구 진희였어?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봐. 설명해보라고!”
현우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답했다.
“또 시작이야? 진희가 너만 친구냐? 내 친구이기도 하잖아. 왜 그렇게 집착해? 자꾸 숨막히게 할래?”
반복되는 싸움에 지친 서현은 어느 날, 현우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우리, 그만하자. 더는 상처받기 싫어. 그동안 즐거웠어. 이제 안녕.”
쿨하게 돌아섰지만, 서현의 밤은 눈물로 얼룩졌다.
현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힘들게 했던 자신의 모습을 뒤늦게 후회했다.
결국 현우는 참지 못하고 서현의 집 앞으로 달려갔다.
“서현아,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우리 이렇게 끝내는 건 아니잖아. 이건 우리 약속이랑 다르잖아”
창문 너머로 현우를 본 서현은 조용히 커튼을 쳤다.
X세대의 사랑은 뜨거웠고, 이별은 쿨해 보였다.
하지만 그 이별 뒤에는 서툴렀던 사랑에 대한 깊은 미련과 아픔이 숨어 있었다.
서현은 그 아픔을 통해, 비로소 상처받은 자신을 위로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